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의 비결 ⑨

이제 수련의 요체를 밝히는 것으로 기와 호흡 편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기와 호흡은 분명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기의 순환은 호흡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호흡의 근원은 기라는 데서 둘은 스스로 존재하는 생명력의 두 축이 된다. 호흡이나 기를 수련한다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생명력을 왕성하게 하여 모든 신체 기능을 최상의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며, 그때 인간의 힘은 최대한이거나 그 이상 발휘된다. 이것이 진정한 장타의 비결이 되는 것이다.

수련의 관점에서 인체는 상초(머리), 중초(가슴), 하초(허리 이하)로 구분되는데 각 중심점의 연결통로는 경락이다. 요가에서는 이를 ‘샤크라’라 하고, 한국과 중국에서는 ‘단전(丹田)’이라 부른다. ▲상초(상단전)는 뇌가 있는 머리부위로서 빛으로 ▲중초(중단전)는 몸의 횡격막 위쪽으로서 소리로 ▲복부와 하체를 일컫는 하초(하단전)는 파장으로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하초를 정(精), 중초를 기(氣), 상초를 신(神)이라 한다.

삼위일체는 기독교의 전유어가 아니다. 하늘, 땅, 사람도 삼위요, 생명 활동을 총칭하는 인체와 가슴에서 나오는 에너지, 머릿속의 의식 세 가지도 삼위이다. 자동차에 차체가 있고 엔진이 있고 연료가 있어야 하는 것도 삼위이다. 차체는 몸이요, 엔진은 오장육부인데 이것만으로는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전기라는 에너지를 공급해줘야 비로소 움직인다. 이 에너지가 인체에서는 단전의 파장이다. 배터리가 자동차 에너지의 중심인 것처럼 하단전은 생명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발전소이다.

자궁 속에서는 모체로부터 영양을 공급받고 태식으로 에너지를 만들었다. 출산과 더불어 탯줄이 끊어지니 코로 숨을 쉬게 되는데 처음부터 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갓난아기 때는 자연스럽게 하단전 호흡을 하고 또 피부로도 숨 쉬고 일부는 폐로 쉰다. 자라면서 잘못된 식습관이나 생활방식에 의해 폐호흡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다.

하단전의 위치는 배꼽 아래 한 치 반(4.5cm)인데 쉽게 말하면 소장 한가운데이다. 소장은 음식으로부터 영양을 흡수하는 부위인데 이 영양과 산소가 결합하면서 에너지가 생성된다. 오행에서 보면 음식을 삭이는 위장은 토(土), 즉 땅의 기운인 반면 호흡을 통해 들어와 피와 결합하는 산소는 하늘의 기운이다. 이렇게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합쳐지면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곳이 하단전이기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인간생명활동의 흔들림 없는 중심이 되는 것이다. 건강의 축은 이렇게 하단전이다. 골프 스윙의 원리도 마찬가지로 하단전이 중심이어야 한다.

‘맷돌처럼 스윙하라’는 말이 있다. 맷돌은 아랫돌과 윗돌로 구성되며 중앙에 구멍이 있고 끝에 손잡이가 있다. 아랫돌은 땅의 논리요, 윗돌은 천체의 순환 논리다. 하늘과 땅의 결합은 맷돌 중앙의 구멍이고 그 구멍을 통해 얻고자 하는 생산물을 얻는 것이다. 골프 스윙의 핵심 역시 하체를 지면에 단단히 고정하고 하단전을 중심 삼아 몸을 비틀며, 골프채를 인체의 연장선상으로 만들어 원을 그리는 운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맷돌의 경우를 떠올리면 그 비유가 실감된다. 아랫돌이 움직이면 윗돌이 삐걱거리며 힘만 들고 갈리지 않는다. 골프 역시 하체의 고정을 전제로 윗몸을 돌려야 한다. 중앙의 구멍 축이 움직이지 않아야 회전축이 일정할 수 있는 것은 머리를 움직이지 말라는 이치 그대로이다.

