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개선 위한 코레일의 KTX급 일방 행정에 업계 ‘사업 중단 고민까지’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지난 10월 1일자로 화물운임을 전격 인상한 가운데(물류신문 9월 1일자 지면 14P 참조) 오는 12월 6일부터 모든 컨테이너 열차를 사전 계약 방식으로 판매한다는 내용을 담은 ‘컨테이너 열차단위 판매안’을 업계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물류업계는 일방적인 발표라고 규정하고, 코레일 스스로가 철도물류를 포기하는 처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코레일은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약 물량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재 계획을 보완하고 있으며,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코레일의 컨테이너 열차 판매안과 업계 속사정을 살펴봤다.

열차 판매안에 어떤 내용 담겼나

지난달 19일 업계에 배포된 ‘2014년 컨테이너 열차단위 판매안’을 살펴보면 코레일은 내년부터 모든 열차를 ‘열차단위’로 사전 계약판매한 후 정기열차로 운행한다고 명시했다.

미계약분은 정기열차의 10% 내에서 임시열차를 운행하는 것으로 대체하되 20% 할증 운임을 적용하며, 위에 언급한 열차단위 수요가 있을 경우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기존의 탄력 할인 등은 신설되는 열차단위 할인 기준으로 통합된다(사유화차 할인은 별도).

대상 열차는 총 82개 열차이며, 오봉~부산 구간은 오봉역 도착 후 출발 때까지 화차 체류시간이 단축되도록 왕복열차로 그룹을 구성한다. 기타 구간은 현재 착발시간을 유지하거나 화차 체류시간을 일부 조정한다.

판매방식은 철도공사의 구간별 왕복열차 시각표 중 고객이 선택하되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신청하는 것도 허용한다.

운임은 기본운임에 할인(일부 품목은 할증) 적용하여 산출하고, 할인은 사유화차 할인과 열차단위 할인으로 구분한다(블록트레인을 대체함). 또한 사유화차 할인과 열차단위 할인은 중복해서 받을 수 없다. 여기서 열차단위 할인이란 오봉~부산·광양 구간은 기존 탄력할인(5%)에 선계약 인센티브 5%를 반영, 최대 10%이고, 그 외 구간은 개별 협상 방식이지만 운임이 높지 않아 10%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유화차의 할인율이나 열차단위 할인율은 계약 열차 중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운임산출은 실제 적재된 규격별 컨테이너 임율에 할인율을 적용한다. 단, 공컨테이너는 제외된다. 아울러 계약열차의 미적재분은 40피트 영컨테이너 운임을 수수하도록 했다.

이번 판매안에 따르면 계약열차의 운휴는 운행일 15일 전에 신청해야 하고, 월 운행율이 90%에 미치지 못하면 운임의 5%를 추가 징수한다. 계약은 1년 단위이나 필요할 경우 6개월도 허용한다. 아울러 운임의 추가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경우 자동 적용할 수 있는 협약을 추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

이번 코레일의 판매안은 각 구간별로 사전에 계약한 화물만 싣겠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언뜻 보기엔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이지만 업계는 철도물류의 현실을 무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1년 단위로 계약할 수 있는 화물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도 물량은 한정돼있고, 크게 늘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더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1년 계약으로 묶어둘 물량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얼마 전 운임 인상이 있었기 때문에 물량을 대폭 확보하지 않으면 수익은커녕 적자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이번 사업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사실상 철도물류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물량 확보가 안 되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주업체도 반발하고 있다. 간간히 소량의 화물을 맡기는 화주들은 1년 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철도 운송을 중단해야 되기 때문에, 물량이 많은 화주들은 사실상 운임이 인상되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 화주업체 관계자는 “철도 운송은 육로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가격 차이도 크지 않은데 시간은 더 걸린다. 이참에 육상 운송으로 물량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재한 논란거리 해결해야

업계는 당장 화주업체 정리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다. 1년 계약을 할 수 없는 물량과 원가에 가까운 운임을 주던 화주업체와의 재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 미계약분에 대해서는 20%의 할증이 붙는데, 누가 철도를 이용하겠느냐는 논리다.

수익성 악화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월 인상된 운임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판매안 대로 사전 계약 물량을 포기하면 최대 15%정도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할인율이 최대 10%라는 건 그동안 해왔던 할인율을 대폭 축소한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2달 만에 다시 운임을 올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철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일방적인 행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0월 운임 인상도 코레일의 통보였고, 이번 판매안을 설명할 때도 같은 방식이었다는 것. 철도물류의 주체는 코레일이지만 실제 철도물류를 이끌어가는 건 철도물류업체들인데도 사전에 의견을 취합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공컨테이너의 할인율을 삭제한 대목도 같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판매안에서는 12월 6일 시행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업체들은 준비할 시간조차 촉박하다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안내문이 작성 혹은 배포된 시기는 11월 19일. 업계가 대비할 시간은 36일에 불과하다.

화주들도 비판적인 시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화주들 반응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일부 화주는 벌써부터 철도물량을 빼서 인천항이나 평택항 쪽으로 옮겼다. 더 이상 철도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줄고 있는 철도 물량이 앞으로 더욱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이번 판매안은 싣지 못하는 업체는 싣지 말라는 식이다. 철도회사가 철도 물량 줄여서 자기네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코레일 “아직 확정 아냐”

코레일 측은 업계의 우려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니며, 협의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판매안 수립 이후 업계의 부정적인 반응을 일부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관련 협회와 운송사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레일은 철도물류의 구조적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량 수송 체계로 전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전에 열차단위로 계약될 수 있는 물량을 묶어 수송하면, 인건비 등의 고정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소량 화물이 철도의 특성에 맞는 것은 아니다. 국가물류 정책 차원에서도 철도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12월 6일에 최종 확정되는지를 묻자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업계와 정책 방향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빠른 시간 내에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며, 협의 의지가 충분히 있다고 전했다.

긍정적 요소도 있어

일부에서는 코레일의 안을 두고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존의 BT시장은 과열 양상이었고, 물량 채우기에 급급해 원가 수준으로 물량을 받는 일이 빈번했다. 이와 함께 업체 간 덤핑 사례가 잦아 수익성도 악화됐다는 것. 이 때문에 사전 계약 물량을 늘리면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원가 수준의 운임을 냈던 일부 악덕 화주업체와 덤핑만 일삼고 실제 운송능력이 떨어지는 업체가 손을 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화주 이탈은 불가피할 듯

업계는 코레일 측과 협의를 요구하는 한편 시행 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또한 화주들에게는 내년 계약 갱신 때 운임 인상을 요청할 계획이다.

일부 업체는 판매안이 이대로 통과될 경우를 대비해 육상 운송의 비중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 수배 문제와 네트워크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신뢰 회복 여부다. 업계는 코레일의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화주업체의 이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화주업체들은 철도물류 비용의 거듭된 인상 소식(할인율 축소)에 육상 운송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철도물류 시장이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접근 방법”이라며 “코레일과 업계가 손을 잡고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손을 잡지 않는다면 철도물류의 발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