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다른데, 그룹기반 일감 몰아주기는 똑같아

 
삼성SDS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닮은꼴 기업 현대 글로비스 같은 그룹 3세 오너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두 기업의 업종은 전혀 다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닮은꼴 기업이기 때문.  

삼성SDS는 IT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판매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물류부분 매출이 늘며, 삼성그룹의 물류자회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애초부터 현대 기아차그룹의 물류사업을 대행하겠다고 표방한 물류 전문기업이어서 두 회사 모두 그룹 물류부분의 역할을 맡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또 두 회사 모두 매출기반을 그룹 내 계열사 물량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IT와 물류는 밖에서 보면 전혀 다른 업종이다. 시장의 관심은 최근 삼성SDS의 사업영역이 IT사업은 줄고, 물류사업 영역은 커지면서 제 2의 글로비스가 될지에 모아지고 있다.

삼성그룹 기반 한 IT와 물류사업으로 매출 늘어

▲ 삼성SDS에서 제공하는 물류 IT 프로그램 첼로 홈페이지.
삼성SDS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조1048억원으로 2014년 동기 대비 –3.0%, 영업이익 역시 1739억원으로 동기 대비 –6.9%를 보이며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증권가는 전년 동기대비 예측한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 전망은 장밋빛이다. KDB대우증권이 내놓은 삼성SDS의 올해 사업 전망은 IT서비스 내 솔루션 사업 강화와 물류BPO 대외 고객 확보에 초점을 맞춰 프리미엄 주식으로의 등극을 점쳤다. 우선 올해 삼성SDS 매출액 예상치는 8조5793억원으로 약 9.2% 증가를 예상했다. 영업이익 역시 6514억원으로 10.8% 증가세로, 영업이익률은 7.6%로 전년 대비 0.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각 부분별 세부 매출액 전망치를 보면 IT서비스부분의 경우 매출 5조6446억원, 영업이익 5947억원으로 각각 7.6%와 9.0%의 성장세를 예상했다. 이와 함께 물류BPO부분 매출액도 2조9348억원과 영업이익 567억원으로 각각 12.6%와 32.8%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삼성SDS의 이 같은 매출 기대치 근거는 삼성그룹 관계사 중심으로 짜여 있다. IT부분의 경우 관계사 내 ERP 시스템 및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등에 따른 사업기회 지속 확보 때문. 이와 함께 신설 솔루션 사업부문의 매출 본격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도 예상했다. 물류부분 역시 관계사인 삼성전자發 해외 물류서비스 신규 지역 확대 지속과 그룹 관계사를 기반으로 한 대외 고객 확보가 예정되어 있다. 여기다 2017년 말까지 해외 물류법인 확충 및 투자 지속과 삼성전자 해외 물류부분 100%를 확보할 계획이어서 향후 물류 BPO부분의 성장세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 그룹기반 물량 밀어줘, 매출증대

현대기아차그룹의 물류자회사 현대글로비스의 초기 출자금 50억 원. 하지만 지난해엔 11조원에 달할 만큼 사세가 커졌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3조7230억원, 영업이익 도 1864억원에 달한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4조6712억원, 영업이익은 6980억 원으로 2014년 대비 각각 7492억원, 534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로 현대글로비스는 물류기업으로 국내 최고 매출기업이며,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실적이 줄지 않았을 만큼 탄탄한 물량 덕분이다.

이처럼 현대글로비스 매출액 대부분은 현대 기아차 그룹을 기반으로 한 관계사들의 물량이다. 현대‧기아차를 위시해 모비스, 제철, 건설 등 수많은 관계사들의 취급 물량 대부분을 현대글로비스가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덕분에 매년 두자리 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법인 설립 초기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75% 이상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소유했고, 매출의 60%를 현대 기아차 그룹에서 벌어들였기 때문.

이렇게 일감몰아주기 비난이 일자 정몽구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지난해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502만2170주)를 우여곡절속에서 기관 투자자에게 전량 매각한다. 지분 13.39%는 정 회장이 4.8%(180만주), 정의선 부회장이 8.59%(322만2170주)로 주당 23만500원에 매각됐으며, 매각 대금만 약 1조1576억원에 달했다.

이들의 주식매각은 대기업 간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청 취지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 매각 후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율은 43.38%에서 29.99%로 낮아졌다. 하지만 주식 매각이후에도 두 부자의 최대주주 지위는 변함없으며, 현대차 등 다른 계열사를 포함한 우호지분도 40% 수준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양사 모두 국내 일감 몰아주기 대표주자란 ‘오명’

지난달 28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 매각을 통해 381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시장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이 2% 가까이 줄었지만, 여전히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초 현대글로비스 주식매각 역시 큰 비중을 줄이면서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회사를 지배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두 회사의 닮은꼴은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주자란 점이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경제민주화에 대한 돌아보기가 급부상 중이다. 경제민주화의 화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였다.

일감 몰아주기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총수가 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상태에서 200억원 이상 일감을 몰아주면 처벌을 하는 것. 따라서 두 기업 모두 이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내 놓고, 보유 주식을 줄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룹전반을 지배하기 위해 편법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에 나서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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