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한진·현대…지주회사 체제 결실 가시화

순환출자는 한정된 자본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한 계열사에게 위기가 찾아오면 다른 계열사에게도 악영향을 끼쳐 경영악화를 가져올 수 있고 적대적 자본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등의 단점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주회사를 꼽는다. 순환출자로 인한 부실화를 방지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면서도 투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물류업계에서도 순환출자 대신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향후 투자 유치에도 유리한데다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는 등 이점도 얻을 수 있다.

이미 몇몇 물류기업들은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 안에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완료하거나 상당부분 준비를 마칠 것으로 보이며, 향후 물류업계의 지주회사 전환의 롤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솔로지스틱스 투자사업 분리, 지주회사 전환 준비 척척
한솔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는 올해 3월 그룹 내 물류기업인 한솔로지스틱스의 투자사업부문을 분리하여 흡수합병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안건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합병 비율은 한솔홀딩스 기명식 보통주 1주 당 0.2537443주(한솔로지스틱스)이며, 한솔홀딩스는 한솔로지스틱스로부터 한솔제지(8.07%)와 한솔케미칼(3.19%) 지분을 받았다.

이로써 한솔그룹은 오랫동안 추진해왔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한 걸음 더 다가섰으며, 한솔로지스틱스는 물류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한솔홀딩스는 △장기적인 성장전략의 일환이며, △지주회사 체제의 이행과 경영합리화를 추진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솔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지난 2013년 결의된 내용이다. 당시 한솔그룹은 한솔CSN(현 한솔로지스틱스)→한솔제지→한솔EME→한솔CSN으로 이루어진 순환출자 구조를 없애고 한솔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이사회에서 합병 안이 부결되면서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번 흡수합병으로 한솔로지스틱스는 물류사업부문만 남게 된다. 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체제와 회사명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는 평이다. 또한 기존 한솔로지스틱스→한솔홀딩스→한솔라이팅→한솔EME→한솔로지스틱스로 순환되는 출자구조도 한솔홀딩스→한솔라이팅→한솔EME→한솔홀딩스로 바뀌게 됐다.

한솔로지스틱스가 완전한 지주회사 체제에서 물류사업을 하려면 아직 풀어내야 할 지분 문제가 남아있다. 먼저 오는 8월 1일 한솔테크닉스는 한솔라이팅의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분할한 뒤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할 계획이며, 한솔홀딩스의 한솔제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한진칼, “7월까지 지주사 전환 끝낸다”
한진그룹은 지난 3월 27일 있었던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최근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직접 거론했던 터라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조원태 한진칼 대표 겸 대한항공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7월까지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실현되면 한진그룹은 순환출자라는 고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대한항공을 2개 회사로 분할, 한진칼을 출범시키고 지주회사 전환에 나섰다. 한진칼은 (주)한진과 한진해운 등을 묶은 지주회사이다, 한진칼은 자회사의 배당금, 브랜드 사용료, 부동산 임대료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분할된 대한항공은 항공운송사업에 집중했다.

이후 한진그룹은 (주)한진→대한항공→한진관광→정석기업→(주)한진으로 이루어지는 출자구조에서 한진관광의 투자사업부문을 대한항공에 흡수합병, (주)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주)한진으로 만든 뒤 2013년 8월 한진칼을 출범시킨 후 한진칼→정석기업→(주)한진→한진칼로 구조를 변경한 바 있다.

지난 5월 28일 한진칼은 이사회를 열고 정석기업의 투자사업부문과 합평을 의결했다. 합병은 이전부터 예상되었는데, 증 손자회사의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규정에 걸리는 (주)한진의 지위가 손자회사에서 자회사가 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는 7월까지 (주)한진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 지분 9.87%를 매각하는 일이다.

오는 7월 1일은 한진칼이 공식 출범한지 700일이 되는 날이며, 1년 11개월여가되는 날이다.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완료하면 이는 국내 순수 물류기업으로서는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두 마리 토끼(자구계획·순환출자) 잡은 현대그룹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자구계획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대그룹은 최근 물류 자회사인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초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의 IPO를 추진했었으나 경영위기를 겪으면서 3조 3,000억 원대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지스틱스는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는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이 주효했다고 입을 모은다. 매각 이전의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루어진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매각 이후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아산으로 단순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벌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지배구조를 강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매각대금 6,000억 원을 확보하면서 자구계획 추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현대그룹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배구조를 개편한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상선이 최근 흑자로 전환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은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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