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진입장벽 높이기

물류산업 차별화 원천은 무엇인가?

물류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 찾아야

 

얼마 전 일부 화주 기업이 3자 물류에서 2자 물류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들려 왔다.<참고 : 물류신문 532호 C사에 드리운 먹구름, 물류업계로 확산되나> 물론 3자 물류보다 2자 물류를 통해 물류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현재 물류운영 단계 중에서 물류전문기업이 차지하는 단계만 최소화해도 많은 부분에서 비용이 절감 될 수 있다고 말한 화주 관계자의 설명이다. 즉 2자 물류로 전환하려고 하는 화주기업의 눈에는 3자 물류 기업이 단순히 비용을 늘리는 한 단계로 여겨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도 “물류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진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류업계가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서 주변 환경의 변화와 물류에 대한 인식 변화, 정부의 지원 등 중요한 요소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물류업계의 차별화 원천이 필요하다. 물류산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을 찾아 이를 갈고 닦아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물류기업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 된 경쟁력에는 무엇이 있을까?

경쟁력1 - 하드웨어

물류는 서비스 산업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가장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다. 그만큼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류기업들은 화주가 투자할 만한 물류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거나 물류 아웃소싱에 대한 계약기간이 짧아 리스크가 너무 큰 상황에서 투자를 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화주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이라는 가장 큰 화두를 않고 있는 만큼 비용을 줄이려는 생각이 큰데다가 저단가 경쟁을 시작하고 부추긴 것은 물류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스스로 만든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일부 화주들의 장난(?)도 분명히 존재한다.
물류 시설과 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하다. 물류센터를 하나 건설하는데 1년 이상의 영업이익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시장의 경쟁력은 올라가게 된다. 물류기업들은 예전에 물류운영에 대한 안정화를 외치며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했던 시기가 있었다. 또한 지금도 대형 물류기업 중에는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끊임없이 하는 기업도 있다. 이러한 기업은 다른 물류기업이 가지지 못한 안정성과 비용이라는 부분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을 지금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타 기업에서는 저단가라고 비방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미리 선제적인 투자가 이루어진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비용적인 메리트가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또한 하드웨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물류 산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구축된 물류인프라는 아무리 돈이 많은 기업이라도 짧은 시간에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장치산업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물류기업들이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어 성장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는 물류기업의 초기 투자비용을 늘리고 운영에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또한 무리한 시설 투자는 기업경영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3자 물류를 자가 또는 2자 물류로 전환하려는 화주기업들에서 ‘물류센터도 임대, 차량도 지입을 통해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게 될 것이다. 지속적인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물류기업의 경쟁력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차별화의 원천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경쟁력2 - 규모의 경제

물류는 ‘티끌모아 태산’이 되는 특징이 강한 산업이다. 즉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물류기업의 원천 중 하나는 물량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이며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모의 경제가 물류산업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 요소이긴 하지만 물량이 많은 화주기업이 2자 물류나 자가 물류로 전환을 고려할 때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차별화의 원천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물류기업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물량을 많이 유치해 공동화 할 때 경쟁력은 올라가고 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일정 물량을 넘어서면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다다익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일정부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물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국내 물류기업들은 단가가 낮거나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물량이 많을 경우 수주를 위해 저단가 경쟁도 불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량이 많으면 그 물량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유사업종의 물량을 수주해서 공동화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쉽게 이야기 하면 물동량이 많은 화주를 유치하고 비용이 추가로 발생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른 기업의 물량을 수주해 공동화 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구조를 화주들도 이용하고 있으며 결론적으로는 물류기업의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낮은 수익률은 물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재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즉 물류시설, 설비 등과 같은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하고 인력양성, IT시스템 도입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과 같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절감은 분명한 물류기업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수익률을 포기한 채 규모만을 생각한다면 이는 물류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경쟁력3 - 노하우(지식)

