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경의 스마트물류

지난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체코 프라하에서 ISO TC122(packaging) 회의가 열렸다. 이 기간 동안 각 WG(Working group, 작업반)이 열렸는데, WG13(Returnable transport system(순환물류체계), 이하 RTS)에는 24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이날만 3건의 표준화 아이템이 회의 중 제안되기도 하는 등 활발한 논의가 벌어졌다.

순환물류체계(RTS)는 자동차산업 등 일부 분야에 필수적인 물류체계로 자리 잡고 있고, 기술적으로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최근 ICT 분야의 눈부신 발전과 RTS의 효율적인 운영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번 호에는 RTS에 대한 개념과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RTS의 정의
RTS는 여러 번 반복해서 재사용이 가능한 표준화된 물류용기 및 기기를 산업별, 국가별, 국제적으로 공동운영하는 체계를 말한다. 특히 단기간 사용된 후 폐기되는 물류용기를 반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물류기기 및 운영시스템을 구축하여 유통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친환경, 고효율의 선진유통물류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RTS의 효과
RTS는 1회성 물류용기의 구매로 인한 비용과 사용 후 폐기로 인한 비용발생 및 환경오염 원인 제공 등에 대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제거하므로 기업물류혁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2015년 세계 RTS용 플라스틱용기만 5조 원(The Freedonia Group, Inc, 2013)으로 예상되는 등 매년 7%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미 유럽 및 북미 대부분의 자동차기업의 경우 주축사업에 대한 역량 집중과 물류비 절감을 이유로 RTS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미국 도요다 자동차는 RTS 적용 후 10년 동안 10억 달러 절감하였고, 삼성전자는 내수용 냉장고에 적용하여 연간 100억 원을 절감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물론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수준의 RTS 구축이 매우 용이하다. 비교적 좁은 국토와 발달된 교통망, 짧은 유통거리, 높은 ICT 기술 등 선진화된 물류기반을 갖춘 우리나라는 국가수준의 RTS 구축 시 국가 유통물류비의 절감, 환경비용 절감과 기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관련 물류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RTS 기술 및 표준화 대상
RTS를 구성하는 3대 기술요소는 수송용기(Returnable Transport Item, RTI), 취급기기 및 운영시스템이다. 용기에 대한 기술은 경량 물류용기, 접이식 물류용기, 스마트 물류기기 등 순환물류용기 및 관련 부품 등이 되겠으며 취급기기는 자동화 및 적재시스템 등이 되겠다.

RTS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핵심은 용기 및 기기의 운영을 위한 운영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며, 위치 추적, 정보 허브(hub) 구축 등이 포함된다. RTS의 운영은 자사에서 운영할 수도 있으며 렌털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업계 공용으로 운영하는 등 다양한 공급망 관리(SCM)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준 높은 금형 및 ICT 기술을 바탕으로 순환물류용기와 기기(파렛트, 플라스틱 상자, 대차 등)를 개발하고, 상호 작용하는(interactive) 수요 예측 시뮬레이션 모델과 순환물류운영 시스템 개발, 관련 비즈니스 활성화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망이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RTS는 표준화가 핵심요소다. 비표준 RTS는 오히려 높은 손망실률로 인한 비용 발생, 호환성 부족으로 인한 물류 효율의 저하 등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요 표준화 추진 방향은,
■ 순환물류용기의 주요 특징 및 일반적인 요구사항, 규격 단위로서의 표준 치수, 내구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최소 성능요건 및 시험방법에 대하여 규정
   * 치수별 : 소형, 중형, 대형(벌크) RTS 용기 등
   * 용도별 : 공용, 액체, 고체(분체), 기체, 식/의약품 등
   * 기능별 : 고정식(straight wall), 접이식(foldable), nesting 등
   * 소재별 : 플라스틱, 목재, 종이 등
   * 기타 : 라벨, 마킹
■ 순환물류용기의 운영
   * RTS에 대한 일반적인 취급 및 운영 지침
   * RTS 세척 및 위생 기준
   * 순환물류용기 취급을 위한 자동화 설비 및 순환물류기기 관련 표준 및 가이드라인
   * RFID, IoT 등 ICT 애플리케이션
등과 같다. 이들 표준은 업계 및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표준화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ISO에서는 TC122/WG13에서 다루고 있다. 현재 플라스틱용기 및 시험방법을 포함하여 5건의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식품용 순환용기를 위한 세척 및 위생기준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이 2012년 가을에 제안하여 작업반 의장을 맡고 있으며(의장 : 엄재균 명지전문대학 교수) 필자는 2건의 표준에 대한 프로젝트 리더를, 다른 3건은 독일에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RTS의 전망
국가적인 차원의 RTS 표준화는 중소기업 공동물류를 활성화하고 상품 손실 및 폐기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물류서비스를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RTS는 단방향 물류체계보다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커 순환물류용기와 취급기기, 물류정보 네트워크의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특정 업체 및 산업 부문에서 제한적인 RTS가 구축되고 있으나 ICT 기술을 활용한 용기 추적이나 회수시스템 등에 대한 표준이나 운영시스템이 미흡하여 실제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한 RTS가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며 물류와 유통환경에 따라 경제적 및 환경적 효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유제품 등의 식품, 전자 및 기계부품, 생활용품, 자동차부품, 의류잡화 등 공산품 생산업체가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RTI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급망에서의 손망실과 비효율적인 운영이다. RFID와 같은 ICT 기술의 접목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스마트한 RTS의 운영과 정착은 운영참여자들(생산, 공급, 물류, 도·소매업자 등)의 협업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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