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적인 중소 물류기업 육성정책 마련돼야

창간특집 특별기고 시리즈 - ‘국가 경제 활성화, 물류에서 답을 찾다!’ 전문가 제언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
역사적으로 물류의 중요성은 국가 흥망을 좌우하는 전쟁에서 부각돼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굳이 전시(戰時)가 아니더라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물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돼야만 하는 국가다. 남북 분단으로 대륙으로의 직접적 진출이 차단되고 미국·중국·일본 같은 세계열강의 이해가 얽혀있다는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만은 아니다. 좁은 땅덩어리에 가진 자원이 부족해 대외교역 없이는 기본적 경제운용, 정상적 생활영위가 어려운 국가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하는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

항만과 공항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물류의 가장 대표적 현장이라 할 것이다. 육해공의 연결기능이 수행되는 중계지이며, 세계와의 인적 교류의 관문이자 화물 교역의 거점으로서 국민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곳이 바로 항만과 공항이다.

지금도 전 세계 교역량의 절대적 비중이 항만과 해상운송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항공 서비스는 고부가가치 화물 운송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덩치가 큰 국가는 아니지만 세계 톱 랭킹에 있는 인천국제공항(1위)과 부산항(5위)을 보유하고 있고, 조선·해운 부문의 글로벌 강자 기업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양 분야에 있어서 강소국의 지위에 올라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강소국의 위상을 넘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해양강국이 되고자 한다면 아직 갈길이 멀다. 항만·공항, 조선·해운 부문 외에도 물류산업 분야의 역량과 경쟁력이 지금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발전해야만 한다(물론 총체적으로는 수산과 해양자원, 해양환경 등 물류와 함께 더 업그레이드돼야 할 다른 영역이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물류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이번 기획의 특성상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건강한 기업생태계의 조성을 위해서는 다른 부문보다 전체 해양산업에서 조금 더 본격적인 산업화 수준을 보이고 있는 물류 분야가 고민과 도전을 선도하고 성과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와 두 부처의 산하기관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 연구를 수행하고, 중장기적 비전과 로드맵, 구체적 액션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3가지 제언

물류 부문은 특히 2차, 3차산업에 비해 명확하게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대기업이 없는 영역이다. 육상, 해상, 항공 운송 부문에서 굴지의 플레이어들이 존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산업 영역에서처럼 대기업이 전후방 연관 서비스까지 장악하고 있는 올인원 형태의 기업운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 비즈니스 시장의 틈새가 상대적으로 넓고, 그만큼 사업의 기회도 다양할 것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물류산업 부문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더 많은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개선돼야 할 점들도 많다. 이에 물류산업 분야의 경제 활성화,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획기적이고 과감한 규제 개혁과 개방 조치가 필요하다. 사회주의국가임에도 금융·의료시장까지 개방하기로 한 중국의 상하이자유무역구처럼 세계를 놀라게 하고 긴장시킨 중국과 같은 내용, 같은 수준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특히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y Zone)으로 지정돼 있는 항만과 공항지역의 경우, 현재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해서만 부지 임대료를 감면해 주고 있는 인센티브 제공 규정을 중소기업의 투자와 입주에 대해서도 오픈해 우리나라 중소 물류기업들의 시장 진입과 경쟁력 제고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 ‘외국인투자’ 조건이 사실상 구색 맞추기용 조항이 돼 실질적인 외국자본의 투자나 외국기업의 유치는 이뤄지지 않은 채 대형 기업들이 혜택을 보는 지금과 같은 구조는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둘째,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돼 있는 물류정책 입안·추진 체계의 일원화 내지 대대적 정비가 필요하다. 물류산업은 크게 육상, 해상, 항공 등 3대 운송분야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산업 현장으로 들어가 보면 운송·하역업 외에도 전후방으로 매우 다양한 부대서비스업이 맞물려 있는 산업분야다. 물류 현장이 단순하고 일차적인 서비스에 머물러 있는 업체들이 많아 아직 체계적인 분류와 관리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육해공 운송부문 위주로 이해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의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당국의 지원으로 많은 업체들이 전문 서비스 기업으로 역량을 올리고 있는 상황으로, 물류산업, 특히 중소 물류기업 육성정책이 범부처적으로 고민되고, 더욱 종합적인 비전과 로드맵에 따라 시행된다면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올라서고,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셋째, 법이나 제도적 차원의 규제 개혁뿐만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기업들의 활동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계를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인천항의 경우 배후 물류부지에 중소 물류기업들이 투자를 해 창고 건물과 장비까지 갖추고, 물동량도 상당량을 확보했는데도 관세당국의 허가승인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6개월 이상 정상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례가 있다.

기업들의 사전 준비 부족도 원인 중 하나이겠지만 물류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업들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민원과 고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논의 구조가 마련됐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획일적이고 경직된 기준과 규제보다는 최소한의 기준 충족을 전제로 지역적·업종별 특성에 맞는 합리적 조정이 가능할 재량권 부여도 필요하다.

정보의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

두 번째와 세 번째 과제는 특히 정보의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을 통해 더 좋은 공공행정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정부·공공기관 3.0’의 정신에도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중소기업 활성화로 연결되는 물류산업의 육성은 단순히 3.0기조를 따라가기 위한 형식적인 몸짓이어서는 안 된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미국의 경제회복 지연, 유럽의 재정위기 지속,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물류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WTO 출범 이후 무역자유화 확대와 교역규모 증가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출현하고, 해운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선사·부두운영사 간 전략적 제휴·M&A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항만 간, 기업 간 물동량 유치를 위한 경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물류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단순히 해양강국의 이미지, 특정 산업 분야에서의 세계 수위 지위 획득 그자체가 목적이 아닌 성장 여력이 크고 실리 또한 기대되는 실질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물류산업을 통한 경제 활성화의 가능성과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이 글에서 논의되고 제안된 다양한 구상과 방안들이 더욱 심화된 연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과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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