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사업자를 위한 법률상담

Q
국내 기계 제조회사인 A사는 인도네시아 회사인 B사에게 열교환기 제품(이하 ‘본건 화물’)을 수출하기로 약정하였고, B사는 인도네시아 보험회사인 C사와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A사는 한국 부산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항까지의 해상운송을 국내 선박회사인 D사에게 의뢰하였고, D사는 본건 화물을 D사의 선박에 적재한 후 무고장 선하증권(이하 ‘본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본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 지상약관(Pa ramount Clause)에 따르면, 선적지 국가나 도착지 국가에서 1924년 헤이그규칙을 입법화하지 않은 경우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해당 운송계약에 관하여 헤이그규칙을 적용하도록 규정하였다.

한편, 본건 화물은 자카르타항에 도착하여 확인하여 보니 화물 일부인 4개 포장(미화 60,000달러 상당)이 긁히거나 찌그러져 손상된 것(이하 ‘본건 사고’)으로 확인되었다.

본건 사고에 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인도네시아 보험회사인 C사가 국내 선사인 D사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헤이그규칙상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이 영국화 100파운드인지 아니면 금화 100파운드인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A
1924년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은 해상운송인의 책임을 포장당 100파운드(100 pounds sterlingper package or unit)로 제한하고 있는데 그와 동시에 제9조 제1문에서는 ‘이 협약에서의 통화단위는 금화(gold value)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위 규칙을 따를 때 포장당 책임제한액 100파운드가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영화(英貨)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금화 파운드(gold value pound)를 의미하는지가 불분명했다.

만약 영국화 100파운드라면 이는 약 미화 170달러에 해당하는 매우 소액이며, 금화 100파운드로 해석된다면 약 미화 21,000달러를 상회하는 금액이므로 화주가 배상받을 수 있는 한도액이 상당히 커지게 되어 실제 국제해상운송계약관계에 있어 위 조항의 해석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위 쟁점이 문제가 된 사건의 제1심 및 항소심 법원 모두 헤이그규칙상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은 금화 100파운드가 아닌 영국화 100파운드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하급심 법원들은 이 금액은 우리 상법이 정하고 있는 포장당 666.67SDR 책임제한액보다 낮아서 무효이므로 상법상 포장당 666.67SDR 책임제한액을 적용한 금액(666.67SDR×4포장=2,666.68SDR, 약 480만 원)만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2014. 6. 12. 선고 2012다 106058)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헤이그규칙의 금화조항에 관한 외국판례들의 태도를 수용하면서 (1)헤이그규칙이 제정되었을 당시의 사정 및 그 이후의 pound sterling 가치의 변천 취지를 고려할 때, 헤이그규칙상의 ‘100 pounds sterling’을 금화 100파운드에 들어있는 금의 가치라고 보는 이상 이를 현재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100파운드의 가치와 동일시 할 수는 없고, (2)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이 금조항에서 벗어나 고정된 가치를 가진 계산단위로서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을 창설하였던 취지 및 헤이그-비스비규칙과의 관계를 살펴볼 때, 헤이그규칙상 포장당 책임제한액 ‘100파운드(100 pounds sterling)’는 금화 100파운드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동안 영국법원은 1988년 ‘The Rosa S’사건에서 헤이그규칙상 100 pounds sterling은 금화 100파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고, 호주, 싱가포르, 프랑스, 미국 등 각국의 법원에서도 이와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한 점에 비추어 위 대법원 판결은 국제적인 해상운송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단, 영국 판례 ‘The Tasman Discoverer’사건 판시 취지에 비추어 판단해 보면, 본 사건에서와 같이 선하증권의 지상약관(Clause Paramount)으로써 헤이그규칙 전체를 계약에 편입한 것이 아니라 위 규칙의 제4조 제5항 내용만을 구체적으로 선하증권 이면약관으로 기재하거나 또는 명시적으로 헤이그 규칙 제9조 금화 조항은 배제한다고 기재한 경우에는 포장당 책임제한액은 영국화 100파운드로 해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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