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이후에도 한국 기업 참여 허용돼 기대 커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은 남북·유라시아 지역에 물류망을 구축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 기반을 마련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부산-나진-러시아’로 이어지는 남·북·러 물류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고, 여건이 되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실현을 위해 북한 철도 개보수 및 TKR━TSR·TCR 연결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나진항 제3부두에서 북·러 접경과 인접한 러시아의 하산까지 54㎞에 달하는 철도를 개보수하고 화물터미널 건설과 화물열차 확보를 통해 나진항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계하는 물류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0년 러시아와 북한이 나진-하산 공동개발에 합의하면서 시작되었다. 2001년 북·러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와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사업에 합의한 이후 한국 기업들에게 나진-하산-TSR을 연결하는 남·북·러 3자 국제복합운송사업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2007년 6월 한국 물류업체 6개사가 컨소시엄 방식으로 Ruco Logistics. Co. Ltd를 설립하고 철도공사 관계사와 해운 선사들이 참여하여 러시아철도공사와 한러 합작 물류회사를 창설했다.

그러나 합작법인의 경영 참여 문제를 둘러싼 이견과 북핵문제 등 정치적 이유로 인해 사업은 진척되지 못했다. 이후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나진-하산 철도 현대화와 나진항 3호부두 개발에 관한 합의서가 먼저 체결되었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2008년 10월 러시아가 70%, 북한이 30%의 지분을 갖는 합작회사(라선콘트랜스)가 설립되었다.

이후 러시아와 북한 양측은 △나진-하산 철도개보수(‘13.9월 완료) △나진항 제3부두 개발 등 항만·터미널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3년 11월 13일 한·러 정상회담 때 양국 정상은 ‘남·북·러 3각 협력’의 우선사업으로서 양국 기업이 추진하는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정부 차원에서 장려키로 합의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총 35개항의 합의문이 발표됐다. 이 합의문 내용에 한·러 간 교통·물류 인프라협력이 포함돼 있다. 나진-하산 간 철도복구 및 나진항 제3호 부두의 현대화에 양국 기업이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러시아 측은 우리 기업들의 사업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2013년 11월 한·러 정상회담 때 한국철도공사(KORAIL), 포스코, 현대상선으로 구성된 우리 측 3사 컨소시엄과 러시아 측이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포스코가 터미널의 운영과 석탄 등 광물자원의 물동량을 확보하고 코레일이 철도 운영 및 상하역을, 현대상선은 해상운송을 담당하게 된다. 러시아는 러시아가 보유 중인 나선컨트랜스의 지분 가운데 일부(49%)를 한국 기업에 매각하여 신규 사업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나진-하산 간 교통·물류사업의 주요 화물은 석탄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경우 대상 화물을 컨테이너로 확대하고 중국 훈춘지역으로의 수송로를 추가로 구축한다는 복합적인 구상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나진 간 해상수송 후 TSR 경유 컨테이너 물류수송’이 현실화될 경우 부산-모스크바 간 물류 수송 기간은 해상운송에 비해 20일 이상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동차산업 등과 관련된 고부가가치 화물의 재고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애물도 있다. 해상운임이 하락할 경우 TSR의 상대적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상수송과 철도수송의 비용 격차를 TSR 노선이 가져올 수송 기간 단축 효과가 커버하지 못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운임 차이에 상당히 민감한 TSR 이용 화주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또 있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성기영 연구위원은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발행하는 <수은북한경제> 2014년 가을호에 기고한 글(남북러·남북중 삼각협력을 통한 대북경협 활성화 방안)에서 “모스크바행에 국한해 분석했을 때 이러한 경제적 효과가 유럽 국가의 기타 도시들을 향하는 동일 방식 물류 수송에서 그대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나진항 개발 이후 사용권 계약을 맺을 때 어떤 조건을 제공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통일연구원 성기영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현재 석탄벌크항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진항을 컨테이너항구로 개발했을 경우 어느 정도의 우선 배정권을 받느냐, 또는 어느 정도의 이용 할인율을 적용받느냐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의 정도는 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러 협상뿐만 아니라 북·러 간, 남북 간 양자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TSR 경유 노선의 경제성은 러시아철도공사가 2015년 실현을 목표로 내놓은 ‘TSR 7일 프로젝트’의 이행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철도공사는 지난 2009년 컨테이너 화차의 고속화를 통해 극동 항만에서 유라시아까지 1,500㎞/일의 화물열차를 운행함으로써 7일 안에 수송을 마친다는 ‘Trans-Siberian in Seven Days’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의 핵심은 나선컨트랜스의 러시아 측 지분 매입 협상이다. 지난해 2월과 7월 우리 측 기업 관계자들과 정부 측 관계자들이 나진항을 두 차례 방문, 지분 인수 협상을 위한 현지 점검 작업을 벌인 바 있다.

