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밝혀지는 공무원, 화물협회 비리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으로 함께 수사를 진행한 본지 물류산업연구원 화물제도개선본부 담당자들은 브로커와 협회 관계자, 공무원이 결탁한 사실을 포착하고 비리를 밝히는데 일조해왔다. 그들은 불법 번호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대가를 받고 불법 행위에 동참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허위 서류를 눈감아준 것을 적발하기도 했다.

수만 대에 이르는 불법 번호판이 시중에 생성될 수 있었던 것은 브로커들의 수법이 교묘해서만은 아니다. 공무원과 협회관계자, 브로커가 짜고 친 고스톱에 정부와 물류업계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공무원, 협회 관계자들이 연루돼 있는 것은 수사가 확대될수록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로, 부도덕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선 공무원·정부 관리 감독 제대로 안 돼
불법 번호판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협회 관계자들이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업계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폐차 업무를 각 지역 협회가 일괄적으로 맡고 있는 데다, 이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지자체가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기 때문에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공무원들은 잘 몰라서 그랬다는 핑계 아닌 핑계만 늘어놓고 있다.

국토해양부 TFT조사에서 가장 많은 불법 번호판이 생성된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의 A구청 관계자는 “워낙 관련 법규가 복잡해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인력이 부족해 대충 검토할 때도 있다. 또 바쁘다보니 자리를 옮기거나 업무가 바뀌면 전임자와 인수인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또 다른 지자체들은 담당자로 지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일로, 잘 몰라서 발생한 것 같다는 식의 일관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광주경찰서 수사 때는 특이하게도 이전과 달리 공무원들과 협회 관계자들 그리고 브로커의 연계가 집중 조사됐다.

그 결과 광주의 G구청에서 트랙터를 이용해 수십 대를 불법증차해준 사실과 전남의 D군청에서는 수백 대의 견인차량을 트랙터로 대·폐차해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수사 당시 한 지자체의 공무원은 자살이라는 극단의 길을 선택하고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각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협회 관계자들이 불법이나 편법에 동승하지 못하게 당장 제도를 보완하고 지침을 만들어 꾸준히 교육을 진행해야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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