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숨은 자금 찾아먹기

물류산업 정책 자금지원 왜 받지 못하나

물류산업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자금지원이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책자금은 제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그동안 지원됐던 유통물류합리화자금마저 중소기업청 ‘신성장기반자금’으로 통합되면서 물류업계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화주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물류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생각은 없이 물류비용을 무조건 절감해야 할 대상인 ‘비용’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서비스 업종이라는 이유로 금융권 자금이나 정부정책자금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제조기업과 비교하여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물류산업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물류산업 제한된 자금지원 개선해야

국가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물류산업은 성장동력원으로서 그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물류산업의 부가가치 규모는 68조 3,280억 원으로 GDP의 8.1%(2006년 기준) 규모이고, 국내 물류산업(운수업)의 고용규모는 121만 4,000명으로 전체 산업고용자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시장도 연평균 8% 이상 성장해 지난해 3조 7,000억 달러 규모가 형성되면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약 8조 2,0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데 물류산업의 중요성은 그만큼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인과 경제전문가의 20%가 물류산업의 문제점으로 ‘자본조달 곤란’을 지적하고, 40%가 제조업에 비해 불리한 대출관행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물류산업은 인프라 구축과 개선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있으나 정부의 정책적 자금지원이 매우 부족하고, 시중은행에서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경우 금리부담이 크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어렵다.
과거(1994~2008년)에는 유통물류산업분야를 지원하는 유통물류합리화자금(年 300억원 규모)이 있었으나, 2009년부터는 중소기업청의 신성장기반자금으로 통합 이관되면서 지원도 축소됐다. 현재 물류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가능한 자금은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중에 신성장기반자금의 일부이나 자금의 성격과 목적이 지정되어 있어 물류산업지원을 위해 사용하는데 많은 제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소기업기본법 기준에 의해 중소기업이 정책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은 50인 이하 소기업이지만 이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중소, 중견기업은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시장 경쟁에서 중소기업 구분없이 입찰이 진행되면서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경우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대형인프라 구축과 물류기업 대형화를 위해서는 대기업 지원도 가능해야 하나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물류산업 규모에 비해 신성장기반자금의 지원비중도 절대적으로 낮은 실정이다.
더군다나 지난 2007년도에 만들어진 ‘글로벌 물류 투자펀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은행권에서 만들어진 펀드이고 보니 사업리스크를 고려해 10%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더 낮은 금리로 다른 금융권에서 차입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이 자금의 활용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와 비교에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에서 물류기업들에게 ‘제로금리’를 지원하고, 싱가포르도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의 자회사인 PSA의 해외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60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물류업계 대량화주 진입제한 없어

물류산업은 서비스 업종이라는 이유로 제조기업들과 비교해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왔다. 수출입 컨테이너의 경우 제조업의 입장에서 물류비를 절감해야 수출입 경쟁력이 있다는 이유에서 컨테이너 운임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세계 5위 항만인 부산항은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 보다도 저렴한 요율을 적용받고 있다. 물류산업을 성장시켜 부가가치를 향상시키기 보다는 제조업의 부속산업으로 바라보면서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됐다.
또한 물류산업은 서비스업종이라는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물론이고 외국인 노동자도 고용하지 못하면서, 수시로 제조기업의 물류비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왔다.
최근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과 기업회생 사모펀드를 통해 중소형 해운업체인 대우로지스틱스에 투자했다. 그러나 포스코와 같은 대형화주가 자체적으로 해운회사를 운영할 경우 기존 해운업체들은 물량이 급감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행 해운법은 국내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대량화주는 원유와 제철원료, 액화가스, 발전용 석타 등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물류업계는 시장진입제한법도 없어 화주기업들의 자회사인 2자 물류기업이 성장하면서 물류업체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물류협회에서는 동반성장위원회에 국제물류주선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해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제조기업의 해외진출시 물류기업과 동반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해외시장에서도 제조기업과 물류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물류산업 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법을 제정해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물류업계 스스로 기금을 조성하여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류산업 육성 새로운 시도 필요