정부는 남북협력과 국제협력의 균형적 추진을 통해 남·북·러 물류 활성화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실현을 위한 토대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즉 유라시아 대륙 내에서 끊어진 물류 네트워크를 연결해 ‘하나의 대륙’을 지향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단추’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연속성에 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정부는 5.24조치, 즉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하지만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은 허용했다. 유일한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유라시아 실크로드 친선특급(가칭) 사업
지난 1월 13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외교부 청사에서 ‘유라시아 실크로드 친선특급(가칭)’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

‘유라시아 실크로드 친선특급’ 사업은 2013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하는 시범사업이다.

외교부와 철도공사는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유라시아 실크로드 친선특급’ 사업 추진을 위한 T/F를 구성해 이동경로 및 시기, 주요행사, 참가자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동경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통과국이 포함될 예정이다.

‘유라시아 실크로드 친선특급’ 사업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과제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로 이어진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는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대륙횡단철도(TSR, TCR, TMR, TMGR)를 연계하는 철도망을 기반으로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복합물류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유라시아 대륙은 세계 인구의 71%가 분포되어 있고 12시간대를 통과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 대륙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라시아지역 내 단절과 고립, 긴장과 분쟁을 극복하고 소통과 개방으로 평화롭게 교류하며 함께 번영하는 새로운 유라시아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유라시아철도 구상과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이다. ‘하나의 대륙’은 유라시아 내 끊어진 물류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물리적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는 유라시아 동북부를 철도와 도로로 연결하는 복합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유럽까지 연결하자는 것이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실현할 수 있다.

유라시아 철도사업은 기존의 남북관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유럽-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가 연결되면 수송 시간 및 비용 절감 등으로 남북 간의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경제협력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남북 통합철도망 연결사업은 동북아를 통합하는 국제 승객철도망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국제 화물철도망으로 구분된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유라시아 지역의 물류와 에너지 네트워크는 물류비 절감과 무역활성화에 기여하고 유라시아 경제권 형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북·중·러 만나는 꼭지점 ‘나선경제특구’
‘동북아 물류 대동맥’ 잠재력 큰 지역

북한의 나진항은 남·북·중 삼각협력과 남·북·러 삼각협력 구상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나진항을 품고 있는 나선지역은 중국 동북지역, 러시아 극동지역, 북한 북부지역이 하나의 꼭지점에서 만나는 접경지역으로 향후 ‘동북아 물류 대동맥’의 한 축을 형성할 잠재력이 큰 지역이다.

나진항은 하산을 통해 TSR과 연결될 뿐만 아니라 한만(韓滿) 철도노선의 동북부 종착역으로 하얼빈에서 투먼 방향으로 운송되는 화물들을 국제무역과 연계시키는 주요 항만 중의 하나다.

현재 나진항에는 3개 부두에 5,000〜10,000톤급 선석 15개가 있으며, 안벽연장은 총 2,448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두 전면 최대 수심은 11m로 1만 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다.

나진항은 연간 400만 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으며, 초기 10만TEU 화물을 TSR로 유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번, 2번 부두는 주로 중국 측 석탄을 중국 남방으로 운송하고 있으며, 3번 부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연계되어 개발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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