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물류인프라의 자부심, 앤트워프항

물류신문은 주한벨기에대사관과 플란더스무역투자진흥공사의 협조로 벨기에 취재 활동을 벌였다. 앤트워프항은 벨기에의 자랑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항만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곳이다. 앤트워프항만의 최근 현황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벨기에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흔히 맥주와 초콜릿, 와플을 꼽는다. 벨기에는 세 가지 모두 세계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꼽아야 하는 것이 바로 감자튀김이다.

벨기에 사람들은 감자튀김을 프리트(friets)라고 부르는데, 그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정도다. 감자튀김의 기원이 벨기에라는 설을 뒷받침하듯 관광지나 상점가에는 프리트만을 파는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깔이나 손바닥만한 종이상자에 듬뿍 담아주는데, 보통 마요네즈나 안달루스 같은 소스에 찍어 먹는다. 큼직하면서 바삭한 식감과 맛은 국내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파는 것과 차이가 있다. 감자의 품종이나 기름 등 맛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어느 가게에 가든 눅눅함 없이 노릇하게 잘 튀겨낸 감자를 내놓는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큰 나라들 사이에 둘러싸인 벨기에가 유럽 물류시장의 강국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한 물류 인프라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유럽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앤트워프항(Port of Antwerp)에는 수 세기에 걸쳐 지금의 명성을 만들어낸 벨기에 사람들의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앤트워프항의 현황
북해로부터 약 80km가 채 되지 않는 곳, 스켈트(Scheldt)강을 따라 형성된 앤트워프항은 하역을 포함한 전통적인 해운산업은 물론 도로와 철도 연결을 통한 육상운송, 대형 물류 클러스터까지 연결된 다목적 물류허브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1800년대부터 커피와 철 등을 취급하는 무역항이었던 앤트워프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65년까지 마샬(Marshall) 계획에 따라 네덜란드 국경까지 항구와 부두를 확장하면서 컨테이너, 벌크, 자동차, 액체화물까지 다양한 품목을 다루는 유럽을 대표하는 항만으로 발돋움했다.

앤트워프항은 3가지 메인 테마를 가지고 운영된다. 바로 ‘산업(Industry)에 물류의 가치를 더하여(Value added Logistics) 화물을 처리한다(Cargo handling)’는 것이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보유한 인프라와 부지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앤트워프항은 총 1만 2,068ha 면적에 전체 부두길이가 166km에 달하는 대형 항만이다. 항만 외에도 1,061km의 철도와 409km의 도로가 연결되어있고, 보관공간도 610만㎡(184만 평)에 달한다.

전 세계 1,400여개 항만과 직접 운송이 가능한 앤트워프항은 로테르담항에 이어 물동량 기준 유럽 2위의 항만이다. 지난 2004년 1억 5,000만 톤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 약 1억 9,900만 톤을 기록했는데, 이 중 컨테이너가 약 1억 800만 톤으로 가장 많았으며, 액체화물(Liquid bulk)이 약 6,300만 톤, 건화물(Dry bulk)과 브레이크 벌크(Break bulk)가 각각 약 1,400만 톤씩을 차지했다.

앤트워프항의 수출입 현황 중 재미있는 사실은 수입량과 수출량이 1대 1 수준으로 거의 비슷한 비율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벨기에의 도로와 철도가 유럽 내 다른 국가와 연계되어 빠른 운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앤트워프항을 통해 수입해서 내륙운송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유럽의 화학단지로 떠오르는 앤트워프항
앤트워프항의 최근 물동량을 보면 전반적인 증가세가 꾸준하다. 전통적으로 활발한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지난해 총 900만TEU를 처리했으며, MSC와 머스크 등 세계 주요 선사들은 앤트워프항에 화물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 선사들은 최근 앤트워프항에 화물을 보관할 공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며, 앤트워프항만청 역시 이들 선사의 요청에 따라 항만 내 부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 중이다. 이들 선사들의 화물이 더 늘어나더라도 앤트워프항의 연간 최대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1,500만TEU로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어서 수요를 커버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브레이크 벌크의 경우 철강제품과 과일, 목재, 커피 등이 주요 품목이다. 앤트워프항은 유럽 대륙은 월 59회, 미 대륙은 31회 등 전 세계 대륙에 월 230회 이상 운항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지역 항만 중 최대 규모다. 때문에 앤트워프항은 스스로를 글로벌 통합허브(Global consolidation hub)라고 칭한다.

앤트워프항의 최근 움직임을 살펴보면 액체화물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액체화물 처리량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6,200만 8,000톤을 기록했다. 이 중 석유류가 4,600만 1,000톤(6.8% 증가), 화학물이 1,100만 4,000톤(1.5% 증가), 원유(Crude Oil)는 500만 톤(6.5% 증가)을 차지하고 있다. 즉, 액체화물 전반에 걸쳐 증가세가 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최근 앤트워프항은 유럽 최대 화학물 전문항만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항만 내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화학·석유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BASF와 에어리퀴드, 솔베이, IBR, 이네오스, 바이엘, 엑손모빌, 유로켐 등 세계적인 화학·석유 관련 기업 15개가 입주해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더욱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앤트워프항 인근에 법인을 두고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액체화물의 보관을 위한 터미널을 16개나 두고 있는데, 전체 보관공간은 무려 6,900만㎥에 이른다.

