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북항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

부두시설 공급과잉…선석이용률 40%이하로 추락
▲ 인천북항 안내도

인천 북항 17개 선석개발이 모두 완공되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인천 북항은 정부가 개발한 부두를 포함해 모두 9개 운영사가 목재, 철재, 일반 잡화화물을 처리하는 벌크전용부두로 1,483만 톤 규모의 처리능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처리실적은 610만 6,000톤 규모로 선석이용률이 40% 이하 수준이며, 민자사업은 민자사업대로 MRG만 발생되는 한편, 비관리청항만공사 사업 중에 일부는 1년 넘게 부두개장을 늦추면서 사업을 지연하게 됐다. 당초 인천내항에서 처리하던 벌크화물을 모두 북항으로 이전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지만, 개장된 이후에는 화물이 없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항만난개발의 폐해가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중추항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인천항을 살펴봤다.

인천항 북항 개발사업은 1995년부터 기초계획이 수립되고 2003년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인천내항에서 처리되던 벌크화물의 비산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체부두를 모색하면서 장기적으로 벌크화물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수요예측에 따라 대규모 공사를 시작한 것.

17개 선석 개발에 7,843억 원 이라는 대규모 투자가 진행된 인천 북항 개발 사업은 재정사업으로 정부에서 2만 톤급 2선석의 목재부두만 개발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민자사업과 비관리청 사업으로 진행됐다.

당시 정부는 항만개발 예산이 부족해지자 국내 항만에 최초의 민자사업자를 끌어들이게 됐다. 수입의 부족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입을 보장해준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만들어진 민자부두는 정부가 앞장서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 비율을 0~80%까지 부여하며 대담한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 이러한 비율은 화물을 전혀 처리하지 않아도 수입의 80%까지 정부에서 담보하게 된다.

이러한 정부의 과감한 정책에 따라 동국제강은 5만톤급 1선석(운영 동국통운), 현대제철 5만톤급 2선석(운영 대주중공업), 동부인천항만 5만톤급 3선석(운영 동부익스프레스), 쌍용건설 2만톤급 3선석(운영 KCTC) 등 총 9개 선석을 개발해 나가기 시작했다. 민자사업으로 투입된 비용만 해도 4,302억 원이 된다.

하지만, 민자사업의 MRG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정부는 민자사업을 중단하고, 비관리청항만공사를 시행하며 개발의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비관리청항만공사는 정부개발이 아닌 기관이나 민간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시행하는 공사로 초기 사업자가 항만을 개발하고 30~50년 동안 무상사용한 후에는 국가로 귀속시키게 된다. 계산방식은 부두 개장 후 매년 비용을 상각해 무상 사용기간을 줄여나가게 된다.

비관리청항만공사로 만들어진 부두는 한진중공업 5만톤급 2선석(운영 동방), 한진인천북항운영 2만톤급 1선석(운영 한진), 롯데건설 2만톤급 1선석(운영 대한통운), 선광 2만톤급 1선석(운영 인천북항다목적부두) 등 총 6개 선석으로 총 3,153억원이 투자됐다.

벌크화물의 컨테이너화 빠르게 증가

이렇게 만들어진 인천 북항 부두가 2006년 동국제강과 현대제철부두를 시작으로 속속 운영에 들어가게 됐다. 민자사업으로 만들어진 이들 부두는 20년간 MRG 80%를 보장받을 수 있었으나 지난 2009년 정부와 협상을 통해 MRG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과 협상시 잡화화물에 대해서만 MRG를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자체화물(철재)을 충당할 경우 MRG가 발생하지 않아 간주사용료를 없애는 조건으로 MRG까지 폐지하게 됐다.

하지만, 다른 부두들의 여건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민자사업자인 동부인천항만은 첫해 목표물량의 60%를 처리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금융위기 여파와 인천내항 물량이 북항으로 이전되지 않으면서 지난해 물동량이 30~4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내항재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북항개발에 투자했지만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물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천항 벌크화물이 당초 수요예측치와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장대식 과장은 “1990년대에 북항 개발당시 인천항의 벌크화물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수요예측이 이루어져 당시 벌크화물과 컨테이너화물의 비중이 50대 50의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으나, 2002년에는 30대 70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벌크화물의 80%까지 컨테이너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광석, 철재, 목재 등과 같이 포장하지 않고 입자나 분말상태 그대로 선창에 실어오는 브레이크벌크화물(Breakbulk Cargo)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고철과 원목도 1,2차 가공을 통해 컨테이너에 적재하면서 규격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벌크화물이 크게 늘어나지 않게 되자 비관리청항만공사로 부두를 건설한 한진과 대한통운도 개장시기를 1년 동안 늦추면서 적자규모를 줄여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은 지난 2009년 12월 부두를 준공했으나 1년 넘게 개장시기를 늦추어 올해 5월에 이르러 개장했으며, 대한통운도 2010년 2월 준공했으나 올해 4월에서야 개장했다. 하지만, 부두개장 이후에도 물동량은 크게 증가되지 않으면서 인천 북항 전체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항만 배후인프라 부족, 고비용 구조 개선해야