국내 수출입 기업은 1970년대 초창기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펼치면서 수출손실 분담금이 마련되어 수출에 따른 손실 발생시 보험공사로부터 보전을 받았다. 수출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을 때 보험공사에서 보전을 해주는 제도로 물류기업에게 적용할 경우 해외시장 진출이 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류기업 관계자는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시 제조기업과 동반진출은 물론이고, 대손충당금이나 손실충당금을 설정하여 세금을 유예하거나 감면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도 글로벌 물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에 진출한 물류기업의 ‘인턴쉽 제도’와 ‘수출입은행의 금리우대’ 방안을 추진한다.
국토해양부 김준석 물류정책과장은 “유통물류합리화자금이 중기청의 신성장기반자금으로 통합되면서 물류부문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지경부와 협의하면서도 물류기업의 지원자격이 중소기업의 범위를 넘어서 제한되는 상황을 무척 아쉬워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단기간 내에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해결하기 어렵고,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차원에서 해외에 진출한 물류기업에 대해 ‘인턴쉽’과 ‘금리우대’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우선 29개의 종합물류인증기업 중에 10개 이내의 물류기업을 선정하여 지원대상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비중을 비슷하게 선정할 예정으로 중소기업은 매출규모가 작더라도 해외매출비중이 높은 기업을 선정하고, 대기업은 자본금이 높고 해외 매출이 높은 기업을 지원하게 된다.
인턴쉽은 내년부터 정부예산 4억 5,000만원을 마련하여 1년에 60~70명의 인턴을 선발해 국내 물류기업의 해외지사에 인사발령한 후 취업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준석 과장은 “국내 물류기업 CEO와의 면담에서는 유사한 인턴쉽을 진행한 결과, 경력만 쌓고 다른 분야에 취직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물류전공자와 어학능력을 평가하여 우선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토해양부의 인턴쉽 지원제도는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매년 60~70명을 선발하여 국제물류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수출입은행의 금리우대부분은 국토해양부가 인증한 기업을 대상으로 우대금리 제공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은 “물류부문의 정책자금 지원은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기 힘들지만 물류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라며 “내년도 업무계획에 반영하여 중장기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별 ‘매칭펀드’ 만들어

국토해양부 물류시설정보과에서는 직접적인 정책자금 지원보다는 R&D를 통한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복합물류터미널은 도로와 철도를 정부에서 연결하고, 물류단지도 도로건설의 90%를 정부에서 맡고 있다. 그러나 물류센터나 시설․장비 부문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전무하다.
다만, 물류시설정보과에서는 물류선진화를 위해 프로젝트별로 정부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매칭펀드’를 발생시켰다. 의왕ICD의 ‘컨테이너 야드 관리 전산화’ 프로젝트는 국토해양부에서 1억 4,000만원을 투자하고 (주)세방에서 1억원을 투자해 6개 지역 중에 일부지역의 전산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컨테이너 샤시관리 시범사업’은 국토해양부에서 시스템 구축에 2억원을 투자하고 민간업체에서 8,000만원을 투자하여 RFID장비를 투입했다.
이러한 매칭펀드 외에도 다양한 R&D 지원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우선 연세대학교와 내쇼날프라스틱은 ‘포장기기 표준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철도기술연구원은 기존에 일체형으로 되어 있던 철도화차를 평판으로 만들어 컨테이너나 석탄 등의 원료박스를 설치할 수 있는 ‘화차의 평판화’작업을 연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탑엔지니어링에서 ‘화물차 내비게이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일반 승용차와 달리 화물차에서 필요로 하는 도로폭과 높이 등에 대한 정보를 개발하고 있다.
김동수 물류시설정보과장은 “직접적인 정책자금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R&D사업을 추진하여 정부는 물류선진화를 도모하고, 기업은 관련기술의 특허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류기업 스스로 차별화 방안 마련해야

물류기업의 정책지원제도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기업의 관심이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 김준석 물류정책과장은 “물류산업 선진화를 위한 관련 법규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예산이나 공식적인 기금마련이 힘든 실정”이라며 “정부재원으로 100억 원을 지원하더라도 10여개 기업만 지원하고 나면 바닥이 날 정도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 사업 외에도 물류컨설팅사업, 전환교통사업, 유가보조금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무역협회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45억 원을 투입해 화주기업의 물류컨설팅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화주기업이 제3자 물류로 전환하기 위해 자사 물류체계에 대한 컨설팅을 시행할 경우 그 비용의 일부(컨설팅 비용의 50% 이내)를 지원하는 것으로 제3자 물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행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도로운송을 철도나 연안해운으로 수송수단을 전환할 경우 실적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26억 원, 올해 50억 원의 예산을 마련하고 화물운송사업자가 정부와 자발적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버스와 택시, 화물차 등 운송사업자에게 지급하던 유가보조금도 내년 6월까지 1년 더 연장키로 했으며, 지난 2006년부터 전국항만의 하역장비에 대한 현대화자금도 지원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항만하역사업자가 신규장비를 투자할 때 수협을 통해 투자금액의 75%를 융자해주고 있다. 정책이자율이 3.28%를 초과하는 이자액에 대해서는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지원하게 된다.
사실상 정부의 정책자금이나 기금을 통한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신규 기술개발을 위한 R&D자금이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전환교통사업, 그리고 유가보조금 등의 간접적인 지원 사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원수준이 미미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물류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전담부서를 조직해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물류기업도 스스로 기금을 조성하거나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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