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지난 10일 올해 국내 항만에서 처리할 컨테이너 물동량 목표를 지난해 실적에서 8% 높게 잡았다.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 최고 실적을 계속 이어간다는 의지를 담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들도 제시했다. 하지만 그 전략들이라는 것이 목표로 정해둔 유치화물 수치를 맞추기 위한 전략일 뿐 항만산업의 건전한 육성이나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쪽으로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것들인 것 같아 몹시 아쉽다.

항만시설사용료 면제, 인센티브 확대 등 매년 같은 얘기인지라 웬만한 이들이면 줄줄이 꿸 만큼 익숙한 것들이다. 환적 컨테이너에 대한 화물입출항료 면제는 계속 이어진다. 신설항에 대한 항만시설사용료 면제 기간도 사실상 만료시점이 없다.
물론 항만마다 자기 항만의 환경에 맞춘 특화된 전략이 있기는 하지만 추려보면 ‘퍼주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표현은 다르나 그 행간을 읽어보면 인근 항만에서 처리하면 효율적이고 경제적일 화물을 빼앗아 오자는 전략도 있다. 국내 항만들의 물동량 유치 경쟁구조는 (어떻든 늘어날 물량, 어느 항만이 유치해도 마찬가지 임에도) 할인혜택 등을 미끼로 자기 항만으로 끌어 들였으되 수익은 안 나고, 전체적인 손실만을 불러오는 자가당착적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다.
그렇게까지 할인해주고, 면제해주고, 인센티브 혜택도 주어가며 화물처리 실적을 끌어올린들 우리 항만산업의 발전, 나아가 국가 경제에 득 될 것 없다는 것이 항만물류업계에 팽배해 있는 상황인식이다.
우리나라는 물동량 예측을 잘못한 탓에 전국 해안을 따라 줄줄이 대형 항만들을 지었다. 공급 과잉에 따른 허기로 빈혈증을 보이고 있는 부두가 적지 않다. 언제 투자 회수를 하고, 언제 돈을 벌어 국부(國富)에 보탬을 줄 수 있을 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부산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환적화물이 많은 항만이다. 세계 5위라. 상당한 명예가 아닐 수 없다. 올해도 우리 정부와 항만당국은 환적화물 유치 확대로 승부를 걸 모양새다. 국토부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에 따른 세계교역 증가 둔화에도 불구하고, 환적화물을 적극 유치하여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항만에서 이뤄지는 환적은 단지 이 배에서 저 배로 화물을 옮겨 싣는 수준의 환적, 다시 말해 부가가치가 그렇게 크지 않은 환적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환적화물 유치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야 지원이다. 하지만 벌어들일 돈을 포기하고, 그렇다고 포기 한 몫 이상을 다른 수익창출수단을 통해 벌어들이는 것도 아니라면 이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정부의 지원이란 곧 국민들의 세금으로 돕겠다는 의미다. 도움도 안 되는 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생색이나 내겠다는 의미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 항만운영업체나 하역업체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항만하역업계라도 돈 벌게 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항만하역료는 주변국 경쟁항만의 절반이거나 그 이하 수준이다. 거기에 정부까지 나서서 사용료를 줄여주니, 면제하니 하면서 발 박자를 맞추고 있는 꼴이다. 물량을 많이 가지고 있는 외국 선사들의 경우 홍콩 등지의 높은 하역료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항만당국이 주는 면제 혜택과 한국 부두운영사들의 할인 혜택이 홍콩 등지의 높은 하역료 부담을 웃돌기 때문이란다.
국내 항만하역사와 터미널 운영업체들이 물량 유치를 위한 하역료 덤핑 등 출혈경쟁으로 극심한 몸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자항만 누적적자가 수천억원에 달해 결국 국민 혈세로 손실을 메우는 것 아닌가는 질타가 있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사업에 뛰어든 민간기업도 문제지만 정확한 물동량 예측을 바탕으로 항만개발의 규모와 시기를 조율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이런 지경임에도 차 띠고 포 뗘 줘 가면서 화물을 유치한 들 항만산업이 국가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 무엇인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화물유치 전략인지 곱씹어 보아야 한다.

상대하석(上石下臺)이라. 위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위돌 괸다고 했던가.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돌려 맞추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항만 화물유치 전략은 위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도, 아랫돌 빼서 위돌 괴는 것도 아니라 위, 아랫돌 모두를 빼 임시변통도 되지 않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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