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012

 

▲ 이남연 폴주크 인터모달 한국대표
어느새 연말이다. 이제 매년 습관처럼 치르게 되는 송년행사들, 연말정산과 망년회, 크리스마스 등이 지나면, 어김없이 또 다시 새해 벽두에 서게 된다. 언제나 그러하듯, 연말이 되면 올해 지나왔던 많은 일들을 생각해 보고, 보다 나은 내년을 다짐하며 활기찬 계획을 준비한다. 물류가 실물경제의 파생산업이라 상호 불가분의 관계이듯, 우리 경제도 세계경제라는 거대한 흐름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세계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심도가 더해지는 체감위기

지난 2월, 유로존 위기의 신호탄으로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그 뒤로 줄줄이 포르투갈, 아일랜드에서 이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유럽의 재정위기를 심각하게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등 재정부담국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만일 현재 우려되는 바와 같이 이탈리아와 스페인마저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될 경우, 이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프랑스, 독일, 영국의 금융기관들도 불안해져 결국 심각한 유럽발 금융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재정적으로 유럽계 자금에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과 중남미가 어려워지게 되고, 이것은 전 세계의 주가하락,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져 결국 세계경제는 더블딥에 빠지게 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지난번 미국발 금융위기 때 보다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횡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3월에 일어나 그 참담함으로 전 세계까지 뒤흔들었던 일본의 대지진, 작년 말부터 튀니지에서 진동하던 재스민꽃 향기, 그 짙은 향기에 북아프리카 이슬람국가들과 중동국가들이 흠뻑 취하여 현재까지도 점점 거세지는 민주화의 물결,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악화된 재정상태로 월스트리트에서부터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가는 Occupy시위, 게다가 점차 악화되는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해 전 세계인이 체감하게 된 기후변화까지…….

거센 바람 뚫고 나갈 준비에 비지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해운물류업계는 올 한 해를 어떻게 버텨왔는지, 위기에 부딪혀 적응하며 어떻게 체질을 단련하고 개선시켜왔는지는 일일이 말 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거대 주요선사들의 최근 움직임을 살펴봐도 모두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으로 느껴진다.
최근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데일리 서비스를 시작하여 무한 경쟁을 선언한 머스크와 그에 맞서 주요 항로에서 전략적 운항제휴를 발표한 MSC와 CMA-CGM, 최근 불거진 일본 3대 선사(NYK, MOL, K-Line)의 컨테이너 부문 합병설, ZIM라인의 인수합병설, MISC의 컨테이너사업 중지선언 등,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 국적선사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지를 해운업계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숙제로 여기고, 이에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물류업계에서도 대한통운, 삼성SDS 등, 올 한해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여 내년도 야심찬 계획을 품은 기업들과, 유럽의 경제위기로 물량이 많이 준 상태에서도 어려움을 버텨온 글로벌 물류업체들, 그 외에도 극심한 경쟁과 경영난에서 살아남은 중·소형 택배업체들, 이들 모두가 내년에도 불어 닥칠 거센 바람을 뚫고 나갈 준비를 하며 연말을 보내고 있다.

결국 답은 ‘위기는 곧 기회’

하지만, 또다시 돌이켜 생각해봐도 위기의 상황에서 도달하는 결론이란 늘 하나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진리 말이다. 난세의 영웅, 동지에 태동하는 양기 등을 거론하며 허리띠를 졸라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자는 말이 지겨운가? 매년 되풀이되는 어려움 속에 희망 찾기에 식상할 수도 있지만, 결국 다른 답은 없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보자. 내년도 세계경제성장률 예상치 3.5%,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치 3.6%, 소비자 물가상승률 예상치 3.4%, 수출증가율 예상치 10.9%. 여기가 우리가 현재 서 있는 자리다. 여기서부터 시작하여 하나 둘씩 역경을 이겨내면 내년 이맘때쯤은 또 어느 만큼 전진해 있을 것이다. 다행인 점은 우리에겐 이미 어려움에 강한 내성이 길러져 있다는 것 아닐까? 지금 유럽에서 위기 속에 허덕이는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단련된 근성이 있고, 지금껏 그 근성을 발휘하여 지금보다 훨씬 혹독한 상황을 멋지게 극복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지난 12월 7일, 부산항이 개항 이래 처음으로 컨테이너 처리량 1,500만TEU를 돌파하였다. 이는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선전에 이어 세계 5번째라고 한다. 또한 지난 12월 5일, 수출 5,135억 달러, 수입 4,855억 달러로 수출입 합계 1조 달러를 기록하면서 미국, 중국, 독일,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9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지난 7월부터 발효되기 시작한 한-EU FTA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경제규모 세계1위 시장인 EU와 한 걸음 가까워졌고, 현재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미국과도 FTA를 통해 양국간 관계를 좁혀가려 하고 있다.

‘세계로 열린 창’ 더욱 활짝 열자

위에서 살펴본 각종 사건, 경제관련 예상치, 순위, 기록과 현재 세계적 상황을 종합한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위치한 정확한 좌표다. 한 해를 정리하며 현재 우리의 위도와 경도를 짚어보고, 그 의미를 되돌아보는 것도 내년을 준비하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위의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무역을 통하여 전세계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밀접한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런 무역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요소가 바로 물류인 것을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내년에도 우리나라의 ‘세계로 열린 창’을 더욱 활짝 열어보자. 그리고 그 열린 세상에서 세계인들과 함께 어려운 시기의 활로를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