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스크린골프 !

 

이기윤(소설가 골프칼럼니스트)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사람이 공부를 하는 것도 때가 있고 골프의 기초를 익히는 것도 때가 있다. 때란 분위기이기도 하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을 때가 그 때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골프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있을 때가 그 때일 수 있다. 서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특별히 잘하는 놈 시기하기도 하고, 못하는 놈 이끌어도 주면서 자연스럽게 이론이며 실기를 착실히 익히는 시기이다.
때를 놓쳐 만학(晩學)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만학은 웬만큼 결심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공부도 그렇지만 골프는 더 어렵다. 공부는 흔히 졸업장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기에 웬만한 결심이면 해낼 수 있다. 하지만 늦게 시작한 골프는 뚜렷한 목표가 있을 수 없다. 프로가 될 것도 아니요 사업이나 취직을 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아마추어로써 친구들보다 못 치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기 때문에 속이 상하고 오기가 뭉쳐진다. 늦게 골프채를 잡은 사람이 한술 더 떠서, 기초가 몸에 배이기도 전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재미에 더 젖어버린다면 골프를 잘 칠 가능성은 아예 희박해 진다. 그저 끼워주는 거나 고마워하면서 돈(?)으로 막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부는 학교에서 기초를 익히면 되는데 골프는 어디서 기초를 익혀야 할까. 첫째는 인도어골프(Indoor golf)요, 다음 단계는 퍼블릭코스인 것이 상식이다. 인도어골프가 문자나 숫자의 기초를 익히는 초등학교 과정이라면 퍼블릭코스는 문장이나 수사법, 수학의 미분 적분을 배우는 중등학교 과정과 같다. 인도어에서 그립과 스윙을 익힌 뒤 퍼블릭에서 타순의 의미라던가 스코어 적는 법을 배우며 비로소 골프다운 골프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도어골프연습장」하면 단순히 타구 연습을 위해 만들어 놓은 옥외 연습장(실내 연습장도 있지만)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인도어골프는 마치 실제 골프장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시뮬레이션 장치가 되어있는 실내 골프장을 일컫는 말이다.
21세기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게 된 「스크린골프」는 인도어골프의 획기적인 발전이다. 스크린골프의 원래 이름은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Golf Simulation System)' 또는 '골프 시뮬레이터(Golf Simulator)'이다. 1990년대 초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뮬레이션 기술을 골프에 적용한 것이 시초였다.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의 시작은 탄도분석시스템이었다. 골프클럽 제조사에서 자사 제품의 탄도 분석을 위한 연구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골프클럽의 스윙궤도, 타구 시 클럽헤드의 스피드, 골프공의 사출각 등을 측정하여 이를 데이터로 나타냈다. 그러다가 자연스러운 시각화를 위해 그래픽 기술이 추가됐다. 프로젝터 등을 이용해 대형화면에 가상 화상을 출력하면서 진일보했다. 이후 이 시스템으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줄이면서 일반인들이 골프연습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발견돼 개발의 초점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개발은 그렇게 골프선진국의 클럽제조회사들이 했지만, 이를 응용하여 「스크린골프」라는 완성된 상품을 내 놓은 것은 한국이다. 따라서 「스크린골프」는 한국이 낳은 브랜드이다.
한국에서 「스크린골프」가 대 성공을 거두게 된 이유는 골프의 중등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해줄 퍼블릭코스가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퍼블릭 코스가 제대로 활용되는 골프선진국에서는 「스크린골프」에 별 관심이 없다. 퍼블릭코스에서 차근차근 몸에 익히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회원제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은 퍼블릭코스가 훨씬 더 많다. 퍼블릭코스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갈 수도 있으며, 자동차나 클럽을 안 가지고 가도 골프를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아직 그렇게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코스가 없다. 최근 통계로 퍼블릭코스가 200여 곳이나 운영되고 있다고 하나, 알고 보면 회원제 뺨치는 골프장들이다. 세금이 적은 만큼 이용료가 다소 저렴할 뿐이다. 퍼블릭코스에서 요구하는 진행이 회원제 골프장보다 더 바쁜 경우도 많다. 따라서 초보자를 가르쳐 주려면 회원제 골프장에 데리고 가는 게 차라리 낫다.

어쨌든 문제는, 그런 코스에 나가 앞 팀을 쫓아가야 하고 뒷 팀이 바짝바짝 다가오는 가운데서 자기 공 쳐 가며 무엇을 얼마나 가르쳐줄 수 있을까? 또 초보자는 그렇게 따라다니며 보는 것으로 무엇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라운드하면서 배우는 상황을 묘사한 흔한 조크가 있다. …90대를 치는 사람은 남을 못 가르쳐 안달한다. 그러나 귀담아 들을 내용이 거의 없다. 80대를 치는 골퍼는 먼저 물어봐야 알려준다. 쓸데없는 데 신경 쓰다 자기 무너지는 일 있을까 조심한다. 70대를 치는 싱글은 가르쳐 달라고 사정해야만 겨우 한마디 해 준다. 자기 타수 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 프로골퍼는 돈을 주면서 물어야 알려준다.… 그나마도 그립이나 스윙에 대한 짤막한 조언이 주이지, 룰이나 매너는 눈치껏 배워야 한다. 눈치로 익히는 것은 개성이 가미되어 편견일 경향이 많다. 골프하는 사람 대개가 은근히 칭찬보다 비난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이유는 이렇게 너도나도 아마추어들이 기초를 건성건성 익히는 데서 비롯되는 감이 짙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 준다. 구력이 쌓이다 보면 룰도 알게 되고 포용력도 넓어지며 이론적 지식과 주변 상식도 늘어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동반자에게 ― 몰라서 저지르는 ― 민폐를 끼쳐야 하는 가는 반성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인생이나 골프나 시작할 때 기초를 단단히 다진 사람은 노력하는 만큼 기량도 눈에 띠게 향상된다. 반면에 대충 익힌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질 듯 나아질 듯 그 자리를 맴돌고, 성공할 듯, 신기록을 세울 듯, 하다가 무너지곤 한다. 이러한 상황의 반복은 결과적으로는 골프에 대한 흥미의 반감이나 스트레스로 나타나게 된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제대로 된 퍼블릭코스가 없어서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스크린골프가 등장해 훌륭한 대안이 되고 있다. 스크린 골프가 처음 등장했을 때 골프 좀 한다는 사람들은 골프의 웅대함을 컴퓨터 게임과 유사한 놀이로 대처할 수 있겠는가 하고 웃었다. 단견이었다. 한국의 스크린골프는 짧은 시간에 거대한 시장으로 발전하였다. 그 동기가 무엇이었겠는가. 골프 인구 확산에 즈음하여 없어서는 안 될 중등교육과정인 퍼블릭코스의 목마름을 대처했기 때문이었다. 기초를 튼튼히 할 수 있는 스크린골프! ‘원더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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