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륙 진출의 ‘견인차’ 역할 기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전략을 제시하면서 부산에서부터 시작해 북한과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아우르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천명했다. 이미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의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가 깔려있기 때문에 허황된 꿈은 아니다. 이 전략이 실현된다면 물류비용의 절감은 물론 우리나라가 전 세계 철도물류의 허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구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표됐지만, 가장 큰 걸림돌인 북한과의 관계를 해결하지 못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북한과 협력 관계가 성립된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 등 여러 국가와 얽힌 이해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 점도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11월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열차페리(Rail Ferry)에 의한 한·중 인터모달시스템 구축 및 대륙철도 연계를 위한 국회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우리나라와 중국 간 철도 연결이 좀처럼 시도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페리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한·중 양국은 물론 국제물류체계의 구축 가능성을 엿보는 자리였다.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를 중심으로 열차페리를 활용한 한·중 간 인터모달시스템의 현황과 가능성,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한·중 열차페리의 역사
한·중 열차페리가 처음 논의된 시기는 1998년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한중 철도교류 협력’을 약정하면서 관련 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같은 해 인하대 황해권 수송시스템연구센터와 중국 선박과학연구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양국 간 열차페리 인터모달시스템이 처음 제안됐다.

이후 연구가 진행되다 2002년 건설교통부가 중국 철도부와 ‘한중 열차페리 사업 교류, 협력에 관한 시행약정’을 체결하면서 구체화됐다.

이어 2011년에 우리 정부는 평택항과 당진항의 다목적부두를, 중국은 옌타이항을 열차페리 전용 부두로 확정지었다. 즉, 현재 한·중 열차페리는 평택항, 당진항과 옌타이항 간의 노선이 결정된 상태다.

지난해에는 ‘한중일 열차페리 표준’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며,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이르면 2015년 ‘한중 열차페리 표준지침’을 발간할 예정이다.

발해만 해저터널 개발과 맞물린 한·중 열차페리
역사적으로 중국은 넓은 국토에서 수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철도를 발전시켜왔다. 철도화물의 경우 물동량이 과거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나(중국 전체 물동량에서 철도의 수송비율은 1980년대 약 20%, 1990년대에는 약 14%를 차지함) 여전히 물류체계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낡은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중서부 낙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철도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내륙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여객과 물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고속철도 미개통 구간에 대한 개발 계획도 포함됐다. 화물열차의 시설 보완과 개발도 포함된다.

또 하나는 발해만 해저터널 개발 계획이다. 이 해저터널은 랴오닝성 다롄에서 산둥성의 옌타이까지 연결되는데, 두 지역은 바다를 끼고 있어 철도가 베이징이나 톈진까지 우회하게 된다. 즉, 해저터널이 완성되면 현재 두 지역 간 철도 운행거리가 1,980km에서 170km 수준으로 대폭 감축된다.

다시 한·중 열차페리로 시선을 돌려보자. 중국은 한·중 열차페리를 처리할 항만을 옌타이에 두고 있다. 즉, 해저터널이 완성되면 열차페리로 이동한 화물이 해저터널을 통해 약 40분만에 다롄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중국의 간선철도망을 타고 심양은 물론 TSR과의 연계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해저터널은 한·중 열차페리 실현의 또 다른 이유로 떠올랐다.

중국 6개 간선부터 TAR까지 접근할 수 있어
한국교통연구원 노홍승 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열차페리로 접근이 가능한 중국의 간선철도망은 전체 8개 노선 가운데 중 6개다.

노 연구위원은 한·중 열차페리가 실현되면 접근할 수 있는 중국간선철도망으로 6개를 제시했다. △해상운송과 TSR 간 노선(부산항-블라디보스토크-TSR, 속초-자루비노-TSR), △해상운송과 TCR 간 노선(인천항·평택항 혹은 부산항·광양항-연운항-TCR-CIS-TSR), △해상운송과 TMGR 간 노선(인천항·평택항-톈진-TMGR-TSR), △해상운송과 TMR 간 노선(인천항·평택항-다롄-TMR-TSR, 부산항-블라디보스토크-하얼빈-TMR-TSR), △TKR과 TAR 간 노선(부산항-TKR-심양-TAR), △열차페리-중국 철도(인천항·평택항-옌타이-중국 철도-TCR·TMR·TMGR-TSR)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노홍승 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지역은 물론 서부대개발 지역과 중앙아시아, 러시아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일본에서 부산으로 넘어오는 화물까지 포함하면 영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장거리 물량 증가…국내 기업의 내륙진출에 도움
그렇다면 한·중 열차페리의 장점과 실제 비용은 얼마나 될까?

강영진 한국해사기술 연구위원은 한·중 열차페리는 300해리 이내의 단거리 해상과 800km 이상의 철로를 연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RORO(Roll-on/Roll-off)시스템에 의한 환적 작업의 생략으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존 컨테이너의 해상·철도 연계 수송보다 단계가 간소하기 때문이며, 비용절감 효과는 컨테이너 TEU 당 65달러로 예측됐다.

무엇보다 한·중 열차페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에서 새로 발생할 물동량과 국내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창호 인천재능대 교수와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발표 자료를 통해 한·중 열차페리로 인해 중국 내륙도시와 우리나라의 주요 시장 간 공급망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중국과의 교역에서는 생산해서 운송한 뒤 현지에서 유통하는 일방적인 구조가 됐지만, 열차페리가 실현되면 양방향 교차투자와 수평분업으로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에 따른 기술협력 사례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은 ‘서부 대개발’에 힘입어 장거리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개발 중인 도시는 백화점 등 유통시장이 확대되면서 물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서부 내륙지역을 산업지대로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물동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90%가 옌타이에 집중된 점도 주목할 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한·중 열차페리의 활성화를 기반으로 풍부한 자원을 활용한 신사업을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서부 내륙지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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