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만큼 정당한 대우 받길 희망

많은 이들에게 물류현장은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은 왜 물류현장을 기피할 수밖에 없고, 외면하는지 들어보았다.
“하루 13시간 넘게 200개에 가까운 택배상품을 들고 뛰어다니고 버는 돈이요? 이것저것 다 빼고 실제 집에 가져다주는 돈이 한 160만 원정도입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보다 못
하죠. 눈, 비 맞아가며 굶어가며 일하는데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억울한지 몰라요. 얼마 전 기사를 보니 내년도엔 최저임금이 5,210 원인가로 오른다고 하더라구요. 택배비는 오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데... 차라리 13시간 동안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네요” 한 택배기사의 얘기다.
대형 화물차 기사들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진 않다. 그들에게 정해진 근무시간은 없다. 물류센터나 공장 등에서 대기하는 시간에 따라 근무 시간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대기시간만 6시간 이상을 허비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들이 버는 금액은 월 200만 원 수준.
특히 대형 화물차 기사들은 다단계 구조로 인해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 큰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기름 값이 몇 달간 누적되면 카드 정지는 물론 할부금 납부조차 못해 신용 상에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류센터 근무자들의 하루 평균 임금도 6만 원선으로, 월 16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업체 간 인력 모시기 전쟁으로 인해 임금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현장 종사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물류현장에 종사하는 이들은 일이 힘들어도 그에 정당한 대우만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는 오랜 경쟁주의가 만들어낸 후유증으로, 이런 현상이 현장에 종사하는 이들의 근무만족도는 물론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
“우리가 받는 금액이 생각보다 많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르겠지만 그들이 실제 우리가 하는 업무의 강도를 체험하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일이 힘든 건 얼마든 참을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맞는 금액을 받아야 한다. 힘든 만큼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현장직=을’ 만연한 인식, 인권 문제 심각

현장근로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그들을 대하는 관리자들의 태도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장 근로자들은 막 부려먹어도 되는 하도급업체 직원, 즉 을에 불과하다는 관리자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으로, 이들의 나쁜 태도로 인해 현장 직원들은 정체성까지 잃어가고 있다. 심지어 어떤 근로자들은 현장 관리자들이 자신을 하나의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이 아닌 도구에 불과할 정도로 인권을 침해받고 있으며, 그에 따른 극심한스트레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야, 저기요, 아저씨, 어이” 물류현장 종사자들의 이름이다.현장 근로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며 관리 감독하는 관리자들은 거의 없다고 한탄한다. 그들이 받는 대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어떤 관리자들은 작업 투입 전 이곳은 원래 그런 곳이니 알아서들 이해해라고 통보하기도 한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한 현장 근로자는 “이곳에서 일하다보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수백 번도 더 든다. 온갖 욕을 들어가며 일할 때는 노예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일은
너무도 힘든데 돈도 다른 곳에 비해 적게 받고, 오래 근무하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사가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여기서 이런 푸대접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지....”라고 말을 흐렸다.

대부분 파견 근로직 “충성 안해”

물류기업들은 현장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인력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대부분의 인력을 공급받고 본사에서는 물류센터장과 몇 명의 현장 직원을 파견해 현장 업무를 관리할 뿐이다.
여기에는 물류기업들의 꼼수가 숨어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직접 현장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현장에서의 인사사고 발생 시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인건비 상승 요인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겉으론 인력 수급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인력 아웃소싱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비용발생 요인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업의 비겁한 전략이 숨어있는 것이다.
물류센터에서 반장이라 불리는 이들도 정직원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들도 다른 현장 관계자들처럼 파견 근로자로, 받는 임금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처럼 물류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소속감이 없다. 오래일해도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장기 근무자를 계약직으로 변경시켜 주는 게 가장 좋은 대우다. 이는 역으로 애사심을 갖고 있는 현장 근무자들이 전무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높은 생산성을 주문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이를 받아들일 이도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한 물류현장 근로자는 “예전에는 지금 일하고 있는 대기업 물류센터의 현장직원으로 전환되는 날을 상상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선례조차 없고, 기업들은 그런 걸 생각조차 안하는 것
을 알게 된 후론 꿈도 꾸지 않는다. 그들에게 우리는 언제든 바꿀 수 있는 파견 근로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이곳에서 헌신하며 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화물차 기사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개인사업자로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들 역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사심은 그리 크지 않다. 이는 결국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
한 택배기사는 “특정 회사의 상호를 달고 택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 회사에 대한 애착은 그리 크지 않다. 단순히 얼마를 더 벌 수 있느냐는 고민만 한다. 솔직히 회사가 잘되고 산업 자체에 대한 발전은 관심 밖에 얘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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