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세상의 가치가 또 하나의 가치를 만든다

맛있는 인생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맛있는 인생’은 형사 출신의 아버지가 권총 대신 식칼을 들고 한식당(팔방미인, 전 남도옥)을 배경으로 네 딸들과 함께 펼치는 인생 스토리로서, 폭염에 찌들어 있는 우리의 여름 안방을 시원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등장인물 배역을 자세히 보니, 전체 배우 19명 중 무려 5명이나 식당에 배치되어 있다. 주방장 장신조(임채무), 부주방장 조평구(안석환), 식당직원 이재복(박윤재), 홀매니저 강유경(홍성숙), 홀직원 김희수(적진이) 등 이들 5명이 팔방미인 한식당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이다.

불현듯 드라마 ‘맛있는 인생’이 동남아 안방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보급되어 방영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한국의 식품문화가 전 세계에 알려져 한국의 식품산업이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지난 수년간 우리 안방을 강타했던 식품 관련 드라마가 떠올랐다. 대장금, 제빵왕 김탁구, 내 이름은 김삼순, 파스타, 신들의 만찬 등….

식품 드라마의 출현

내 기억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 방송사가 경쟁이라도 하듯 식품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선보였던 것 같다. 결과는 식품 드라마 모두가 대박이었다. 2008년도에는 의학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었으나, 새 정부가 들어선 2009년도에는 식품 드라마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식품 드라마가 주제로 나타나지 않았고 하나의 배경으로나 요리사 정도의 인물 등장으로 표현되었다. MBC에서 야심작으로 내놓은 ‘내조의 여왕’의 퀸즈푸드, SBS가 장기 방영한 ‘찬란한 유산’의 진성식품, SBS 아침드라마 ‘망설이지마’의 델리슈, KBS ‘미우나 고우나’의 봉쥬르식품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식품관련 배경이 식품 드라마 등장을 예고하는 첨병 역할을 했다고 본다. 당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아침드라마 KBS의 ‘다 줄거야’와 SBS의 ‘망설이지마’ 역시 그 배경이 ‘다 줄거야’는 개성의 전통요리를 만드는 식품회사(프랜차이즈)이고, ‘망설이지마’는 제빵회사임을 알 수 있다. 그 이후 ‘제빵왕 김탁구’ 같은 시청률 1위의 식품 드라마가 우리 안방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2009년도 이후 식품회사가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한국의 식품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이제는 굴뚝산업이나 전자산업을 뛰어 넘어 생명산업이나 바이오산업 같은 새로운 산업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프랜차이즈산업이 한국경제의 주요 형태로 등장하면서 식품산업이 급속도로 선진화 된 것도 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식품산업의 발전

아무튼 한국의 식품산업은 식품 드라마와 함께 지난 5년간 눈부신 발전을 했음이 분명하다. 그 이후 식품산업에 종사자들의 위상도 높아졌고, 국민들의 인식 역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매우 바람직한 산업과 문화 간 조합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주변을 보더라도 식자재회사가 매출 1조 시대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유통의 주품목이 이제는 생활용품에서 식품으로 바뀌고 있다. 레스토랑과 커피전문점 등 식품 관련 산업은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고급화 되어가고 있다. 이는 식품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음을 단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식자재회사의 모 간부에 의하면 다음 세대인 2040년쯤 되면 집이나 식당에서 음식을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집이나 식당에서 여러 식자재를 단순히 조합하만 하면 되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이 역시 식품산업의 미래전망이 매우 밝다는 증거다.

한국의 최근 식품산업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한국의 식품 드라마에 박수를 보낸다.

문화산업과 접목

2012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영국은 산업시대의 선두주자였지만 외환위기가 닥치자 곧 바로 산업시대의 구조와 경제 형태에서 과감히 벗어나 문화산업을 지향하며 21세기 문화산업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이는 영국 역시 오랜 전통적인 문화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지식을 결합하여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문화산업이야말로 정보화시대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훌륭한 문화유산과 수많은 문화적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정보기술면에서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는 IT강국이다. 전통적인 문화산업과 현대적 의미의 문화산업 모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식품산업이 영상문화와 접목하여 전 세계에서 그 위용을 드러낸다”는 앞부분의 나의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는 또 하나의 비전을 꿈꿔본다. 2012년도 상반기 저성장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도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처지다. 이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산업과 타 분야 산업을 잘 접목하여 경제 강국으로 가야 할 것이며, 이를 수용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인식과 패러다임의 변환이 절실한 때이다.

한국의 물류산업은 IT와 접목하여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위치에 와 있다. 한국의 물류산업 역시 세계화를 준비하며 글로벌비전으로 나아가고 있다. 방송국 PD에게 부탁한다. 식품 드라마가 식품산업 성장에 일조했듯이 방송국이 물류 드라마를 만들어 물류산업이 성장하고 세계로 진출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주방장이 멸시받던 자리에서 자부심을 가진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듯이, 물류인, 특히 화물차 기사, 택배기사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가치를 자랑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그런 물류드라마를 부탁한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