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인재가 물류경쟁력이다!

창간특집 특별기고 시리즈 - ‘국가 경제 활성화, 물류에서 답을 찾다!’ 전문가 제언

△권오경 인하대 교수
물류는 경제활동에 있어서 인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물류전문가는 경제의 혈관에 해당하는 물류 네트워크 안에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처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다년간의 임상경험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훌륭한 물류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물류에 관한 전문지식과 충분한 현장경험을 갖추어야 한다.


성장하는 물류시장, 더 물류인력이 필요해

2012년 세계 물류시장의 규모는 3조 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가 8,000억 달러,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3,000억 달러인 것과 비교해 보면 물류시장이 얼마나 큰 규모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세계 물류시장은 2025년이 되면 현재의 4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물류시장의 성장은 물류인프라, 물류장비와 같은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동반하게 되며 동시에 우수한 물류인력의 소요를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최근 물류산업은 과거처럼 운송이나 보관과 같은 단순 서비스 산업에서 벗어나 기업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조기업과 유통기업들이 공급사슬 혁신을 주요 전략으로 추진하면서 점차 많은 기업들이 공급사슬 관점에서 물류프로세스의 애로를 진단하고, 그와 관련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물류기업을 파트너로 요구하고 있다.

제3자 물류(3PL)는 이러한 기업의 새로운 서비스 니즈에 대응하는 지식형 물류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지식형 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서비스 인프라와 함께 물류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전문지식과 역량을 겸비한 물류인재가 필요하다.

폭넓은 지식을 갖춘 ‘T자형’ 물류인재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물류나 조달과 같이 가치사슬의 본원적 활동을 담당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대개 해당 기능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춘 ‘I자형’ 인재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물류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함께 구매, 마케팅, 인사, 회계, 정보 등 공급사슬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함께 갖춘 ‘T자형’ 인재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고급인력과 함께 실행을 담당하는 기능인력의 안정적인 공급도 중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인구의 노령화, 노동 강도가 높은 직종의 기피현상 등으로 트럭 운전자와 같은 기능인력 부족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자동화나 정보화와 같이 인력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동시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물류현장을 담당하는 기능인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물류인력도 담당하는 역할과 지식 역량의 차이를 고려하여 수준별 인력 양성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물류인력 양성을 기업차원에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선도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3PL 육성정책을 보면 물류인재 양성이 핵심과제로 포함되어 있는데, 인재 양성을 중시하는 일본의 물류정책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류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인력의 안정적인 공급

우리나라도 물류경쟁력 제고를 위한 우수한 물류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10여 년간 정부와 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물류관련 학과나 전공을 개설하고 있는 대학이 20개, 대학원은 17개로 매년 1,400여명의 전공자를 배출하고 있다.

최근 대학(원)의 교육과정은 이론교육과 함께 현장연구, 인턴십 등 실무교육을 강조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물류인력 중 기능인력의 양성을 담당해야 하는 전문대학은 아직 3개 대학이 300명 미만의 전공자를 배출하고 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도 물류인력을 양성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6개 고등학교가 물류관련 전문과정을 설치하고 매년 500여명의 기능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수치로만 보면 매년 2,200여명의 물류를 전공한 전문 인력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가운데 기능 인력은 800여명 정도로, 현재 또는 장래 물류현장의 기능 인력 부족 현상을 고려할 때 이 분야의 인력 양성에 정책적인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치사슬 관점의 물류인력 양성 전략

앞으로 물류산업에서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 관점을 도입하여 기존의 물류인력 양성 전략을 확대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해운산업 허브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운항만청(MPA)을 중심으로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해운인력을 육성하는 전략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해운산업의 가치사슬을 선박 건조에서 선박 운영, 관리에 이르는 가치사슬로 구성하고 선박 구매, 선박 금융, 조선, 해사법무서비스, 선박 운항, 하역, 선박 및 선원 관리 등의 세부영역과 직업군으로 구분해 인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Maritime One’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해운 관련 직업을 가지려는 학생들에게 고등학교에서 대학원까지 수준별 교육프로그램과 교육기관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함과 동시에 학생들과 교육기관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사슬 관점의 물류인력 양성 전략은 물류인력의 체계적인 육성과 함께 물류산업의 비즈니스 확대 및 부가가치 창출에도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물류인재 양성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물류관리책임자(Chief Logistics Officer, CLO)제도를 도입해 전사적인 물류혁신을 도모하고 기업 내 물류인재들에게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제언컨대 기업들이 물류를 독립된 직종 내지 직능으로 구분하여 채용함으로써 대학(원)에서 물류를 전공한 졸업생들에게 미래 물류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한다. 결국 물류인재가 물류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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