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골프를 하려면 멘토를 모셔라

 

반취 이기윤(소설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에 매료되는 이유는 진지함과 재미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진지함, 엄격함, 까다로움 따위만 있고 재미가 없다면 지금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재미만 있고 진지함이 없다면 예찬하며 열광할 이유가 없다. 축구나 야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규칙을 알고 관전하면 흥미가 배가된다. 룰(규칙)이 곧 진지함이요, 점수를 챙기는 것이 재미이다. 페어플레이를 염두에 두면서도 불리하다 싶으면 순간순간, 주어진 규칙과 도덕의 경계를 슬쩍슬쩍 넘나들고 싶은 (사악한) 욕구를 자극하는 상황들이 만들어지는 데서 흥미진진해 지는 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넘어설 듯 넘어설 듯 넘어서지 않는 데서 갤러리(동반자)들은 진정한 박수를 보내게 된다.

분명한 것은 너나없이 똑똑해져서 갈수록 반칙하는 사람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반칙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점수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페어((fair)와 더티(dirty)의 경계에 교묘하게 실점을 지우거나 혹은 주워 담을 수 있는 점수(?)가 있는 것이다. 점수가 곧 돈인 내기골프라면 씁쓸한(?) 미소라도 지을 수 있겠는데, 내기도 안 하는 사람이 정직한 점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평소 허풍을 남발한 것이 들통 나는 부끄러움 때문인가?

어쨌든 그런 유치한 유혹에서 근본적으로, 깨끗하게 벗어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골프를 시작할 때 룰과 매너를 아주 튼튼히, 몸에 배도록 익혀두는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자기가 칠 순서를 잘 지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매너와 에티켓을 90% 이상 갖춘 것이라 하여 과언이 아니다.

룰을 익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권한다. 초보시절에는 필드레슨을 반드시 받을 필요가 있다고. 그러나 제대로 필드레슨을 받는 사람이 열에 하나나 있을까?

흔히 처음 입문할 때 두서너 달 레슨을 받고, 월례회에 따라가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필드 몇 번 다녀와서는 골프를 다 알아버린 양 혼자 연습하며 형편대로 (친구가 불러주는 대로) 라운드를 즐기기 일쑤이다.

퍼블릭 코스가 제대로 활용되는 선진국에서는 퍼블릭에서 차근차근 몸에 익히도록 배우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회원제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미국 영국 일본은 퍼블릭이 더 많은 것이다. 그런 퍼블릭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갈 수도 있으며, 자동차나 클럽을 안 가지고 가도 골프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이 되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 우리에겐 그렇게 할 만큼 여유 있는 퍼블릭이 없다. 아니 오히려 퍼블릭 진행이 회원제 골프장보다 더 바쁘다. 따라서 초보자를 가르쳐 주려면 차라리 회원제 골프장에 데리고 가는 게 더 낫다. 그런데 과연 초심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따라다니며 얻어듣는 것으로 무엇을 얼마나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제 핸디 다스리기도 바쁜 사람들이 누굴 가르칠 여유가 있단 말인가.

라운드하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상황을 묘사한 흔한 조크가 있다. …90대를 치는 사람은 남을 못 가르쳐 안달한다. 그러나 귀담아 들을 내용이 거의 없다. 80대를 치는 골퍼는 먼저 물어봐야 알려준다. 쓸데없는 데 신경 쓰다 자기 무너지는 일 있을까 조심한다. 70대를 치는 싱글은 가르쳐 달라고 사정해야만 겨우 한마디 해 준다. 자기 타수 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 프로골퍼는 돈을 주면서 물어보아야 알려준다.… 그나마도 그립이나 스윙에 대한 조언이 주이지, 룰이나 매너는 눈치껏 배워야 한다. 골프 하다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 칭찬보다 비난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이유는 이렇게 잘못 배우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 준다. 구력이 쌓이다 보면 룰도 알게 되고 이론적 지식과 주변 상식도 늘어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동반자에게 ― 잘 몰라서 저지르는 ― 민폐를 끼쳐야 하는 가는 반성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것도 매너 좋은 동반자들과 계속 어울려야 잘 배우지, 돈이나 따먹으려고 하는 골프에 물들어버리면 아예 요령 위주로 비뚤어져 버린다. 필드레슨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시작할 때 기초를 단단히 다진 사람은 노력하는데 따라 기량이 눈에 띠게 좋아지지만 대충대충 되는 대로 익혀가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질 듯 그 자리를 맴돈다. 이러한 상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에게 골프에 대한 흥미의 반감이나 스트레스로 나타나게 된다. 

멘토를 두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멘토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원래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Odyssey)》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 이름이다. 오딧세이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 일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그의 친구인 멘토에게 맡긴다. 오딧세이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무려 10여 년 동안 멘토는 왕자의 친구, 선생,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그를 잘 돌보아 주었다. 이후로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의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골프에서나 인생에서나 멘토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다. 흔히 골프에서의 멘토, 하면 티칭프로를 떠올리며 골프연습장에서 초보자를 가르치는 정도로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티칭프로란 토너먼트에 출정하기보다는 골프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본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우뚝한 프로 선수 뒤에는 반드시 티칭프로가 있다. 프로를 가르치는 프로 위의 선생이 티칭프로인 것이다. 타이거 우즈의 티칭프로는 부치 하먼이다. 경기가 끝난 뒤 스윙이나 그립이 좀 이상해졌다 싶으면 반드시 티칭프로를 찾아가 잘못된 것을 교정 받는다. PGA투어 71승, 메이저대회 18승의 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잭 니클로스에게도 그가 평생을 모신 티칭프로가 있다. 잭 크라우트다. 한국의 골프여왕 박세리에게도 데이비드 레드베터라는 불세출의 티칭프로가 있었음을 모두 알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프로들은 티칭프로를 두는 습관이 별로 없다. 티칭프로를 준프로쯤으로 여긴다. 세미프로라 부르기도 하며 초보자를 가르치는 반 직업선수 정도로 여기는 풍토가 일반화 된 듯하다. 한국 골프가 진실로 세계무대에 우뚝하게 서려면 이런 풍토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아마추어의 경우 꼭 ‘비용이 수반되는’ 티칭프로가 있어야할 필요는 없다. 골프를 먼저 배우고 매너가 짱이면서 잘 치는 친구나 선배 중에서 얼마든지 멘토를 찾을 수 있다. 멘토를 삼기로 했다면 반드시 표현을 하자.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함께 라운드하면 골프를 진지하게 배우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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