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택배, 해운, 항공까지 전 물류업계에 인상 조짐 확산

물류산업 곳곳에서 운임 인상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운임 인상 움직임은 특정 업종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 물류업종에 걸쳐 진행되고 있어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물류업계의 운임 인상은 지난해 초 현대로지스틱스가 택배운임 현실화를 위해 택배비를 500원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이후 해운업계, 철도업계로 운임 인상 움직임이 확산됐으며, 올해 초에는 대한항공까지 국내 화물운임을 올리겠다고 선언해 전 물류업계로 이어지고 있다.

적자 행보 지속하던 업계 중심으로 확대
최근 물류업계 운임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오랫동안 적자행보를 지속하던 곳들로, 우체국택배, 대한항공, 한진해운, 철도공사 등이다. 이들은 지속된 경영악화를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하게 운임 인상이란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우체국택배는 2월부터 고중량 소포의 요금을 500∼1,500원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5년 1월 이후 9년 만에 진행되는 것으로, 소비자 물가지수, 인건비, 유가 등의 제반사업 경비 상승에 따른 사업 수지 개선 노력의 일부라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이다.

특히 고중량 소포의 경우 투입비용 대비 수익이 많지 않고 집배원의 업무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역시 올해 초부터 국내선 화물운임을 소폭 인상했다. 이번 국내선 화물운임 인상은 지난 2008년 유류할증료 도입 후 6년 만에 진행됐다.

이에 앞서 해운업계 역시 운임 인상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 해운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컨테이너 운임을 추가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1월 중순 아시아-북미 노선 운임을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가격을 300달러 인상하고 아시아-유럽 노선은 40피트 당 1,000달러를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현대상선 역시 북미 노선은 40피트 당 300달러, 유럽 노선은 40피트 당 1,600달러를 올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운임인상과 관련해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철도공사 역시 지난해 10월 철도화물 운임을 일반화물의 경우 8%, 컨테이너 40FT 8%, 20FT 15%, 철도물류시설 사용료 8%, 야적하치장의 특지 요금은 최대 15%까지 인상했다.

화주기업과 일부 물류업계 반발도 거세
육해공 물류를 담당하는 이들의 운임 인상 소식에 화주기업들은 벌써부터 울상이다. 또한 화주기업의 물류서비스를 수행하는 이들에게도 하나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운임 인상을 선언한 철도물류업계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화주기업과의 거래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의 운임 인상은 서비스를 수행해야 하는 물류기업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사전에 협의 과정도 없이 진행된 일방적 운임 인상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화물운임 인상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지난 달 27일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대한항공의 화물운임 인상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제주도민의 부담을 가중시킴은 물론 제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게 그 이유다.

한 화주기업 관계자는 “물류업계의 운임 인상에 대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물류업계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물류비 인상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업계 대다수는 이번 기회에 운임 현실화
그러나 물류업계의 많은 관계자들은 운임 인상에 대해 이번 기회를 통해 물류업계 스스로가 운임 현실화를 위해 앞장서야한다는 분위기다.

지금껏 물류비 상승으로 인해 어쩔 수없이 제품 가격을 인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화주기업들이 물류기업에게 지불하는 운임을 인상해준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 기회에 물류기업들도 제 값 받기 움직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물류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으로, 운임 현실화에 대한 필요성은 전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물류기업 21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물류기업 경영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물류기업의 평균 매출액수익률(세전순이익/매출액)은 6%로 2011년보다 약 1% 떨어진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경기 악화가 지속될 경우 물류기업 10곳 중 2곳 정도가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업체들의 수익구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심지어 적자를 감수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많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서비스 품질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장기적으로 화주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손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경쟁 시대 개막이란 전환점 맞을 수도
전 물류산업에 걸쳐 진행되는 운임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은 “물류업계 스스로가 만들어온 고질적인 문제점을 이제는 해소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으로, 물류산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추세가 단순히 운임 인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물류 패러다임의 서막을 열고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 시대로 돌입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화주기업들 역시 높은 운임 지불만큼 지금까지와 다른 고품질의 서비스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물류기업들은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 수준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물류 전문가는 “기업들이 물류업무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된 것은 불과 20년도 되지 않는다. 물류기업들 역시 지난 20년 간 고성장을 이뤄왔다. 그 과정에서 업체들은 서로 치열한 경쟁을 일삼았고, 이는 결국 업체들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 물류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성장과정에서의 경쟁이 아닌 성숙과정에서 경쟁은 물류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다.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고품질의 서비스 능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외면 받는 날이 올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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