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사들 자구안 발표…포워더업계는 인원감축 고려

새해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했지만 민간 연구원들은 이보다 낮은 3.5%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전망도 어둡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4년 경영환경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44.8%가 2013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는 약 41%가 올해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물류업계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 불황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특히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업계의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대대적 구조조정 착수
오랫동안 불황에 시달린 해운업계는 구조조정 카드를 빼들었다. 국내 대형 해운기업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달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계획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한진해운은 구조조정을 통해 1조 9,745억 원을 조달한다. 적자노선의 통폐합은 물론 선박과 전용선 사업부문, 터미널, 해외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

지난달 26일에는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측에 합작법인 설립 방식으로 분리 매각했다. 이를 통해 약 3,000억 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현물출자로 약 1조 4,000억 원의 선박금융과 금융부채를 합작법인에 이전시켰다. 인원 감축에도 나서 지난달 1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1월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한진해운에 총 5,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자구안에 따라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이를 통해 약 1조 5,0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부동산과 유가증권, 부산 용당 컨테이너 야적장 등 자산도 매각한다. 앞서 지난달에는 컨테이너 박스 1만 8,097대를 매각했으며, 지난달 23일에는 희망퇴직 신청을 마무리했다.

한편 양사는 1월 중 운임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설 특수를 노려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결국 금융지원
해운업계에서는 대형선사에 이어 중소선사들의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덩치 큰 대형선사들은 채무 규모가 크더라도 그룹사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주는 모양새지만 중소선사들은 대부분 선사를 중심으로 계열사가 형성되어있어 유동성을 확보할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올해 해운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정부 지원이 답보 상태라면 구조조정에 들어갈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은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임원은 “컨테이너 박스와 터미널을 매각하는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이미 일부 컨테이너 박스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자산이 많지 않아 들어오는 자금은 많지 않지만 이마저도 지금으로써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문제는 여전히 해운업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특히 올해 켐코선박운용의 청산 문제는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켐코(한국자산관리공사) 측은 2009년부터 3년 간 7개 해운사의 보유 선박 33척을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인수했다. 공사는 올해 안으로 구조조정기금 운용이 종료됨에 따라 청산절차를 밟는다. 즉, 선사들이 연말까지 켐코선박을 매입해야 하는데, 자금력이 부족해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금융지원이 문제다. 불황이 너무 길어 이젠 한계상황까지 왔다. 배를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공약한 선박금융을 빨리 시행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말했다.

포워더업계…최악의 가을
포워더업계도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가을걷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포워더들이 9월~10월 간 적게는 20%, 많게는 40% 이상 매출액이 하락했다. 이는 3분기까지 물량 부족과 원가 상승 등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업계는 특히 항공화물량이 내내 감소추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포워더들의 피해가 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항공사의 물량이 10% 감소할 경우 포워더들은 15~20% 정도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라며 “예상보다 실적이 크게 부진한 기업들이 많다보니 스팟성 물량을 원가 수준으로 받는 경우도 많았는데, 매출만 오르고 실제 영업이익이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는 4분기 항공물동량이 늘어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떨어진 실적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인건비 절감 외에 대안 없어
적자폭이 커지면서 일부 포워더들은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다수 포워더들이 자본이 부족하고, 규모가 작다보니 자산 매각 대신 인건비 동결이나 인원감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직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이미 지난해 국내 유수의 포워더들이 인원감축을 한 바 있으며, 올해 초에도 몇몇 기업은 직원을 줄였다. 한 직원은 “회사가 어렵다지만 또 퇴직 이야기가 나오니 스트레스가 심하다”라고 토로하며, “이번 기회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모든 포워더들이 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거나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 중에서 좋은 실적을 올린 경우도 적지 않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전체 매출 중 해외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 국내 비중이 높았다면 타격이 컸을 것”이라면서도 “해외 우량 화주를 가지고 있는 포워더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때 아닌 인재 영입 바람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일부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직개편에 맞춰 경력직 채용을 위해 헤드헌터 업체를 이용하거나 인맥을 통해 접촉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

최근 이직했다는 A씨(과장)는 “회사가 불안한 상황에서 연봉을 동결했으면 좋겠다는 기색을 비춰 고심하다 이직 제의를 받고 입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꼭 필요한 인재를 데려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라며 “분위기가 좋지 않다보니 이직을 제의했을 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반응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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