이에 반해 건화물은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는 추세이며, 과일은 벌크 대신 컨테이너를 통해 운송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25년까지 세계 최대 갑문·도크 건설
앤트워프항은 바다가 아닌 스켈트강에 형성된 항만으로, 지도에서 보면 바다에서 내륙으로 들어간 형태여서 대형 선박의 진입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1만 8,270TEU 선박이 입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접안시설과 수심 확대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앤트워프항은 길이가 500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갑문인 베른드렉트(Berendrecht)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벨기에 플란더스 정부와 앤트워프항만청은 지금의 인프라로는 2만TEU급 이상 초대형선박이 대중화되는 2020년 이후에는 앤트워프항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던 정부와 항만청은 2011년 새로운 재정계획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새로운 도크와 갑문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스켈트강 좌측 1,000ha 부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에프틴헤 도크(Saeftinghe Dock) 개발은 크게 2단계로 나뉜다. 약 6억 6,000만 유로가 투입되는 1단계 공사는 1.4km 구간에 걸쳐 진행 중이다. 앤트워프항만청은 공사가 마무리되면 최소 510만TEU의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단계 공사에 대한 계획은 아직 외부에 온전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2025년까지 최대 16억 유로를 투입해 4km 구간으로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항만청은 공사가 마무리되면 연간 1,100TEU의 물동량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사에프틴헤 개발구역 아래쪽에서는 듀르간(Deurganck) 갑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약 3억 9,000만 유로가 투입되는 새 갑문 개발은 2016년 완공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듀르간 갑문은 베른드렉트 갑문과 길이와 폭은 동일하지만 수심은 더 깊어 세계 최고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 이 갑문의 운행구간별 수심은 17.8m이기 때문에 대형 선박의 입항에 유리하다. 또한 2개의 게이트를 만들어 파업이나 고장 등 운행 중 나타날 수 있는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이처럼 대규모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배경에는 정부와 항만청 간 협력, 지역 주민과 소통을 꼽을 수 있다. 앤트워프항만청 이사회가 사에프틴헤 개발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10년 10월로, 오랫동안 초대형선박 도입과 유럽 내 타 항만의 개발계획, 세계 항만물동량 추이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한 끝에 내놓은 것이다. 또한 플란더스 정부는 항만청의 연구 결과를 존중하고, 이를 면밀히 검토한 뒤 투자금의 3분의 1을 지원했다.

특히 듀르간 갑문 개발구역의 경우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조율했고, 당사자들이 모두 만족할만한 보상안을 확정함으로써 신속하게 공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미니인터뷰/애닉 드릭스(Ms. Annik Dirkx) 앤트워프항만청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고부가가치 창출 위해 화학·유류·콜드체인 투자 늘릴 것”

Q : 앤트워프항은 전통적으로 컨테이너 화물의 비중이 가장 많은 곳이지만, 최근에는 화학이나 원유 등 액체화물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눈에 띈다. 항만청에서 화학 분야 육성을 위해 지원하는 정책을 하나 꼽는다면?
A : 1,000km에 달하는 파이프 라인을 들 수 있다. 앤트워프항은 입주한 기업들을 위해 유럽 주요지역에 파이프를 깔아 항만까지 화학원료를 운송하는 라인을 구축해 경쟁력을 높였다. 이 파이프는 로테르담과 독일, 네덜란드, 유럽 내 주요 공항 등과 연결되어 있으며, 다양한 원료를 앤트워프항까지 공급한다. 앤트워프항은 다목적항으로 다양한 화물을 다룰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더 많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화학과 유류, 콜드체인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나갈 것이다. 덧붙이자면 지부르게항은 자동차를, 겐트항은 바이오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Q : 화학단지는 주로 어떠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나?
A : 중간단계의 재료를 생산하는 인프라의 비중이 높다. 이를테면 플라스틱과 베어링, 경공업 제품이나 화장품의 원료 같은 것들이며, 포장과 라벨링을 할 수 있는 공장과 위험물을 전문적으로 보관하는 건물도 있다.

Q : 앤트워프항의 장점 중 하나로 원활한 내륙운송을 들었다.
A : 앤트워프항은 선박을 통한 수출입도 활발하지만, 벨기에의 철도와 도로를 통한 내륙운송 인프라도 매우 우수하다. 내륙운송로가 아시아까지 미치지는 못하지만,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면 앤트워프로 들어온 컨테이너는 항만과 연결된 고속도로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의 국가로 운송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대량 운송에 적합한 지하터널을 다수 건설해두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벨기에 내 다른 항과 도로가 연결되어 선박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지부르게항으로 옮겨 출항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화물열차와의 연계성도 우수하다. 앤트워프항에서는 매일 250량 이상의 화물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Q : 최근 전 세계 해운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친환경이다. 이는 항만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 세계 항만청마다 친환경성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A : 앤트워프항도 친환경 항만을 지향하고 있다. 앤트워프항은 전체 면적의 5%를 환경을 위해 이용하고 있으며, 공원 같은 시설을 가꾸고 있다. 기본적으로 생태계와 인간이 공존하는데 항만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다른 항만 관계자들도 우리 항에 방문해 둘러보기도 한다.

Q : 사에프틴헤 개발계획 이외의 다른 개발 계획이 있나?
A : 먼저 사에프틴헤 개발계획은 단순히 항만의 기능을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도크가 주요 내역이긴 하지만, 주변에 도로와 철도, 산업단지, 녹지 등도 함께 조성된다. 도로의 경우 원활한 운행을 위해 2개 이상을 두어 차량의 분산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 외에는 과거 GM에서 소유하던 공장부지인 처칠공업지대(Churchill Industrial Zone) 개발계획이 진행 중이다. 이 부지는 GM의 철수로 앤트워프항 소유가 됐으며,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다. 현재 11개 정도의 안을 두고 있는데, 화학단지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에너지 혹은 쓰레기 재처리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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