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日 물류산업

지난달 18일 일본우정그룹 산하의 일본우편이 호주 최대 종합물류기업 Toll Holdings Limited(이하 Toll사)를 약 6,200억 엔에 인수해 자회사화 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일본 물류업계가 들썩였다. 하루 전인 17일 긴테츠익스프레스도 싱가포르의 글로벌 물류기업 APL Logistics Ltd를 1,442억 엔에 인수했다고 발표해 유례 없는 대형 M&A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진행된 잇따른 대형 글로벌 물류기업 인수는 인수한 기업이 보유한 광역 네트워크와 다수의 고객을 한번에 획득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물류기업의 새로운 해외 진출 방식으로, 전문가들은 향후 일본 물류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앞으로 일본 물류기업들은 해외 진출 전략을 세울 때 글로벌 물류기업의 M&A를 검토해야만 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과거 유럽의 물류시장이 대형 M&A로 재편된 것처럼 일본의 물류시장도 이번 대형 M&A 2건을 시작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 물류업계도 이번 대형 M&A를 주목하고 있다. 지리적·경제적으로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의 변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국내 물류산업의 특성 상 일본 물류시장의 재편이 결코 ‘남의 집 불구경’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우편, ‘기업 물류’로의 본격 진입 위한 M&A
최근 일본 미즈호은행이 발표한 ‘Mizuho Short Industry Focus : 일본우편에 의한 호주 Toll Holdings Limited 인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우편의 Toll사 인수는 올해 중순 이후 진행될 일본우정그룹의 상장을 위한 준비작업에 하나라고 한다.

지난 2014년 2월 일본우정그룹은 2016년도까지 추진할 중기경영계획 ‘새 우정 네트워크 창조 계획’을 발표한 바가 있다. 이 계획에서 일본우편은 2016년까지 우편·물류사업 사업이익은 1조 8,600억 엔, 경상이익은 720억 엔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성장 전략으로써 기존 사업의 강화와 더불어 ‘물류사업 전개’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물류사업은 기업 간 물류 및 물류서비스(이하 기업 물류)로, 과거 실적이 거의 없던 분야이다. 그동안 일본우편은 서신·택배 등과 같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 물류를 중심으로 해왔다.

기업 물류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화주기업의 물류를 일괄적으로 수탁하는 것이 가능한 물류 노하우를 보유하는 것과 화주기업의 글로벌 전개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는 것이 필수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필수 요소들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설비 투자와 함께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일본우편에게 있어서 글로벌 물류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 최선의 수단이었다”고 분석했다.

Toll사 인수로 국내외 물류 기능 확보
일본우편이 자회사화를 결정한 Toll사는 호주 최대의 종합물류기업으로, 사업 구성은 TOLL GLOBAL EXPRESS 25%, TOLL GLOBAL FORWARDING 18%, TOLL GLOBAL LOGISTICS 16%, TOLL DOMESTIC FORWARDING 13%, TOLL GLOBAL RESOURCES 13%, TOLL SPECIALISED & DOMESTIC FREIGHT 15%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호주·뉴질랜드가 71%, 아시아 19%,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7.2% 등의 매출 구조로, 자국 70%, 해외 30%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30%라는 해외 비중은 일본 최대의 물류기업인 일본통운의 해외 비중 21%(그 중 아시아 12%)를 웃도는 수준으로, Toll사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회사는 호주와 아시아에서 적극적인 M&A를 통한 네트워크 및 고객 확충 전략을 추진해 왔다. 1993년의 주식 공개 이후 100여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일본에서도 경영 파탄으로 재건 중인 풋워크익스프레스(현 Toll Express Japan Co., Ltd.)를 2009년에 인수한 바가 있다.

일본우편은 Toll사의 인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물류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 상장 이후 소유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덧붙여 Toll사는 Toll Express Japan 등 일본 시장 경험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우편은 일본 국내 물류사업 기반까지 챙기며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긴테츠익스프레스도 대형 인수…또 다른 경쟁자의 등장
이번 일본우편의 Toll사 M&A와 때를 같이 해 긴테츠익스프레스도 싱가포르의 글로벌 물류기업 APL Logistics Ltd(2013년도 매출 1,860억 엔, 당기 순이익 50억 엔. 세계 60개국에서 전개)를 1,442억 엔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긴테츠익스프레스는 항공 혼재 화물을 주로 하는 에어포워더기업이다. 에셋 라이트(Asset Light)형 포워더로써 수출입 관련 이용운송*을 글로벌하게 전개하였고, 세계 각지의 물류(실제 운송, 보관 등)는 최적의 사업자에게 아웃소싱 해왔다.

* 이용운송이란?
화주와의 운송 계약에 의해 국내외를 불문하고 육해공의 최적의 운송수단을 이용해 화물의 집하에서부터 배달까지를 일관해서 처리하는 운송 서비스

일본의 물류 전문가들은 이번 긴테츠의 대형 M&A는 단순한 글로벌 물류기업의 인수가 아닌, 긴테츠익스프레스가 ‘포워딩+물류’의 원스톱 체제를 구축해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물류기업들과 본격적인 경쟁 태세에 돌입, 일본 물류기업 각사들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형 M&A로 인해 물류산업 재편 시작돼
이번 대형 M&A 사례가 일본 물류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꽤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 물류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은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로컬 물류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과 같이 글로벌하게 전개하고 있는 대형 물류기업을 돈을 들여 인수해 광역 네트워크와 고객을 한꺼번에 획득하는 접근 방식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수년 전 유럽에서 도이치 포스트가 글로벌 익스프레스 기업인 DHL을 비롯한 글로벌 물류기업의 M&A을 반복하면서 급속히 성장해 지금은 명실상부 세계 No.1 물류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한 바가 있다. 이러한 도이치 포스트의 급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유럽의 물류 각사들이 생존을 위한 M&A에 뛰어들면서 유럽 물류산업이 재편되었었다.

또한 미국에서는 FedEx가 글로벌 전개를 진행하면서 부딪쳤던 많은 제약을 당시 세계 최대의 항공화물수송회사였던 Tiger International, Inc.를 매수함으로써 극복, 단번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세계 최대의 화물전용 항공사로 부상한 사례가 있다.

유럽, 미국과 같이 일본 물류시장도 이번 대형 M&A 2건으로 인해 재편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물류기업들이 일본 물류산업의 경쟁 무대가 글로벌화 되고 강력한 새 경쟁자가 등장하고 있음을 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변화의 시기에 접어든 일본 물류시장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전 세계 물류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