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한 타, 즉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


반취 이기윤(소설가 골프칼럼니스트)

「유머로 정복하는 골프」에 이어 「골프와 인생」을 다시 연재하게 된 것은 물류신문 독자 여러분의 소리 없는 아우성 덕분이다. 감사드린다. 꼭 2년간 연재했던 「유머로 정복하는 골프」는 그동안 책으로 나와 호평리에 3판까지 매진되는 즐거움을 누렸다. 뿐만 아니라 칼럼니스트들이 칼럼니스트에게 주는 상인 ‘2011 올해의 칼럼니스트 상을 수상하였으니 보람도 크고 성과도 많았다.
새로 시작하는 「골프와 인생」 역시 유머와 해학으로 채우려 한다. 말하자면 「유머로 정복하는 골프」의 속편인 셈인데, 흔히 영화에서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 라는 속설이 있는 것처럼 반취의 연재도 전편보다 나을 것이라는 자신이 없다. 다만 더 깊은 재미가 있어 독자로부터 또 다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글이 되도록 노력은 해 볼 것이다.  
 

골프와 인생을 테마로 정했는데 공통점을 찾자는 뜻은 아니다. 인생은 자기 선택이 아니고 골프는 인간이 만든 놀이인데 무슨 공통점이 있겠는가. 억지를 부릴 수는 있다. 세간에 회자되는 골프와 인생의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이다. 라든가 ▲집중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끈질겨야 한다 등등 조크로 동질성을 논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의 한번 껄껄껄 웃고 말 표현들로 연재하는 글을 얼마나 써댈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고 스스로 태어나고 싶어서 세상에 나온 사람은 없다. 또한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도 없는데 언제 죽을지를 아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다. 웅대한 포부를 보이며 미래를 설계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모든 것이 다 불완전한 상태 아닌가. 결국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되는데, 보통은 희망대로 풀리면 기고만장 하고, 잘 풀리지 않으면 ‘인생이란 무엇인가?’ 실의에 젖어 묻게 된다.  

과연 인생이란 무엇일까? 보통의 지식인이라면 사춘기 때나 대학 때 이런 의문을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끝없이 고민하고 자문하고 되풀이 묻고 했겠지만 정답을 얻은 사람 또한 있을 수 없다.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더 푸쉬킨의 詩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따위에서 위안을 얻으며 현실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밖에 없다. 그 정도가 최선의 답인 것이다.
현실에 적응한다는 것. 그것은 자연에 적응한다는 것이고 결국 자연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것이 된다. 그러면 자연이란 무엇인가. 自然(Nature)은 그리스어 physis의 라틴어 번역어 natura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의 의미는 인간 및 사물의 고유한 성질, 즉 본성, 본질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땅(地), 물(水), 불(火), 바람(風)처럼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중세의 한 때 기독교가 지배하는 유럽에서 자연은 신의 은총(gratia)에 대응하는 개념을 갖기도 했다.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것, 즉 죄를 뜻하기도 했는데, 르네상스 및 근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개념으로부터 완전히 탈각하여 자립하였고 여기에 과학적 연구 성과가 가미되며 발전하여 광대한 우주에 대한 흥미와 감격이 보태지면서 자연은 찬미의 대상이 되었다. 달라질 이유가 없는 자연 - 그대로 있는 자연에 대한 정의조차 이렇듯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왜일까.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 아닐까?
다시 물어보자. 인생이란 무엇일까? 니체의 계보학적 사유방법으로 접근하면 "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삶의 의미를 묻지 말고 "왜 삶의 의미를 궁금해 하는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묻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정답은 없다. 애초에 그 단어들이 논리적으로 답을 내릴 수 없는 "추상명사"이기 때문이다.

