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심, 거친 업무란 사회적 인식 고착화… 남성 임원 선호 현상 매우 강해

첫 여성 대통령 탄생. 본격적인 여성리더시대가 열렸다.

대형 그룹사와 공공기관 등에서의 여성 임원 배출 사례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 만큼 여성 리더십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기업들 중 여성임원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노사발전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의 여성임원 비중은 약 6.28%에 머물렀다. 점차 확산은 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에서 여성 리더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물류산업은 어떨까.

본지에서 대형 물류기업 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물류업계 여성 임원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 그 자체다. 심지어 과거 여성 임원이 배출됐던 기업도 CJ GLS가 유일했다. 대기업군 물류회사라 할 수 있는 곳 중 여성 CEO가 이끌고 있는 기업 역시 Fedex코리아 채은미 한국지사장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중소물류기업들 역시 상황은 똑같다. 노사발전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종업원 999명 이하 기업의 여성임원비중은 22%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중소형 물류기업들 역시 대형 물류기업과 마찬가지로 여성 임원의 비중은 0%에 달했다.

이와 관련된 물류기업 인사 관계자는 “물류는 상당히 거칠고 현장이 중시되는 산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여성보다는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거친 산업군이라는 특성 때문에 기업 내 여성들의 생존 경쟁력 역시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성의 결혼과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런 점들이 업무추진에 있어 적극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물류업계 여성인력 비중 11.5%… 과거보단 늘어

8개 대기업군 물류회사의 여성 근로자 비중을 조사해본 결과, 전체 인력 대비 약 13.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1,000명 이상 사업장의 여성 종업원 비중인 36.4% 보다도 현저히 낮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보다 여성인력 비중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물류가 미래 성장동력 산업 중 하나란 인식 확산과 대형 물류기업들이 속출하기 시작하면서 성별에 관계없이 젊은층들의 진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물류기업들 역시 하드웨어 중심의 업무에서 점차 소프트웨어 중심의 업무로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여성 근로자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그 결과 여성 종업원의 비중이 30%를 넘는 기업도 탄생했다. 바로 범한판토스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여성 인력에게도 중요하고 도전적인 업무를 부여하고 리더로서의 역량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성 다양성 정책과 지표들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성 다양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 씨엔아이 로지스틱스 장계원 대표이사
“물류가 남성의 전유물이란 인식은 버려! 세심한 여성인력이 더 잘 할 수 있어”

△씨엔아이 로지스틱스 장계원 대표이사
대형 물류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임원까지 역임한 여성이 있다. 바로 장계원 씨엔아이 로지스틱스 대표이사(CJ GLS 물류담당 임원 출신)다. 그녀는 물류업계 유일무이한 여성임원 출신이라는 이력때문인지 아직까지도 물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다. 최근 여성리더시대가 초래하며 다시금 그녀의 이름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녀를 만나 물류업계 여성임원 출신이 배출되지 않는 이유와 향후 여성임원들이 갖춰야 할 역량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Q : 여성리더시대가 본격화됐지만 정작 물류산업에서 여성 리더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 물류산업에서 여성임원이 배출되지 않는 이유는 물류라는 업의 특성자체가 현장위주로 움직이므로 남성들에게 더 적합하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 여성인력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원인일 수 있고, 어렵게 물류에 뛰어들었다가도 남성 위주의 업무특성에 동화되지 못해 중간에 방향전환을 하는 것도 원인 일 수가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물류가 남성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물류에 종사하는 여성인력들의 굳건한 마음자세와 여성이 아닌 동료로 함께하는 조직의 분위기나 문화가 변한다면 얼마든 가능하다. 현재 초임 간부들 층에는 다수의 우수한 여성인력들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여성리더가 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Q : ‘물류=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A : 물류는 치밀하고 정확한 업무 처리와 함께 끊임없는 혁신과 개선을 필요로 하는 업무다. 여성 인력들이 더 잘 할 수도 있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 특징들이라 할 수 있다. 단지 그 대상이 물류창고, 파렛트, 트럭, 컨테이너, 비행기, 선박, 야드와 같은 다소 거칠다면 거친 현장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 현장을 움직이는 것은 정교한 정보시스템을 근간으로 한 운영이며, 원단위의 원가절감을 위한 끊임없는 개선이다. 남성인력들이 훌륭하게 수행하는 분야이지만 여성이라서 곤란하다는 생각은 정말 곤란한 생각일 뿐이다.

Q : 임원이란 중책을 맡겼을 때 주위의 우려가 많았을 것 같다. 이런 점들에 대한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A : 물류운영, 개선, 물류정보시스템 등의 조직을 거쳐 물류영업 임원을 역임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업계 첫 여성 임원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많았다. 당시 물류영업은 전형적인 수주영업으로 심지어 골프조차 하지 않는 여성임원은 내부조직뿐만 아니라 고객사도 낯설어 했다. 그렇지만 여러 제약조건들을 극복하고 이후로도 수년간 영업현장에서 임원으로 활동했다. 여성임원이어서 특별히 문제가 된 것은 없다. 오히려 치밀한 고객관리로 회사를 떠난 후에도 물류관련 자문을 요청하는 고객사들이 여럿 있었다. 거듭 말하지만 물류의 어느 분야든 여성인력들이 더 잘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Q : 물류기업에서 여성 임원을 꿈꾸는 많은 후배들이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 조언한다면.

A : 한 조직에서 임원이 되기까지는 마라톤을 완주하듯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 특히 소수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인력들은 더 철저하게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 핵심 업무가 아닌 변방의 업무일지라도 배우고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는 도전의식으로 스스로 업무영역을 넓혀나가는 자세, 여자이니까 이 정도는 봐주겠지 하는 의존심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또 물류는 모든 해답이 현장에 있으니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겁내지 말고, 이 친구에게 맡기면 해결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전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동료들, 현장인력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친화력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치밀함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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