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외품, 새로운 의약품물류 시장 되나?

정부가 박카스 등 의약외품에 대한 일반 유통업계의 판매를 허용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반 유통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전국 마트와 편의점에서 의약외품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 그러나 아직 일반 유통업계 관련 의약품 물류 시장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제조사와 제품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여전히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도매상이 제품 공급.물량 크게 부족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의약외품을 판매하고 있는 편의점 점포수는 전국적으로 약 1,000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하고 있는 품목은 박카스D와 안티푸라민, 까스명수 등 4~5종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이 중 가장 판매량이 많은 박카스는 일부 점포에서는 아예 구비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카스의 공급이 부족해 일선 편의점에서 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현재 제약사가 일반 유통업계로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일반 유통업계는 제약사가 아니라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물량을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 업체 A사 관계자는 “의약품 도매상은 편의점뿐만 아니라 일반 약국에도 유통하고 있다”라며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편의점 업계에 공급되는 양은 한정되어있어 공급원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 업체 B사 관계자는 “제약사의 생산량은 늘지 않은데다, 공급 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도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 제품 부족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의점의 의약품 물류는 도매상이 편의점 업체의 물류센터로 직접 납품한 뒤, 편의점 업체가 제품을 자가 운송이나 소규모 아웃소싱 형태로 각 지점에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도매상에게 물량을 공급 받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가 도매상에게서 받는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물동량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업체 C사 관계자는 “물류센터에서 각 지방의 점포로 내보내는 물류는 우리 쪽에서 진행해도 큰 문제가 없을 만큼 물량이 많지 않다”라며 “잠재 수요가 충분해 제약사와 공급에 대한 협의가 끝나면 물량이 크게 늘어 의약품물류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통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판매 점포를 늘려나가고 있으며, 제약사와의 협의를 계속 진행해 빠른 시일 내에 원활한 공급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물동량 키 쥔 제약사는 소극적
이에 반해 제약사들은 편의점 등 일반 유통업체와의 협의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은 생산시설의 확충이 필요한데, 자금 조달과 시장 전망 등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약국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약외품들이 제약사의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데다 약국에서 처방되는 약품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한편 대일화학과 삼성제약 등 일부 제약사들은 자사의 일부 상품을 편의점에서 판매가 가능하도록 의약외품으로 허가분류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전환된 상품에는 생산이 중단된 경우도 있어 정부와 약국의 입장 차이를 미묘하게 비켜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산 중단 제품에 대한 허가분류 전환신청을 마친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전환한 것은 맞으나 생산이 중단된 상품이다. 이미 다른 대체 상품이 있어 재생산 계획은 없다”면서 “다른 제품의 전환 신청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유통업계와의 공급 협의에 대한 계획도 없다”라고 말했다.

관망하는 물류업계
물류업계는 빠른 시일 내에 일반 편의점과 대형마트, 수퍼마켓으로 의약외품 판매가 늘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부 제약사의 경우 의약품물류를 직접 진행하기도 하는데, 유통업계로 공급되는 물량이 늘어나면 이를 커버하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물류업계가 이를 맡아 처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의약품물류 시장이 생겨나는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존의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와 계약하고 있는 물류업체에 우선적으로 물량이 배정될 것이라며, 크게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나설 수는 없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량이 커지면 많은 물류기업들이 나서 급격한 시장 확대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이경성 기자, bluestone@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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