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쫓겨 부실 화주 잡았다가 돈 못 받아

물류업계에 ‘미수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딘 경기회복으로 산업계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미수금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수금 규모는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으며, 일부는 거래처가 파산하거나 지급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난감한 입장이지만 화주를 놓칠 수 없어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상황이다.

화주 떠날까 미수금 독촉 못해

포워더(화물운송주선업자) 업계의 미수금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비교적 큰 업체들은 현금유동성 등 상황이 좋은 편이지만 중소 업체들은 미수금의 증가세가 지속되면 큰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포워더업계에서 미수금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부분 화주업체의 매출 부진에 있다. 어려워진 화주업체들이 정상적으로 화물을 운송시킨 뒤에도 무작정 운임 결제를 늦추겠다고 생떼를 쓴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서비스 품질을 트집 잡아 운임을 깎자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화주업체도 제때 운임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중소 수출입 업체들로 운임을 외상처리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음에 갚겠다는 식으로 미룬다.

포워더업계가 미수금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화주업체의 재무상태가 건실하지 않음에도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무작정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 포워더 영업 담당자는 “요즘 중소 화주들은 운임이 100달러만 낮아도 당장 운송사를 바꿔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하겠다는 포워더들이 많다보니 영업직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사 규모가 작아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일단 물량만 나오면 계약하는 식이다. 돈에 눈이 멀어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미수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운임을 늦게 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지만 물량이 꾸준히 나오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업체에 화주를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독촉도 못하는 분위기다.

한 업체 담당자는 “중소 포워더들뿐만이 아니라 일부 우량 포워더들도 미수금 규모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어려웠던 시장 기조가 올해도 지속된다면 미수금 때문에 주저앉는 업체들이 속출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다른 업계도 미수금 ‘마를 날 없어’

미수금이 늘어나는 것은 다른 업계도 비슷하다. 하역업계는 여전히 하역료와 항만시설사용료 등에서 미수금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해운시장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미수금 처리를 독촉하기가 껄끄럽다는 입장이다.

내수 시장을 위주로 하는 3PL업계와 택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A사는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운임의 일부를 내지 않겠다는 화주업체를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특히 택배업계는 최근 물량이 늘어나면서 소규모 업체의 이용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중에는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 파산하는 바람에 돈을 못 받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더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사나 항공사는 화물을 묶어두거나 운항을 거부할 수 있지만 다른 업계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수금도 리스크…과감한 관리 필요

미수금 문제는 결국 탄탄한 자금력과 우수한 화주에 대한 영업력이 뒷받침 되어야 해소할 수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미수금은 결국 리스크다. 사전에 화주업체를 철저히 분석하고, 관리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아니다 싶으면 화주와 과감하게 거래를 끊거나, 계약 단계부터 운임을 높게 잡아 미수금을 상쇄시키는 방법도 고려해볼만하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미수금은 결국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아르헨티나 통화 가치 하락 등 변수가 발생하고 있어 세계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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