하체의 축 고정을 위한 훈련이 곧 하단전 강화인데 흔히 ‘기마자세’가 권장된다. 상상해보자. 골프의 어드레스 자세와 고삐를 쥐고 있는 승마의 기본자세가 같지 않은가? 상체가 안정감을 보이면서 부드러운 움직임을 갖기 위해서는 하체가 말과 한몸이 되도록 단단히 고정돼야 한다. 허벅지 부분을 말 옆구리에 힘껏 밀착시켜 흔들림을 방지해야 하며, 앞꿈치 보다 뒤꿈치를 더 내리되 힘의 중심은 발바닥 상부 용천에 두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때 (힘의 중심만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의 중심도 아래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태권도나 유도 등 무술의 기본자세가 모두 기마자세인 것도 다 그런 연유이다. 바닥을 짚는 힘의 중심을 용천혈에 두고, 무릎을 구부려 허벅지 안쪽에 생각과 마음을 둔 다음, 하단전 복부를 중심점으로 삼아 흔들림 없이 원을 그려낼 수 있는 샷이라면 장타도 장타지만 실수가 없어진다.

하단전은 뜨거운 기운이지만 중단전에서는 시원한 박하 향기가 난다. 골프에서나 일상에서나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중년 이상은 중단전이 막힌 상태에서 생활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어깨 결림이라든가 뒤통수가 묵직하다든가 편두통이 온다든가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심장의 불기운이 가슴에서 막혀 하단전에 이르지 못하고 머리로 올라가기 때문에 생기는 화병 증세와 같다.

100세 건강을 누리려면, 또 힘 있는 장타를 원한다면 하단전에 기를 모으는 훈련이 기본이요 지름길인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운칠기삼(運七技三)에서 운(運)은 재수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장타의 비결 No.2와 5에서 운은 곧 정신이요, 따라서 정칠기삼(精七技三)이라고 했는데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이 곧 기(氣)이다. ‘운 좋은 놈’이란 ‘기가 센 놈’이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운칠기삼이 아니라 기칠기삼(氣七技三)인 것이다.


이제 결론을 내린다. 장타의 비결이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일반적이지 않은) 여러 각도에서 골프와 인생을 심층 분석해 보았다. 너나없이 골프에 열광하는 이유를 사랑에 관여하는 인체의 화학물질에서 알아보았고, 기술적으로 공이 가장 멀리 나갈 수 있는 조건도 따져보았다. 반복을 거듭해도 과하지 않은 논리가 장타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technique)보다 정신(mental)이란 점이다.

이런 굳건한 정신력을 위해서는 정체성(正體性) 확립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은 개체로서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진 자연 프랙털(fractal)이지 자연의 일부가 아니다.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때문에 자연에 숨어있는 모든 과학적 원리가 인체에도 있는 것이다. 가슴으로 이를 깨닫고 삶에 활용하는 것이 자신감 넘치는 정체성 확립의 지름길이다.

또한 부단한 연습 못지않게 휴식도 중요함을 심도 있게 이해했다면 나름대로 연재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강도 높은 연습이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휴식으로 신체의 밸런스(balance)를 잘 유지해야 기량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

진실로 강한 힘은 뼛속까지 편안하고 부드러운 상태에서 발휘된다. 몸과 마음이 진정 그런 이상적인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방법으로써 호흡수련, 기(氣)수련까지 소개하였으니 나머지는 각자가 어떻게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만 남을 뿐이다. 아무리 훌륭한 비결이 있고 또 선생이 있다 해도 조언에 불과하다. 최종 시점에서 장타를 완성하는 것은 자신이지 선생이나 비결이 아닌 것이다.

모든 것을 지배하는 부드러움의 경지가 특별한 자리는 아니다. 호흡이 갓난아기 같아지면 기도 온화해지고 안정이 되어 마침내 호흡이 없는 듯 숨을 쉬게 되는데,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자리이다. 갓난아기 때는 모르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것인데 장성해서는 이것저것 나쁜 습관이 많이 배고, 또 생각이 복잡해져 순수 무구한 어릴 때로 돌아가는 것이 그렇게 힘들 뿐이다. 귀를 기울여보라. 골프를 잘 하려면 마음을 비우고 어깨 힘을 빼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오지 않는가?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