화주기업이 물류를 직접 하느냐 물류전문기업에게 아웃소싱 하느냐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비용과 서비스이다. 현재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물론 물류라는 것 자체가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비용절감이라는 측면에서 가격이 우선시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화주기업들이 생각하는 비용절감이 물류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적절하게 지불하면서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 받는 것이 아닌 절대적인 비용절감에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화주기업의 물류비용을 줄이면서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하거나 물류비용을 유지하면서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물류기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차별화의 원천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전문기업으로서 가지고 있는 노하우라고 설명한다. 즉 물류는 결국 ‘사람’이라는 설명. 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지식 산업이다. 오랜 시간 물류산업에 종사하면서 축적해온 노하우가 가장 큰 차별화이며 3자 물류를 사용하던 화주가 쉽게 자가 또는 2자 물류로 전환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자 물류로 전환하려고 하는 기업들은 ‘2000년대 초만 해도 물류기업과 화주기업의 물류운영 노하우 등에 대한 격차가 심했지만 최근 들어 양 측의 격차가 줄어들었다’며 노하우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물류 전문가는 “화주기업들이 운영에 대한 노하우는 많이 배웠을지 모르겠지만 물류 현장 구석구석의 녹아있는 노하우는 쉽게 배울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조직 자체가 넘어가지 않는 이상 몇 사람이 자리를 옮긴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물류기업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라는 차별화의 원천은 단순히 오랫동안 옆에서 보고 배웠다고 쉽게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또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리를 옮긴다고 해서도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 즉 물류는 사람이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이지만 단순히 그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하나의 차별화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쟁력4 - 운영의 안정성

화주기업이 자가 물류에서 3자 물류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3자 물류에서 자가 물류 또는 2자 물류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 3자 물류기업은 물류에 특화되어 있어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로 물량이 늘어나도 쉽게 대응이 가능하지만 자가 물류나 2자 물류로 전환 할 때는 새롭게 물류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 물류나 2자 물류로 전환 할 때는 서비스에 대한 리스크가 발생하게 된다. 즉 불안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시간에 대한 공백을 메우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물류인프라를 구축하고 안정적으로 물류가 운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며 이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상당히 높고 리스크가 크다는 설명. 다른 업계 관계자도 “물류기업이 하는 것은 화주에 대한 서비스도 있지만 화주사의 고객을 관리하는 것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물류서비스에 공백이 생기면 화주사의 고객사가 이탈하거나 판매에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생기는 기회비용이 발생해 리스크는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물론 화주기업이 이러한 리스크를 알고 오랜 시간 준비했다면 서비스 공백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완전히 없을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즉 그동안 구축해온 인프라를 통한 서비스의 안정성도 물류기업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경쟁력5 - 브랜드 가치

아직까지 물류산업에 있어서 브랜드는 크게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차별화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뒷단이 모두 똑같다. 결과는 항상 같고 같아야 한다. 과정은 다를 수도 있지만 결과는 같은 것이기 때문에 물류기업이 차별화 경쟁력을 갖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과가 같고 드는 비용이 같다면 결국은 믿을 수 있는 기업에게 화주가 갈 수밖에 없다. 믿을 수 있는 기업을 판단하는데 브랜드 파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물류기업 중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굳이 꼽으라면 있을 수 있지만 산업을 대표할 만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없다. 회사명을 대면 물류기업이라고 인지하지만 물류하면 딱 떠오르는 브랜드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글로벌 물류기업이라고 하면 DHL, Fedex 등과 같이 바로 떠오르는 기업이 없다는 것. 업계 전문가는 “이제는 유형의 인프라를 가지고 승부하는 것은 어렵다. 이제는 새로운 무형의 인프라를 가지고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계속해서 차별화 된 무엇을 찾아야 하는 물류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는 이제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ack to the Basic

물류산업의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다는 것은 업계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즉 누구라도 쉽게 들어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진입장벽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이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구조에서 진입장벽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류는 장치 산업이지만 직접 하드웨어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으며 물류에 대한 노하우도 많이 공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물류기업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업계 전문가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물류의 기본은 무엇일까? 올 초 모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밝힌 프랑크 아펠 도이치포스트 디에이치엘 회장은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복잡하다고 느낀다면 이미 그 서비스는 잘못됐다. 단순해야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단순해야 믿을 수 있으며 단순해야 지속 가능하다. 무엇보다 단순해야 고객이 감동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격이 싸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믿을 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복잡한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니까요”라고 설명했다. 물류의 기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갖고 있는 물류산업의 차별화 원천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시기이다.
<신인식 기자, story2021@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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