국내 항만 전체적으로 공급과잉과 물동량 부족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인천항은 배후인프라 부족과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수 인천항만물류협회 사무국장은 “인천항은 도선길이가 길고, 내항의 갑문을 통과해야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실질적으로 고정비용이 타 항만에 비해 높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부두에 인접한 배후물류단지는 사용료를 공시지가로 계산하면서 타 항만보다 4배가 높은 구조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인천항 모 하역회사의 경우 덤핑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 목표치인 8만톤의 화물을 초과해 11만톤을 처리했으나 오히려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화주의 입장에서는 배후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부두를 이용하기 편리한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배후시설조차도 과거 10~15년전 수준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협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항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비산먼지를 발생하는 벌크화물을 북항으로 이전하고, 내항에는 청정지역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사실상 청정화물의 경우 부가가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천지역 대형화주인 대우자동차는 평택항에서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고, 현대제철도 당진지역에 고로를 준공하면서 토종 대형화주의 부재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우자동차의 생산라인이 감소하면서 시민단체에서는 부평공장 자리에 집값을 올릴 수 있는 대규모 공원이나 아파트 건설까지 요구하는 실정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부두이용료가 중국보다도 저렴한 실정에서 도선거리도 인근항만보다 약 15km나 가깝다”며 “수도권 중추항만으로서 인천항은 접근성이 좋고, 화물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1만톤의 화물을 처리할 경우 1억 2,000만원, 5만톤의 경우 6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볼 때 인천항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수도권 정비계획법 완화해야
인천항의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묶여 있어 화주를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준설토투기장으로 조성된 공항만 배후부지가 관련법으로 규제되고 있으면서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성수 인천항만물류협회 사무국장은 “자동차 산업을 유치해도 인천항 인근에는 장치장이 부족해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다”며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완화해 공항만 배후물류단지를 개발하고, 단순 물류시설이 아닌 조립, 포장, 라벨링 등의 시설을 갖추어 항만, 공항과 함께 3각 편대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만도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민자사업으로 만들어진 민자부두의 경우 구조조정을 해서라도 정부에서 일부 수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운영수입이 보장되는 민자부두는 화물이 감소할 경우 정부에서 감소되는 부분만큼 수입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예산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전향적인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자부두의 MRG를 폐지하고 국가가 일부 수용해 TOC(Terminal Operation Company)로 전환할 경우 운영사와 정부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항만수요예측을 통해 정부에서 부두를 건설했고, 부족한 정부예산을 대체하기 위해 민자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수요예측이 잘못되면서 발생된 물동량 과잉 추정치는 현재의 항만물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 사무국장은 “물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항만공사에서도 임대료를 조정해주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해주길 바란다”며 “고정비가 기존과 동일할 경우 물량감소에 따른 고비용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운영사 입장에서는 화주를 유치하기 힘들어지고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화된 장비와 함께 항만노무인력 상용화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지만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인건비 부담까지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항만경쟁력은 끝없이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천북항 활성화 T/F팀 운영 1년
인천항만공사 김춘선 사장은 지난 8월 취임사를 통해 “인천북항의 전면 개장에도 불구하고 사료, 철재, 수입자동차와 같은 일부 물량이 타 항만으로 전이되어 항만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인천 내항과 북항의 연계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북항 배후단지와 청라 투기장 등 모든 항만지원부지의 조기 운영과 활용방안을 검토해 인천항의 항만기능을 조속히 회복하여 인천지역경제를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는 북항의 화물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항만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약 1년간 T/F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북항의 화물유치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춘선 사장은 해외마케팅을 활성화시키는데 있어 외국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어는 통역을 맡기더라도 인천항을 잘 알릴 수 있는 마케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통해 사실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T/F팀 회의에서는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야간에 조명시설이 없어 선박이 접안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인천항만공사는 타 항만에 설치된 ‘접현등’을 부두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누수가 발생하는 불편함이 있어 비용이 발생되더라도 도선사와 협의해 다른 조명설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북항 진입로에 1미터 폭의 나대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대식 과장은 “인천 북항의 화물유치를 위해 T/F팀을 구성했으나 화물유치보다는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화물유치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두에서는 인근 항만으로의 물량전이가 이뤄졌으나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고, 부두를 이용하는 화주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나 운영사에서 화주를 공개하지 않는 실정이다.

작은 화물이라고 타 부두로 이전할 경우 수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자부두에서는 MRG비율을 맞추기 위해 덤핑을 자초할 수밖에 없고, 다른 부두에서도 화물유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항만공사제 도입 이후 항만경영에 자치시대를 열었지만 정부를 믿고 민자사업과 비관리청사업에 투자한 운영사들은 또 다시 정부의 어깨를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잘못된 수요예측에 따른 물동량 과잉 전망, 그에 따른 부두과잉공급, 또한 내항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화물이 전배되지 않고 있으며, 수도권정비법에 따라 대형 화주의 이탈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부두운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인천항은 더 이상 지역항만이 아니라 수도권 경제를 이끄는 중심항으로 인천지자체와 항만공사 그리고 정부가 나서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항의 벌크 전용부두는 화물 증가추이에 따라 정부가 수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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