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新유통물류 Story

얼마 전 회사에서 초등학교로 치면 가을 운동회와 같은 가족과 함께하는 한마음 운동회를 했다. 평소 출근할 때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운동회 장소로 이동하면서 가로수에 단풍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았다.

짧은 신호 대기 시간에 평소 같으면 그냥 라디오의 뉴스나 음악을 별 생각 없이 들으며 보냈겠지만, 그날은 창문을 열고 가로수를 봤다. 찰나의 시간이지만 가을의 멋을 조금 맛볼 수 있었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다가도 어느 순간 도시의 가로수들이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들었을 때 우리는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알게 된다.

여름에서 가을로 변해가는 계절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계절은 틀림없이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었고, 이 낙엽이 떨어지면 겨울이 오게 되어 있다. 우리 경제의 흐름도 계절의 흐름과 결코 다르지 않다.

계절의 흐름과 같은 경제 흐름
트렌드 동조화 이야기를 얘기한 적이 있다. 전 세계가 경기 침체 현상을 함께 겪고 있으며, 경기 침체로 인해 점점 더 심해지는 양극화 문제 역시 전 세계가 동조화해 함께 발생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런 트렌드 동조화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봄에 뿌린 씨앗은 가을이 되면 수확을 하게 되고, 수확을 한 후에는 내년 봄을 대비하며 겨울을 보내기 마련인 것처럼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라다.

봄에 씨를 부려야 수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씨를 뿌리는 사람이 지금이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씨를 뿌린다면 그 씨가 어떻게 되겠는가?

요즘 같은 가을에 씨를 뿌리면 그 씨는 겨울 한파를 이겨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씨를 살리고자 겨울 한파를 이길 수 있도록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다면 결과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다지 수확할 것은 없다. 그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잘못된 투자는 오히려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계절의 흐름이 바로 트렌드이며, 트렌드를 본다는 것은 다른 말로 어느 때인지를 아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런데 계절의 변화처럼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다양한 트렌드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우리 스스로 어떤 트렌드로 가고 있는 것인지 발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관찰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 인지를 알지 못하고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현상을 잘 관찰해야만 하는 것이다.

유통 기반 경제 성장의 핵심은 물류
다양한 트렌드가 있지만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상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바로 경제다. 우리 경제가 한 여름처럼 뜨거운 상황이 아닌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이미 뜨거운 한여름을 지나 식어가고 있는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수확을 하고 있는 수확기의 가을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늦가을에서 초겨울의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보자. 이제까지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수출과 부동산이었다. 기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두 가지 항목에 대하여 우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이상 가을에 씨를 뿌리는 것과 똑같은 일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기존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제조 기반이라면 전 세계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연결되는 글로벌 온라인 시대의 수출은 유통 기반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는 제조 기반의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기존 패러다임의 수출한국을 위해 경쟁력 있는 제조 기반의 역량을 갖추기에 집중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겨울 발이 춥다고 언 발에 오줌을 누면 어떻게 되는가? 잠깐 따뜻할 지는 모르지만 결국 더 꽁꽁 얼어붙는 것이다.

초겨울에서 한겨울로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다시 찾아오게 되는 봄을 위해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면서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구조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모든 제품이 바로 새로운 유통 기반의 수출품이 될 것이다. 결국 그런 유통 기반의 핵심은 그래서 물류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만의 사람 냄새 넘치는 물류 구현해야
필자가 ‘Beyond amazon’을 외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제조 기반의 수출에서 유통 기반의 수출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아마존을 뛰어넘는 글로벌 온라인 시대를 주도하는 유통 플랫폼의 탄생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크고 강력한 유통 플랫폼이라면 우리가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유통 플랫폼은 작지만 세심한 플랫폼이어야 한다.

작지만 세심한 유통 플랫폼은 다른 것이 아니다. 매우 획일화되고 기계적인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전 세계 시장에 접근하는 아마존의 방식을 탈피해 해당 지역의 특성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매우 유연한 스토리가 있는 감성 유통 플랫폼이다.

아마존에서 드론 택배를 발전시키고 로봇이 택배를 하는 사이버택배 시대를 열어갈 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작지만 세심한 유통 플랫폼의 택배이자 따뜻하고 세심함이 있는 사람 냄새 풀풀 넘치는 ‘홍익 택배’여야만 한다는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전 세계에서 우리만이 알고 있는 ‘정(情)’을 유통 플랫폼에 접목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다른 나라가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이 바로 경쟁력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정(情)’을 유통 플랫폼에 접목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자가 보기에 현재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에서 정을 느낄 수 있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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