편의점을 배송거점으로…시간·공간·비용 제약에서 해방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이하 EC)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택배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물동량이 늘어남과 동시에 더 빨리, 더 저렴하게 배송해달라는 요구 역시 커지고 있어서 EC기업, 택배기업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많은 물량을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물류 인프라 확충이 필수인데,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편의점. 골목마다 하나씩 위치한 편의점을 배송거점으로 활용해 지역 밀착형 배송 인프라를 갖추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라스트 1마일’ 넘어 ‘라스트 1분’의 시대
“라스트 1마일을 줄이는 자가 EC를 가질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상품 검색이나 주문, 결제는 인터넷으로 할 수 있어도 마지막 수취만은 물리적 운송망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 또 고객 최접점이기 때문에 서비스 질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고객 집까지의 ‘라스트 1마일’이 배송은 물론 EC 전체의 경쟁 우위성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집, 회사 200m 내에 있고, 도심 외곽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편의점을 배송거점으로 삼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EC의 승부처인 라스트 1마일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C기업과 택배기업들은 소비자의 집이 아닌 편의점까지 배송하기 때문에 배송거리가 줄어들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편의점은 상품을 찾으러온 고객이 편의점 고객이 될 수도 있고, 물품보관비용, 수수료 등의 부가 수입도 얻을 수 있다.

여기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 1인가구, 맞벌이가구가 늘어나면서 평일 낮에 택배를 수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유료 라커(locker)나 자동차 트렁크에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용률도 높고 반응도 좋은 것이 편의점 택배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점은 찾아가기 쉽고 24시간 영업하기 때문에 택배 수취에 가장 용이한 장소라 할 수 있다. 택배사 입장에서는 재배송의 부담도 줄어들고 보관 안전성도 높아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조·유통·서비스 컨설팅기업 프론티어 매니지먼트사의 마츠모토 와타루 매니징 디렉터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상품을 주문하는 것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상품을 받기 위해 일부러 집에서 대기하는 것은 고통이다. 라스트 1마일(last 1mile)은 소비자가 본인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오늘날 소비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시간 가치’이다. 상품을 받기 전 마지막 1분인 ‘라스트 1분(last 1minute)’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소비자를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어떻게 해방시킬 것인지에 집중해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는 3대 편의점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가 편의점 택배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옴니세븐’으로 한발 앞서
일본 편의점 최강자 세븐일레븐은 패밀리마트, 로손과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점포 수취는 야마토택배의 것만, EC사이트는 세븐&아이그룹의 ‘옴니세븐(omni7)’만 가능하다.

‘옴니세븐’은 백화점 세이부와 소고, 대형 슈퍼마켓 이토요카도, 잡화점 로프트, 아기용품전문점 아카짱혼포 등 세븐&아이그룹 각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로, 이 서비스의 핵심은 모든 상품을 약 1만 8,000개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아마존 등이 집으로 당일 배송을 해주는 상황에서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상품을 받아가는 사람이 있겠는가? 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뚜껑을 여니 ‘옴니세븐’ 주문자의 70~80%가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상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아이홀딩스 관계자는 “옴니세븐 출시 이전, 세븐일레븐 쇼핑몰 ‘세븐넷쇼핑’ 고객의 70%가 점포 수취를 선택했다”며 “자택 수취보다 편의점 수취율이 높은 것은 예상했던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세븐&아이홀딩스는 옴니세븐이 2018년까지 매출 1조 엔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손, 사가와큐빈과 ‘SG로손’ 설립
라이벌인 로손의 전략은 세븐과 다르다. 로손은 전국 약 1만 2,000개 점포와 운송망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타사에 개방,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부가함으로써 점포의 이용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점포 수취는 일본우정과 사가와큐빈, EC사이트는 아마존, 라쿠텐, HMV, JINS, dinos, docomo, ORBIS 등이 가능하다. 아마존과는 최초로 2008년부터 점포 수취를 시작했고, 라쿠텐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했다.

로손은 지난해 6월 SG홀딩스 산하 사가와큐빈과 SG로손을 설립, 로손 점포를 배송거점으로 해 편의점 상품, 사가와큐빈의 택배를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마을의 생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사가와큐빈의 택배물을 로손 매장에서 수취하거나 500m권내 가정에 배송하는 것으로,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음료, 도시락, 반찬 등 로손 매장에서 판매하는 2,800여개 품목을 함께 배송해준다. 구매금액이 총 700엔 이상이면 배송료는 무료이다.

지난달에는 일본우정주식회사(이하 일본우정)가 SG로손과 업무 제휴를 맺고 우체국택배 ‘유우팩’을 위탁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우정 최초의 편의점 수취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도쿄도 세타가야우체국 담당지역의 일부인 세타가야구 코마자와 4가의 로손코마자와공원길 지점에서 1월 26일부터 7월 31일까지 시행된다. 수취자 부재 시에 지정된 로손 점포에 짐을 보관하고 있다고 안내, 고객은 24시간 언제라도 자유롭게 수취할 수 있다.

로손은 ‘마을의 생활 지원’ 서비스를 2017년까지 3,000점포로 확대할 예정이다.


패밀리마트, 점포 간 배송서비스 시행
패밀리마트에서는 야마토운수와 일본우정의 점포 수취가 가능하며, EC사이트는 자사 쇼핑몰 ‘famima.com’ 외에 아마존, 라쿠텐북스가 가능하다.

아마존재팬 상품의 점포 수취는 로손과 미니스톱에서도 가능하지만, 패밀리마트는 점포 수취서비스와 함께 당일배송서비스 ‘당일 빠른 배송’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일 빠른 배송’을 이용하면 7,100여개 패밀리마트 점포에서 하루 만에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추가 요금 없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패밀리마트는 이토츄상사와 제휴를 맺고 24시간 편의점에서 화물을 발송·수취할 수 있는 배송서비스 ‘상자BOON’도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기존 편의점 물류망의 빈 공간을 활용해 점포 간 배송서비스를 일본 최초로 실현한 것으로, 패밀리마트 계산대에서 무료 전용 봉투를 이용해 10㎏ 내 제품을 배송할 수 있다. 배송료는 500엔부터, 관동지역 간 배송은 3~6일 내에 된다.

구매 패턴 변화, EC·택배·편의점이 공동 대응
EC시대, EC는 택배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식품, 생필품을 EC에서 사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택배서비스로 상품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보다 효율적인 배송을 위해 편의점이 합류했다. 소비자 구매 패턴의 변화가 EC·택배·편의점을 하나로 묶었다.

마츠모토 와타루 프론티어 매니지먼트사 매니징 디렉터는 “상품의 선택도, 주문도, 결제도, 그리고 수취도 지금, 여기서 끝내겠다는 ‘지금 여기 소비’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편의점을 기점으로 ‘지금 여기 소비’를 위한 라스트 1분의 패권 다툼이 시작됐다. 이 싸움은 타 업종을 끌어들이면서 더욱 과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EC·택배·편의점은 삼위일체(三位一體)를 이루고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한 편의점업계전문가는 “편의점은 기존 매장용 단말기를 스마트폰 등 3사 공용의 단말기로 교체하고, EC사업자는 쇼핑몰 입점자의 편의점 수취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또 택배사업자는 편의점 배송망을 효율화하고, 편의점 배송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들은 배송 시간과 비용의 절감, 재 배송 삭감 등은 물론 소비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 호 ‘EC시대 택배, 편의점에서 ‘라스트 1분’ 줄여라! ② : 국내편’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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