인생에 대한 물음에만 정답이 없는 것이 아니다. 골프란 무엇인가? 혹은 골프를 왜 하는가? 역시 마찬가지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성감대가 있어 섹스 본능을 자극 당하는 것처럼 골프에도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답이 없는 질문임을 깨달았다면 질문 자체를 거둬들여야 한다.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섹스나 골프가 거부할 수 없는 삶과 동반되는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즐기는 방법은 무엇인가. 길은 하나이다. 상호 보완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신이 만든 최고의 예술품이 인간이요, 인간이 만든 최고의 놀이는 골프라고 하나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골프의 시원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서 알 수 있듯 골프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운동이다. 자연발생적이라는 것은 곧 신의 작품의 일부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골프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애초에 골프할 수 있는 능력은 만인이 다 타고난 것이다. 마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터득해가며 남녀 간에 사랑을 나누고 인생을 꾸려가듯, 골프도 굳이 배우지 않아도 (네델란드 목동들처럼) 혼자 연습하며 익혀나갈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하면 골프에서 인생을 배울 수 있고 또 인생을 골프에 비겨 교훈 삼을 수도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우선적인 인생 교훈에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여 현재를 그르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의 환상에 젖어 현실을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골프를 하는데 이 한 마디처럼 절묘하게 딱 일치하는 말도 없다. 눈앞에 놓인 볼을 샷 하는데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금 전에 잘했건 잘못했건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 바로 전 샷이 현재의 샷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다음 샷을 미리 예견하는 것은 더더욱 금물이다. 예견은 최선의 상황인데, 최선의 상황이 어디 그리 쉬운가. 다만 현재의 샷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280m짜리 Par 4 홀이 있다고 치자. 분명 서비스홀이다. 버디를 욕심낼만한 거리이다.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도 충분히 파를 할 수 있는 홀이다. 그러나 이런 홀에서 버디를 잡는 아마추어가 몇이나 될까. 오히려 더 털퍼덕 거리기 일쑤다. 만만하게 보고 그림을 먼저 그리다보니 혼나는 것이다. 대충 가까이 갖다 놓으면 웨지로 그린에 올려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욕심을 품고 처대는데, 결과는 절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어제의 결과보다는 내일의 환상이 더 문제일 때가 많다. 이번 샷을 대충 치고 다음 샷에서 결정타를 날리겠다는 것이 곧 환상이다. 그건 마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과 같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언제나 오늘이요, 지금이다.
잊지 말자. 과거의 잘 잘못이나 미래의 상상이 현재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골프 교훈의 제1보는 “눈앞의 한 타, 즉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이다.

[반취 이기윤 선생은]

이기윤 선생은 소설가로, 아호는 반취(半醉)다. 장편 <군인의 딸>로 제3회 민족문학상을, 장편 <영혼의 춤>으로 제27회 한국소설문학상을 받았고, 한국소설가협회 사무국장을 10년 남짓 역임했으며, 한국문인협회 감사,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감사 등을 지냈다. 1989년 가천의대부속길병원 홍보실장 시절 골프에 입문한 뒤 골프라이터로 활동, 월간 <모던골프>, 월간 <골프> 등에 7년간 전국의 골프장을 차례로 소개하는 <반취 필드산책>을 연재했고, 1997년에는 한국골프장사업협회의 청탁으로 <골프를 바로 봅시다>라는 계몽 비디오프로를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까지 잡아 제작, 배포하는 등 골프대중화에 일조하기도 하였다. 이기윤 선생은 지난 2009년 3월 1일자부터 물류신문에 <반취 선생의 유머로 정복하는 골프>를 2년 가까이 연재하였으며, 이 칼럼을 묶어 2010년 11월 책으로 펴냈다. 지난해 12월에는 ‘2011 한국골프칼럼리스트 대상’(올해의 칼럼리스트상)을 수상했다.

이기윤 선생은 소설가로, 아호는 반취(半醉)다. 장편 <군인의 딸>로 제3회 민족문학상을, 장편 <영혼의 춤>으로 제27회 한국소설문학상을 받았고, 한국소설가협회 사무국장을 10년 남짓 역임했으며, 한국문인협회 감사,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감사 등을 지냈다. 1989년 가천의대부속길병원 홍보실장 시절 골프에 입문한 뒤 골프라이터로 활동, 월간 <모던골프>, 월간 <골프> 등에 7년간 전국의 골프장을 차례로 소개하는 <반취 필드산책>을 연재했고, 1997년에는 한국골프장사업협회의 청탁으로 <골프를 바로 봅시다>라는 계몽 비디오프로를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까지 잡아 제작, 배포하는 등 골프대중화에 일조하기도 하였다. 이기윤 선생은 지난 2009년 3월 1일자부터 물류신문에 <반취 선생의 유머로 정복하는 골프>를 2년 가까이 연재하였으며, 이 칼럼을 묶어 2010년 11월 책으로 펴냈다. 지난해 12월에는 ‘2011 한국골프칼럼리스트 대상’(올해의 칼럼리스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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