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교수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thkim@yonsei.ac.kr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2011년의 어려웠던 정치, 경제, 사회적 혼돈을 뒤로 하고, 2012년에는 용처럼 모든 사람들이 웅비하고 비상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제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한국 물류산업도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다. 큰 규모의 제조기업의 매출액과 비견할만한 물류기업들도 생겨나고 있으며, 중소 물류업체들의 숫자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총생산액 중 물류산업이 기여하고 있는 부분도 15.6%(2008년 기준)에 이르고 있어 국내 물류산업의 규모도 방대해졌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 국가 한국, 그리고 육로로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펼쳐질 수 있는 우리나라를 보면 물류의 영역은 대단히 넓고 광활하다. 과거 징기스칸이 유럽 대륙을 휩쓴 것처럼 우리나라의 제품이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이때 물류산업에 대해서도 색 다른 관점에서 살펴 볼 필요도 있다. 우리가 어떤 마인드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부가가치와 규모는 지금과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른다.

물류산업을 선진화, 국제화 시켜 국부 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산업으로 더욱 키우고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제조, 유통업의 발전에 동승하여 성장해 왔던 방식을 계속 고집할 것인가? 물류업체 간의 지나친 가격경쟁 방식을 계속 지속할 것인가? 언제 화주와 대등한 입장의 물류기업이 될 것인가? 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 보는 임진년은 어떨까.

Moore(1997)는 저서 “경쟁의 죽음(Death of Competition)”에서 ‘산업이란 아주 느린 속도로 진화하던 시대의 기업 경영이 낳은 산물’이라고 하였다. 그는 중세시대의 엔클로저처럼 공동 이용이 가능한 토지에 담이나 울타리 등의 경계선을 쳐서 남의 이용을 막고 사유지로 사용했던 것처럼, 산업은 각 참여자들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만든 경계라고 하였다. 이처럼 닫힌 질서의 기계론적 산업개념으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적 기업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존 질서로서의 산업경계는 무너져야 하고 그 대안으로 ‘기업생태계(business eco-system)’라는 용어가 제안되고 있다. 기업의 세계란 절대개체가 주도하는 정태적인 세계가 아니라 다양한 종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동태적 세계이기 때문이다. 기업생태계란 ‘고객, 중간기업, 공급자,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 구성되는 시스템이며, 공급자, 유통업체, 아웃소싱 기업, 관련제품 및 서비스 메이커, 기술제공기업 및 여타 조직들의 유연한 네트워크’를 말한다.

그 동안 대한민국 물류의 생태계는 얼마나 진화해 왔는가? 혹시 진화하지 않고 늙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도 물량 확보를 위한 물류업체간의 지나친 가격덤핑과 이를 방관만 하고 있는 화주들의 마인드를 살펴 보면 우리나라 물류 생태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기업생태계에서 기업성장경로를 복원하고 닫힌 성장판을 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산업화 초기의 창업과 성장 중심의 정책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면서 물류생태계의 위기인식에 둔감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화주-물류기업간에도 바람직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마인드가 재정립 되어야 한다. 화주는 효과적인 물류활동에서 얻은 자신의 경쟁력에 감사하여 물류기업과 동반 성장하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물류기업들도 상호 반성하여 가격인하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대기업 물류회사-중소 물류회사 사이의 생태계 전략도 필요하다. 최근 비지니스의 화두는 동반성장으로 이제 대기업이 나홀로 전략(stand alone strategy)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를 키우는 플랫폼(platform)이 되도록 하여 건강한 물류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노력을 기우려야 할 때이다. 플랫폼 전략의 주체자로서 대기업(화주이든 물류기업이든)은 지배자(dominator)가 아니라 지휘자(keystone)가 되어서 상호 윈윈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화주-물류기업, 대규모 물류회사-소규모 물류회사간에는 정보 공유의 실패,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무지함, 파트너십에 대한 의식 부족, supply chain에 대한 이해 부족 등 다양한 문제점들 때문에 물류에 있어서 positive한 관계의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물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우리 제조업과 동반성장 가능한 물류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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