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사업자를 위한 법률상담

Q
A사는 B사와의 사이에서 시멘트 3만 포대(이하 ‘본건 화물’)를 B사의 선박(이하 ‘본건 선박’)을 이용하여 강원도 묵호항에서 제주항까지 해상운송(이하 ‘본건 해상운송’)하기로 하는 내용의 해상운송계약(이하 ‘본건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본건 해상운송계약에 따라 본건 화물은 본건 선박에 선적되었던 바, 본건 선박은 묵호항을 출항하여 제주항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항해 도중 제주항으로부터 약 12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갑자기 폭풍을 만나게 되었다(당시 예상최대파고는 3~5m, 풍속은 뷰포트 풍력계급으로 7~8등급). 본건 화물을 적재하고 있던 선창의 목재덮개가 돌풍에 동반된 높은 삼각파도에 맞아 부러졌고, 위 파손된 부위를 통하여 유입된 해수가 본건 화물에 스며들면서 본건 화물이 수침손을 입는 사고(이하 ‘본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에 대하여 B사가 운송인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아니면 B사가 항해과실에 기한 면책(상법 제795조 제2항) 또는 불가항력에 기한 면책(상법 제796조)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A
대법원은 1998. 3. 15. 선고 96다45054판결에서 선박은 약정된 항해에서 통상 예견되는 황천(荒天) 기타 기상이변에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①본건 사고 당시 예상최대파고는 3~5m, 풍속은 뷰포트 풍력계급 7~8등급이었던 점, ②본건 사고 당시 선체 자체의 손상이나 인명피해는 없었고, 단지 선창 덮개 일부만이 파손된 점, ③본건 사고 당시 본건 선박과 근접하여 항해 중이던 다른 선박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본건 사고를 유발한 돌풍 및 삼각파도는 해당 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위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면서 본건 선박의 선창 덮개의 특정부위만 파손된 점을 고려할 때, 위 덮개는 발항하기 이전부터 해당 항로에서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돌풍과 파도의 충격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노후되어 있었으므로 결국 본건 선박은 발항 당시에 불감항의 상태에 있었던 것이어서 항해과실 면책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한편 본건 선박은 출항 이후 하루 만에 레이더 고장으로 부산항을 경유하게 되었던 바,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하여도 감항능력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하였다).

상법상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밖의 선박사용인이 감항능력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바, 항해과실로 인한 손해라고 하더라도 감항능력주의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운송인은 면책되지 않는다.

또한 선박의 감항능력은 본건 사안과 같이 항로, 항해의 시기, 기간, 화물의 성질, 수량 등 구체적인 사실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판단의 기준시기는 발항시이다(상법 제794조).

따라서 운송인으로서는 발항 이전에 감항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여 예상치 못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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