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사업자를 위한 법률상담

Q
모로코 수입자 A는 벨기에 수출자 B로부터 수입하는 석탄 화물의 해상운송을 C 선사에 의뢰하였고, C는 Congnebill 1994 양식의 무유보 선하증권을 발행한 후 이 화물을 모로코 카사블랑카항까지 운송하였다. 그런데 화물이 카사블랑카항에 도착하였을 때 해수침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A는 함부르크 규칙을 채택한 양하항 소재지 모로코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선하증권 이면약관에는 “all terms, and conditions, liberties and exceptions of the Charter Party, dated as overleaf, including Law and Arbitration clause are herewith incorporated(앞면에 기재된 날짜의 용선계약서 상의 모든 조건 및 면책 그리고 준거법 및 중재약정이 여기에 편입된다)”라는 조항이 있었다. 반면 용선계약서는 영국법 및 영국 법원을 전속관할로 규정하였다.

선주 운송인은 영국관할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며 영국법원(English High Court)에 ‘Anti-Suit Injunction(당사자들 간의 약정관할이 영국 중재 또는 영국 법원임에도 불구하고 한 당사자가 그 외 외국관할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타방 당사자가 영국법원에 Anti-Suit Injunction을 신청하여 그 외국법원에 개시된 소송을 중단(사실상 당사자에 대하여 관할 약정 위반에 근거하여 소 취하를 하도록 하는 것)시키도록 하는 것)’ 및 면책을 구하였다.

A는 용선계약서 조항은 위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명시된 바와 같이 ‘중재 약정’이 아니므로 선하증권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위 사건에 관해 용선계약서 상의 영국법원 관할 약정이 선하증권에 편입된 것으로 간주되어 영국법원에 관할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A
최근 영국법원(Court of Appeal Decision)은 ‘Channel Ranger’호 사건(Caresse Navigation Ltd. v. Zurich Assurances MAROC [2014] EWCA Civ 1366)에서 당사자들이 원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언어 조작(a certain amount of verbal manipulation)은 허용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편입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라고 하며 엄격한 해석이 아닌 좀 더 구조적이고 목적 달성을 위한 해석 상, 달리 분쟁해결에 관한 다른 조항이 없는 한 ‘준거법 및 중재약정(Law and Arbitration clause)’은 준거법 및 관할약정(‘Law and Jurisdiction’ clause)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져야 한다고 설시하며, 선주 운송인 측의 Anti-Suit Injunction을 받아들였다.

또 다른 최근의 관할약정 관련사건(‘Golden Endurance’호 사건)에서 영국법원은 선하증권 앞면에 “freight payable as per Charter-Party dated 11 June 2013(운임은 2013년 6월 11자 용선계약서에 따라 지불됨)”이라는 문구가 있고 이면에는 위 ‘Channel Ranger’호 사건에서와 동일한 Congnebill 1994 양식 선하증권상 규정된 용선계약 관할약정 편입문구(“All terms, and conditions, liberties and exceptions of the Charter Party, dated as overleaf, including Law and Arbitration clause are herewith incorporated”)가 있었으나 이메일에 첨부로 보내진 용선계약서는 서명되지 않고 미완성의 성약 각서(fixture note)였던 경우에도 이 용선계약서가 선하증권에 편입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판단하여 성약각서 상 규정된 런던 중재 및 영국법 규정을 인정하였다.

위 두 사건에서 보다시피 영국법원은 용선계약서의 선하증권의 편입여부 판단에 있어서 단어 사용 상 또는 문서 상의 약간의 하자는 무시하고 보다 융통성 있고 너그러운 접근방식을 통하여 자신 법원의 관할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 대법원(대법원 2003. 1. 10. 선고2000다70064판결)은 선하증권 앞면에 용선계약서 일자와 당사자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 편입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용선계약서가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용선계약서 상의 중재 약정을 운송인 측이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원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위와 같이 영국법원이 자신의 관할을 폭넓게 인정하는 이상 만약 용선계약서 상 영국법원 또는 런던중재가 규정되어 있다면 ‘anti-suit injunction’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하증권 소지인으로서의 청구인은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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