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악화 견디지 못해 타 기업에 흡수 합병되는 사례 확산

경영난에 허덕이는 의류 물류서비스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 견디지 못해 다른 기업으로 흡수 합병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백화점 납품대행 물류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던 중소형 의류물류업체인 B사는 오랜 경영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T사로 흡수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초 또 다른 중소형 의류물류업체인 G사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다 결국 S사로 매각을 확정했으며, 최근 모든 인수인계가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D사 역시 T사로 최근 흡수됐다. 이들은 모두 오랜 적자에 허덕이다 부채를 떠안아주는 조건에 회사를 넘겼다.
최근 의류물류업계에서는 B사, G사, D사의 뒤를 이을 업체들이 아직 많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극심한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이 많다는 것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붕괴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류산업은 그 어느 시장보다 변화가 무쌍하고, 물류경쟁력이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산업이다. 변화 속도에 뒤쳐지고, 기업 경영 환경에 둔감했던 물류기업들의 붕괴 현상이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인프라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형 물류기업들의 경우 점차 시장에서 퇴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운임 반의 반 토막

중소형 의류물류기업 붕괴 현상이 초래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업체 간 출혈 경쟁을 꼽는다.
원가는 계속해 오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치열한 저단가 영업만 벌이고 있으며, 이는 의류물류업체들의 경영 상태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류물류업체들이 받는 운임은 매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수 의류물류업체 관계자들은 현재 운임 수준은 10년 전 운임에 비해 반의 반 토막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박스 당 8,000원 수준이었던 운임이 현재는 3,000원대를 받고 있다며, 업체 간 경쟁이 심해 운임을 올려보려는 생각은 꿈도 못 꾸고 있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한 의류물류업체 관계자는 “자본력이 탄탄한 대기업들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단가 영업을 일삼는 기업들이 많고, 결국 최악의 사태까지 진행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배송기사 이탈 가속화… 전체 조직망 붕괴로 이어져 

지속된 운임하락 현상은 일선 현장 배송기사들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또 서비스 질 하락은 물론 기업의 존폐까지 위협하고 있다.
서비스 단가가 낮아질수록 본사는 물론 배송기사들의 수입까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 기사들은 급여를 제 때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영업소들은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송기사들의 이탈 증가 사태는 남아있는 기사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서비스 지연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의류물류업체들은 보통 오전 10시 전에 대부분의 점포에 납품을 완료한다. 입고된 상품을 당일 판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배송기사들의 부족현상으로 인해 오후 3~4시가 넘어 배송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의류업체들은 판매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고, 결국 물류기업들은 클레임까지 떠안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고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화창했던 봄날만 생각하다 결국 도태

중소형 의류업체들의 또 다른 붕괴 요인에 대해 업계관계자들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고와 행동 모두 과거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도태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백화점, 아울렛, 가두점 등의 매장에 납품해주는 물류서비스를 수행하는 중소형 의류물류기업들은 과거 호황을 누렸다. 이는 과거 의류업체들이 판매 예측 결과와 상관없이 대량 납품을 실시했다 대량 반품을 실시하는 형태를 취했기 때문이다. 물류업체들 입장에서는 오고가는 물량이 많아 많은 이득을 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의류업체들은 정확한 수요 예측에 따른 소량 생산과 정보시스템을 통한 정확한 판매전략 등을 통해 최소한의 납품만 실시하고 있다. 의류물류기업들의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으로, 운송료뿐 아니라 보관료, 가공비 등의 모든 부분에서의 수익구조가 나빠지게 됐다. 여기에 반품량까지 줄어 물류기업들의 수입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물류기업에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신규 브랜드 런칭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성공하는 브랜드는 손에 꼽힌다. 이는 물류기업들에게도 큰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실패할 경우 입게 될 물류기업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별 매출 추이 등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며, 나름대로 위기 상황을 감지해 나가야 하나 대부분의 물류기업들의 그렇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기업 의류물류회사들도 어렵긴 마찬가지

의류물류서비스를 수행하는 대기업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의류업체들의 서비스 요구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의류업체 자체가 경영난을 겪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물류기업인 A사는 의류업체의 물류운영을 하다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수억 원의 손해를 입히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당했다.
반면 한 의류회사의 물류운영을 진행해온 또 다른 대기업 물류회사인 B사는 의류업체의 도산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됐으며, 채무변제를 위해 물류센터 제품에 빨간딱지를 붙이기도 했다.
또 다른 기업인 C사는 배송조직이 제대로 갖추지 못해 월 3~4억 원씩 적자를 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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