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M&A추진하는 기업 있으나 뚜껑 열어봐야 알 듯

물류산업 중에서도 택배분야만큼 M&A가 많이 이뤄진 분야도 없다. 실제로 최근 10여 년의 사례만 봐도 일 년에 최소 한 건 이상의 M&A가 진행됐다. 택배산업이 각광받기 시작한 2000년 대 초부터 후반까지는 더욱 활발히 진행됐으며 지난 몇 년 간에도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 몇 년간의 택배업계 M&A로는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와 유진그룹에서 보유하고 있던 로젠택배의 지분을 미래에셋투자증권이 인수한 것,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를 한진에서 인수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처럼 많은 M&A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택배업계의 M&A설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어느 기업이 택배사업 진출을 위해 TFT를 구성했다’, ‘ 어느 기업이 어떤 택배업체에 대한 실사를 끝냈다’등 무수히 많은 설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택배업계 M&A설은 설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M&A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는다고 전혀 근거 없는 설 들이 아니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그렇다면 최근 택배업계 확산되고 있는 M&A설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를 추적해 보았다.

농협, 과연 택배사업 진출할까
지난해 택배업계를 가장 긴장시킨 것 중 하나가 바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 설이다. 실제 농협은 택배사업 진출을 위해 로젠택배 등 일부 택배업체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었다. 또 지난해 11월 최원병 농합중앙회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 후 상조회사 설립과 택배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체국택배가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공기업이 택배사업에 진출한다는 것만으로도 민간 택배업체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공식적으로 택배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힐 만큼 농협의 의지 또한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의 신경분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농협의 택배사업 추진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업계관계자들은 농협이 만약 택배사업을 추진할 경우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업체의 인수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기존 택배업체의 인수를 검토했던 것만 봐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농협은 택배사업에 진출할까. 만약 한다면 인수 대상은 누가 될까. 최근 다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농협 내에서의 택배사업 추진 열기는 과거에 비해 많이 식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경분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고, 정부 지원금이 어떤 식으로 지원될지 정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합병을 검토하기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한 택배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이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농협물류 측으로 배정된 금액이 당초 업계에 떠돌았던 금액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 역시 택배사업 추진 열기를 식게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현재 알려지고 있는 농협물류 측에 배정된 금액의 규모는 약 600억 원 수준. 이는 농협 측에서 검토했던 로젠택배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한 금액으로, 만약 진출한다고 해도 더 적은 규모의 업체를 인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택배업계 전문가들은 농협이 택배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적자나는 기업을 인수하기에는 다소 위험요소가 따르기 때문에 지원금을 다른 분야에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중견 택배업체 간의 인수합병설 모락모락
최근 택배업계 M&A설 중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중견 택배업체 간의 인수합병설이다.이와 같은 인수합병설은 단순한 설 수준이 아니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실제 인수 주체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 택배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단순한 계획 단계가 아닌 검토를 추진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고 말했다.

만약 인수가 추진될 시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현재 인수하려는 업체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다소 시일이 지연되고 있다”며 “만약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될 경우 올해 말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견 택배업체 간의 M&A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최근 업계에는 또 하나의 대형 택배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두 기업의 인수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매출액은 물론 물동량 규모 면에서도 대기업군 택배회사를 넘어설 수 있는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작년 말 집계된 매출과 물동량을 살펴봐도 택배업계 3위까지도 넘볼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일부 택배전문가들은 과거 택배업체와 택배업체 간의 인수합병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체마다 각 지역 코드체계가 달라 택배터미널 등의 인프라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닌 만큼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아 검토 단계에 머무르지 않겠냐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한편 택배업계 전문가들은 농협이 됐건 택배업체 간 인수합병이 됐건 만약 올해 택배업계 M&A가 진행될경우 1차적으로 시장재편이 완료될 것이라며, 택배업계 지각변동은 당분간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택배시장은 성숙기에 도달하고 있고, 이미 기존 업체들로 인해 시장이 눈에 띄게 재편된 만큼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올해 택배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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