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큐먼트 피 인상하려다 공정위 적발…억울한 면도 있어

지난 3월 화물주선업체(포워더)들이 담합행위를 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어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담합 내용이 들어간 문서와 진술을 확보했으며, 현재 관련 서류의 제출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담합 과정과 속사정을 들어봤다.

업체 20여개 이상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포워더 업계 담합 사건의 실상은 이렇다.

올해 초 일부 포워더 업체가 도큐먼트 피(Document Fee : 서류에 대한 부대비용)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도큐먼트 피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을 고민하다 일제히 올리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선사에게 제출하는 도큐먼트 피는 지난해 3만 원으로 올랐는데, 상당수 화주들이 비용을 올려주지 않아 어느 곳은 제값을, 어느 곳은 절반을, 어느 곳은 한 푼도 받지 못하면서 손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개 이상의 포워더 대표와 임원들은 한 곳에 모여 회의를 열고 일괄 3만 원으로 인상하자고 입을 맞췄다. 그리고 며칠 뒤 화주들에게 비용 인상을 통보했다. 다른 곳도 올렸으니 우리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상황이 급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가 들이닥치면서부터다. 사건을 접수한 공정위는 담합에 참여한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고,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대표들도 줄줄이 소환됐다. 진술 내용은 판박이 같았고, 4~5개 업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뒤 막을 내렸다.

“우량 화주는 예외로 칩시다”
회의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는 “인상에 합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속사정은 복잡했다.

그는 “문제는 특정 화주들은 예외로 하자는 말이 나오면서부터다. 각사의 우량 화주들이나 대기업은 인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는 연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올려 받을 방법이 없다는 말도 나왔다. 누구를 예외로 둘 것이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일관된 기준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각자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일단 예외를 제외한 나머지는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시기를 조율했다. 명백한 담합이었지만 그 마저도 어설펐던 셈이다.

어떻게 공정위가 알았을까?
업계가 가장 궁금했던 건 ‘어떻게 공정위가 알았느냐’였는데, 회의에 참석했던 한 업체가 불만을 품고 공정위에 신고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소문은 특정 화주를 보호하길 원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알렸다는 것과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은 일부 업체가 코로딩(Co-Loading, 타 사와 혼재하여 운송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되자 사실을 알렸다는 것으로 나뉜다.

지목된 해당 업체 관계자는 “모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담합이라서 참여를 거부했다”며, “자율적인 것도 아니었고, 예외 조항에서도 일관성이 없어 참여하지 않았다. 다른 업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화주 보호를 위해서 신고했다는 건 누군가 소문을 퍼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머지 소문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증언도 나왔다. 한 업체 실무자는 “담합에 합의한 업체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한 업체 직원이 예외로 정한 화주리스트를 실수로 메일에 첨부했다가 새어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불똥은 협회에도 튀었다. 협회 회의실에서 논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협회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협회는 회원사에게 회의실을 빌려준 것일 뿐이다. 우리는 그 자리에 배석하지 않았으며, 나중에 항의가 들어와서 알게 됐다. 법적으로 협회는 운임을 결정하거나 관여할 수 없고, 그런 사실도 없다. 회원사가 와서 회의실을 잠시 쓰겠다는데 거부할 명분이 없고, 회의록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반박했다.

중소 화주에 갑질…안타깝다는 말도
이번 사건을 두고 업계는 자성을 촉구하는 의견과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자성하자는 입장은 대기업은 놔두고, 서비스를 꼭 이용해야 하는 중소 화주들에게만 올려 받겠다는 심보는 갑의 횡포에 시달려왔던 물류업계가 스스로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편에서는 선사가 일방적으로 올린 금액을 화주가 보전해주지 않으니 결국 앉아서 손해만 보는 셈인데, 오죽했으면 이랬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며 안타깝다는 의견을 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주와 대형 선사 사이에 낀 포워더는 약자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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