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물류의 이모저모

 

글 _ 이남연 폴주크 인터모달 한국대표(tootstoots@empal.com)

 

드디어 새해다. 여기저기서 저마다 힘찬 포부를 발표하고, 의지를 불태우며 벅찬 목표를 내걸었다. 세계 물류시장의 풍경도 이와 마찬가지 분위기라서 각종 언론을 접하다 보면 다소 딱딱하고, 때론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금은 너무 어려운 시기라 긴장을 한 나머지 단단히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라고 이해는 하지만…. 따라서 본 칼럼은 정반대로 가볍게 가볼까 한다. 때론 사소한 듯 재미있는 소식거리로 머리를 식혀가며 긴장을 늦추는 것도 필요한 법.

첫째, 죄수호송도 물류기업이?
유럽의 SCM 기업, ‘Wincanton’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영국의 죄수들을 감옥, 경찰서, 법원 등으로 이동시키는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영국의 법무부와 SERCO사와 함께 체결한 이 계약은 7년 동안, 연간 4,200만 파운드(756억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한다.  Wincanton사는 이러한 서비스에 필요한 특수호송차량, 차량추적 시스템 등은 물론이고, 차량운전자 특별교육과 특수차량 관리시스템, 호송스케줄 관리 등, 이 방면의 특화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Eric Born 사장은 “회사의 서비스를 공공부문으로까지 넓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Wincaton사의 혁신적인 죄수호송 서비스는 영국의 세금 납부자들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둘째, 음악은 블록트레인을 타고!
리하르트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겐의 반지’는 그 예술성으로나 보나, 규모와 혁신성으로 보나,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추앙 받는 작품이다. 워낙 오케스트라나 무대장치의 규모도 방대하고, 전곡공연에 연속 4일 밤이나 걸리는 작품이라, 그 유명세에 비하여 전 세계 곳곳에서 빈번히 연주되기는 힘든 작품이다.
따라서 골수 매니아들은 자기들을 스스로 바그네리안이라 칭하며, 바그너악극의 공연만을 위해 특별히 건축된 축제극장에서 공연을 즐기기 위해 수 년 전부터 표를 예매하고, 매년 독일 바이로이트로 달려간다. 그들은 적어도 이렇게 해야 최고 수준의 바그너 실연을 감상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하는 평범한 바그너 팬들은 인근 지역 오케스트라에서 특별 프로그램으로 바그너를 채택해주길 하염없이 기다린다. 물론 그동안 최고 수준의 연주자가 녹음한 앨범을 들으며….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일은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쾰른 오페라단이 중국 상하이에서 ‘니벨룽겐의 반지’를 공연하기 위해 200톤이 넘는 짐을 꾸리는 일이 마침내 일어났다. 그 짐을 독일의 철도기업 Transfracht(TFG)사가 ‘AlbatrosExpress’라는 컨테이너 블록트레인에 싣고 함부르크까지 날랐고, 함부르크에서 상하이까지는 선박으로 운송하였다. 마침내 독일 오페라단의 바그너 해외원정 공연이, 무려 중국에서 개최된 것이다. 중국인들이 바이로이트까지 가지 않고도 독일에서 원정 온 오리지날 바그너 악극을 감상할 수 있게 한 데에는, TFG사의 공이 크다. TFG사가 그 공연을 위해 30개의 컨테이너에 나누어 실은 짐에는 다리미대, 의상세척파우더, 인조잔디로 덮인 공연바닥재, 200kg이 넘는 불꽃놀이용 화약 등이 있었다고 한다.

셋째, 찌르레기의 귀향. 비행기를 타고?
계절에 따라 철새들은 긴 여행을 준비한다. 따뜻한 나라를 찾아서 머나먼 길을 한없이 날아가는 철새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장관이다. 하지만 오늘은 편안하게 여객기를 타고 고향 발리섬으로 날아간 찌르레기 소식을 전해볼까 한다. 독일의 쾰른 동물원에서 방출되어 인도네시아로 옮겨져, 발리의 바랏 국립공원에서 야생생활을 새롭게 시작하게 되는 이 멸종위기의 발리 찌르레기(Bali Starling) 20마리는 대륙을 건너는 대이동에 카타르 항공을 이용했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출발, 인도네시아 덴파사르까지 밤사이 날아간 찌르레기들이 이제쯤 편안히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했기를!

위의 소식들은 사소한 듯하나 시사점도 함께 가지고 있다. 외신을 접하다 보면 이러한 재미 있는 기사들을 접할 기회가 왕왕 있다. 특히 유럽에서 중·소형 물류기업이 특화된 노하우와 서비스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지역에서 틈새시장을 키워가며 명맥을 이어오는 사례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또한 대형업체들도 대량화물 선점에 몰두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문화마케팅 차원에서 지역사회나 문화행사에 후원을 하거나, 특정이벤트의 물류를 전담하여 담당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 물류시장에선 후자는 간혹 언론에서 조명을 받아도, 전자의 경우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유럽에 비해 우리는 규모가 작아도 특화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물류기업이 드물다는 것을 반증한다. 올 한해는 우리나라의 대형물류기업뿐 아니라, 중·소 물류기업들도 모두 선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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