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경의 스마트물류

지난 두 편에서는 복합회랑관리(Integrated Corridor Management, ICM)와 유통물류환경관리(Distribution Environment Management, DEM)의 중요성과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는 시각을 좀 달리하여 플랫폼(platform) 관점에서 공급망회랑관리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지금은 플랫폼 전성시대
현대는 바야흐로 플랫폼 전성시대이다. 원래 철도역에서나 봄직한 플랫폼 용어가 IT 쪽으로 옮아 붙으면서 어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기 위한 OS(Operation Software, 예를 들면 Windows나 리눅스)를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과거 OS정도만 플랫폼이라고 하던 것을 이젠 카카오톡, 페이스북과 같은 SNS용 Open API 기반의 플랫폼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과거 플랫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며 실상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서비스나 마케팅기법도 대부분 이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 플랫폼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강력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정보와 사회의 ‘생태계’를 구축하여 관련 서비스나 마케팅이 더욱 다양해지고 크게 확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플랫폼에 대한 용어는 1990년대부터 산업이나 제품에 대한 콘셉트로 설명되어 왔으나 물류플랫폼(Logistics platform)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03년 알딘(Aldin)과 스태어(Sta h re)는 자신들의 논문에서 물류플랫폼을 전자상거래에서 마 케팅 채널을 확대시키고 물류의 유연성을 높이는 중요한 콘셉트로 소개하였다. 스페인의 캄브라 피에로(Cambra-Fierro)와 루이스 베니테즈(Ruiz-Benitez)는 2009년 발표한 논문에서 ‘복합물류플랫폼(inter-modal logistics platform)’을 설명하면서 다양한 공급망 관리를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행함으로서 물류의 흐름과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플랫폼을 설명하였다.

유럽플랫폼(EUROPLATFORMS)은 상기와 같은 복합물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래 <그림 1>과 같이 다양한 물류업자들이 운영하는 국내 및 국가 간 물류를 중앙집중형 단일 플랫폼을 통해 연결한다는 콘셉트다.

현재 유럽 9개국의 53개의 지역 및 국가물류센터(freight villages), 2400여개 물류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플랫폼의 구성은 물리적 수준(철도, 항만 등 물류인프라 및 주요 회랑(corridor) 등 물류네트워크)과 정보수준(가시성 등 물류정보 서비스 제공)으로 나눌 수 있다.

물류비즈니스 개발에 도움이 되는 물류플랫폼
물류 플랫폼 콘셉트를 현실화하여 두 가지 모순적인 물류의 목표(높은 물류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 낮은 물류비용을 유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물류의 통합적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즉 물류정보를 통하여 공급망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류플랫폼 콘셉트의 적용은 전략적 유연성을 높여 물류채널과 마케팅 간의 상호작용을 높이고 다양한 물류비즈니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류플랫폼의 몇 가지 예를 살펴보도록 한다.

SMILE(Smart Mobility and last MILE logistics)은 290만 유로의 비용으로 2013년부터 시작하여 2016년까지 진행될 이탈리아의 국책연구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주로 도심교통 및 물류환경을 정보기술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는 플랫폼 명칭이다.

여기에 굳이 ‘last mile’을 사용한 이유는 도심물류의 급격한 증가가 도심교통 정체와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smart mobility’의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통량과 흐름에 대한 조사를 넘어서 도심 전체의 기존 및 미래 인프라와 소비자성향, 마켓흐름 등 복잡다양한 정보를 분석하여 기존기술과 시스템의 통합,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기능, 알고리즘 및 서비스의 개발, 그리고 새로운 미래기술과 시스템의 개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SMILE은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통계적 알고리즘을 만들고 도심물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통합물류정보 플랫폼 구성을 목표로 한다.

맨해튼 어소시에이츠(Manhattan Associates)의 물류플랫폼은 물리적 공간의 물류활동과 가상공간의 물류정보, 내외부의 물류구성원들 간의 긴밀한 생태계를 플랫폼 개념으로 구현하여 공급망의 가시성을 확보하고 지능을 높여 마케팅을 강화시키는 솔루션이다. 이런 물류정보 플랫폼은 과거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등과 비슷하게 볼 수도 있으나 물리적인 활동과 정보활동의 연결고리가 더욱 강화되고 유연한 개념이다.

한편,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발전으로 사람-사물-공간의 초연결사회에 대비한 플랫폼 구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그림 2> 참조). 최근의 예를 들면 국내에서 SK텔레콤과 미국 퀄컴사가 ‘IoT 기반의 텔레케어 솔루션 플랫폼’을 공동개발하여 독거노인 또는 활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집 안에 활동 감지센서나 화재와 가스 누출 감지센서 설치, 응급호출 버튼을 제공해 응급 상황 발생 시 HD 카메라로 실시간 확인과 긴급 대응이 가능토록 지원하는 솔루션을 개발한다고 한다.

영화 ‘그녀(Her, 2013)’는 컴퓨터와 휴대폰을 통하여 가상의 연인과 실제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이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빅데이터, IoT 등으로 중무장된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의 결과물이다. 물류비즈니스에서도 초연결사회에 적합한 서비스가 나타날 날이 머지않았다.

물류플랫폼에 대한 개념이 비교적 최근에 자리 잡고 있으나 기발하고 상상력 높은 물류플랫폼들이 빅데이터나 IoT, 드론 등의 주변기술의 발전과 정보통신을 활용한 새로운 마케팅기법의 등장과 함께 성장할 것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