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경제학 박사)

“남북 간 도로·철도 발전 위한 정책 필요”

‘물류로 남북을 하나로 만드는 꿈’을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사단법인 남북물류포럼(회장 김영윤)은 남과 북의 물류를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단체다.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바 있는 남북물류포럼은 남한과 북한의 경제협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류가 원활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이는 통일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포럼이 주최하는 조찬간담회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행사로 지난해 100회를 돌파한 바 있다.

남북 간 경제협력과 물류분야 연구의 권위자인 김영윤 회장을 만나 남북물류의 현황과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Q : 남북 간 물류 현황이 궁금하다.
A : 현재 남한과 북한 간 물류는 5·24 조치 등의 영향으로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의 경우 제품 생산을 위해 원자재를 보내고, 생산된 제품을 가지고 오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전문 물류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있지만, 공단에 입주한 기업이 자사 차량을 이용하거나 협력사(방계회사)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 물류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폭은 좁은 편이다.

Q : 현재 개성공단의 물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A : 개성공단은 국경을 넘는 것과 같다. 따라서 통관과 검역도 진행된다. 다만 남북 관계를 국가와 국가 간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관세는 없다.

또한 방북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이때 어떤 인력이 파견되는지, 어떤 화물인지, 화물 내에 다른 물건이 섞인 건 아닌지 등이 체크된다.

그러나 그 과정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성공단이 북에 위치하고 있고. 공단 내 업체는 남한 소유다. 업체 대표들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북한에 들어갈 때에는 절차상 문제로 빨리 진행되지 못하는 것들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Q : 남북 물류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것이 철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진된 남북철도 협력에 대해서는 경제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많다.
A : 그렇다. 동해북부선 연결도 상징적인 행사였다고 본다. 왜냐하면 남북 철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북한 내륙과 연결되어야 하지만, 그 내용은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철도가 물류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최소 300km는 되어야 한다. 상하차 작업 등 제반시설에 드는 비용 등 경제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Q : 지금은 중단됐지만, 과거에는 남북 간 해운산업의 발전도 주목받았었다.
A : 그렇다. 해운은 많은 제품을 운송할 수 있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또한 항만과 창고, 하역, 도로운송, 고용창출 등 관련 산업의 발전도 가져온다. 벌크선은 북한 내 항구 대부분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남포항과 인천항의 정기선, 나진항과 부산항의 정기선 운항도 재개 가능성이 충분하다. 나진항의 경우 중국과 연결되어있어 중국향 상품들이 항로를 이용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의 요녕성, 지린성 등지에서 잠재수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곳에서 일본에 수출할 경우 내륙운송을 통해 대련항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거리가 멀다. 대련항에서도 일본으로 가는데 2주 정도 걸리지만, 나진항에서 일본으로 보내면 2~3일 정도면 되기 때문에 상당히 경제적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도 나진항에서 약 46km 거리인 훈춘의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Q : 그렇다면 해운과 철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 두 분야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철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본다. 남북물류는 사회·정치적인 면을 생각해야 한다. 해운은 화물을 실어 나르면 끝나지만, 철도는 내륙 즉, 육상운송과 연결된다. 이는 남북의 교통망 등 통합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Q : 북한의 물류산업은 어떠한가?
A : 물류라는 현대적인 의미의 역량을 가지지 못했다. 물류의 개념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철도와 도로, 항만이 있지만, 기술이 덜 발달하고 장비가 현대화되지 않아 원시적인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안전도 확보되지 않았고, 인력에 크게 의존한다.

Q : 남북물류는 왜 중요한가?
A : 사람이 가는 곳에는 물자가 필요하다. 물자는 움직여야 하고, 물류는 여기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또한 현대산업은 분업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연결해주는 것이 물류다. 물류가 잘 되면 높은 부가가치를 거둘 수 있고, 소득이 올라가 남북이 잘 살게 된다. 인체에 피가 잘 돌아야 건강한 육체를 가질 수 있듯이 국가 산업에서 물류가 발전해야 다른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Q : 남북물류의 발전을 위해서 어떠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 : 남한과 북한을 잇는 것, 결국 도로와 철도의 발전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먼저 해야 할 것은 도로다.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연결된 도로는 현재 가장 좋은 경로다. 그러나 개성에서 평양과 신의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등 내륙의 도로는 보수가 필요한 구간이 많다. 특히 교량은 오랫동안 보수가 되지 않아 안전 조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남과 북이 협력을 통해 실태조사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북한이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면서 소통할 수 있는 폭을 더 넓히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Q : 남과 북의 물류를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단체다.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A : 남북물류포럼은 연 12회 조찬간담회를 개최하고, 칼럼 등을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또한 각종 세미나와 정책 간담회도 수시로 열어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에 방문해 현지를 둘러보고 유럽의 물류통합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남한과 북한 간 물류통합의 시사점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Q : 남북 관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 남북 사이에 물류가 있다. 이 물류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들의 남북물류에 대해 새롭게 인식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경제 문제를 극복하는데 남북협력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올해는 남북관계가 새롭게 시작하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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