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거리는 잔뜩…인프라 부족에 시행 주체도 못 정해

지난 10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1조 달러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 배경에는 미국시장의 민간 소비 회복세, 중국과 맺은 FTA 효과, 아시아 신흥국과 교역 증가 등을 꼽았다. 무역 1조 달러 달성의 핵심은 수출의 증가다. 그런데 수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해운업계에서 새롭게 시행될 제도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수출 컨테이너 중량 검증제’다. 오는 7월부터 전격 시행되는 이 제도의 조기 정착 여부에 따라 원활한 해상수출이 가능할 전망이지만, 아직까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등 사전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자칫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 컨테이너 중량 검증제란 무엇인가?
수출 컨테이너 중량 검증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을 개정하면서 신설된 규정이다. 화주가 화물을 포함한 컨테이너의 무게를 해운선사 혹은 터미널운영사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IMO에 가입한 모든 나라들이 해상인명안전협약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는 세계 해운업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협약을 개정하게 된 배경은 안전에 기인한다. 일부 국가에서 화주들이 컨테이너에 화물을 적재할 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선박에 예상보다 더 많은 화물이 실려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IMO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논의가 촉발됐다.

IMO는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회원국들에게 7월 1일부터 시행해야 한며, 개정된 협약은 각국의 국내법 체계에서 이행되어야 한다고 못 박은 상태다. 이에 회원국들은 기간 내 시행을 위해 세부사항에 대한 검토와 이행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이행 방안을 담은 고시 초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월 안에 고시 준비를 마치고 4월 4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며, 문제점을 보완한 뒤 전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측정값 신뢰할 수 있을까”
현재 제시된 컨테이너 중량 측정 방법은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승인된 장소에서 적재가 완료된 컨테이너의 무게를 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컨테이너에 들어갈 모든 품목의 무게와 컨테이너 자체의 무게를 합산한 값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컨테이너에 모든 화물을 넣고 봉인을 완료한 상태에서 통째로 측정하고, 후자의 경우 컨테이너 자체의 무게는 물론 안에 들어갈 개별 화물들과 고박 장비(화물을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장비로 흔들림에 따른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것), 완충제, 포장용 박스 등 모든 사물의 무게를 더 하는 것이다.

문제는 측정값의 신뢰성 확보다. 컨테이너의 무게를 통째로 측정하려면 중량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한 크레인을 이용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정확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 현장 관계자는 “센서의 인식률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같은 컨테이너라도 상황에 따라 측정값에 차이가 있을 수있다. 센서가 4개 정도 부착되어 있는데, 하나라도 오동작을 하면 오차는 더 커질 것이다. 바쁘게 일하는 도중에 센서 고장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헛고생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컨테이너를 실은 차량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남아있는 연료부터 바퀴와 트레일러, 운전석에 비치된 물품 등의 무게가 제각각인 것이 문제다. 결국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컨테이너를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적합한 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힘들다는 반론이 있다. 또 액체화물의 경우 수평 정도에 따라 중량 차이가 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개별적으로 무게를 합산하는 방식 역시 정확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화물의 무게가 잘못 측정될 경우 화주가 제시한 값과 현장에서 확인한 값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용 부담 …오차범위 책임 여부도 가려야
누가 검증을 시행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는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컨테이너 하나의 무게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고,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컨테이너가 바다로 나가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적지 않다.

터미널운영사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터미널운영사에서는 비용과 인프라 조성에 난색을 표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 운송하는 선사나 포워더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에서는 화주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결국 물량확보에 급급한 물류기업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오차범위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IMO는 측정값에 대한 오차범위를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차범위의 수치는 실제 오차가 났을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져야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한 관계자는 “정확성에 대해 누가 보증을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1차 정보 제공자(화주)와 2차 정보 제공자(운송사)의 측정값이 같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차이가 있다면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확충도 과제로 떠올랐다. 일시적으로 수출량이 증가했을 때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몰릴 수 있는데,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인프라는커녕 측정 설비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선사들이 적재를 거부할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자칫 스케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제도를 준비할 때 구제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철저히 준비하겠지만, 급한 상황이 왔을 때 정보가 부정확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게를 재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것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시간 많지 않아…치밀한 준비 필요
제도 시행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았지만, 현장에서는 부족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항공사에서도 화물의 무게를 중시하고, 정확한 측정을 요구하지만 화주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업무 처리에 여유를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즘 해운시장은 워낙 불황이라서 물류회사들이 급한 물량이라도 일단 받고 보자는 경향이 있다”면서 “안전을 위해 정확한 무게를 측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정해지지지 않은 사안들이 너무 많다. 당장 4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해관계자들 간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까운 시간만 허비할 수도 있다. 또 생각보다 많은 물류회사들이 검증제를 모르고 있거나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해관계자들 간 의견이 대립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은 △컨테이너 중량 검증 과정에서의 업무 분담, △중량 정보를 제공하는 시점, △정보 전달 방법(현재 EDI 활용이 논의 중), △계측 장비의 신뢰성 담보 여부, △중량 정보가 틀릴 경우 후속 조치, △중량 오차범위 등이다.

이 중 몇 가지는 제도의 시행주체, 즉 IMO가 정할 사안이지만 각 나라마다 항만 인프라와 규모 등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각국 정부가 자국의 특성을 반영해 제도를 준비하도록 했기 때문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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