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히트 상품 ‘영업용 번호판’, 증차 제한으로 가격 상승 부추겨

3,124는 지난해 5월 통합물류협회 택배분과위원에서 파악한 택배업계의 차량 부족분을 나타내는 숫자이다. 그나마도 일부 택배업체를 제외한 숫자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화물차의 공급이 과잉되자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꾼 뒤 지금까지 증차를 제한해 왔다. 정부는 지금까지 증차가 허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직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화물차 증차 제한이 길어지면서 물류업계는 차량을 구하지 못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물류기업에서 물동량이 늘어나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현 상태의 물류기업들은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택배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필요한 택배차량은 만 오천대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택배 차량만의 문제가 아닌 물류기업이 필요로 하는 소형차량 전체를 포함 하는 문제로 커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고객의 니즈 변화로 소형 차량 수요 급증
본지에서 일부 물류기업을 대상으로 부족한 차량을 조사해 본 결과 5개 기업에서 200대가 넘는 차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택배 차량을 제외한 숫자이다. 택배 차량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또 이 숫자는 6ton 미만 소형 차량만의 부족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6ton 이상 중대형 차량은 크게 수급이 어렵지 않다는 것. 워낙 소형차량이 부족하다 보니 중대형 차량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상황이다. 소형차량이 부족한 이유는 그 동안 고객의 니즈의 변화로 인해 수·배송 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의 물동량이 소빈도 대량이었다면 지금은 소량 다빈도로 배송되다 보니 소형차량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기 상황과는 상관없이 시장에 요구에 의해 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경기가 침체 되던지 활황이던지 상관없이 홈쇼핑, 온라인 마켓 등의 급성장으로 인해 소형차량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 이렇게 수요가 늘어나는데 비해 공급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소형 차량의 가격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트럭의 경우 2년 된 중고차도 신차와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그나마도 중고차 시장에서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번호판이 매매 대상? 정책 실패 원인
차량 증차에 대해 가장 활발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 곳이 택배 시장이다. 현재 가장 차량이 부족한 곳이기 때문. 정부에서 이러한 택배시장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실패한 정책의 재탕에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양도, 양수, 상속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법이 만들어질 당시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것이다. 지금은 과도하게 시장에 나와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프리미엄을 인정하고 거래가 이루어지게 만드는 것은 넌센스이고 잘못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용달차의 택배 전환에 대해서도 그는 “용달차량은 구조적으로 택배로 넘어오기 힘들다. 용달은 보통 1인 사업자이다. 한 대 가지고 생업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비용을 들여 넘어오겠는가”라며 의문을 달았다. 다른 관계자는 “용달 차량을 택배차량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한 대도 안 나오고 있다. 용달에서는 오를대로 오른 돈을 주고 번호판을 사라고 이야기 한다. 번호판은 국가에서 허가해 준 것인데 이를 사고파는 것은 말이 안된다. 번호판은 개인의 재산이 아니며 매매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증차 허용의 최대 난관은 ‘번호판 가격’
현 시점에서 업계의 시름을 놓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증차를 허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증차를 막아온 정부의 공로(?)로 번호판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있어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가격이 올라있는 번호판을 현 상태에서 그대로 풀어버린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번호판의 가격은 천만 원을 훌쩍 넘긴 천 삼백만 원에서 천 사백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번호판 가격을 기업이 아닌 차주들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증차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차량의 공급이 많아 생존권에 영향이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기사들이 비용을 들여 운송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즉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상 불합리하긴 하지만 차량과 번호판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차주라는 것. 차량의 공급이 많아 손해 보는 것 보다는 운송시장에 진입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차량과 번호판에 대한 비용과 이에 따른 금융비용이 차주들에게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차량의 과다 공급으로 인해 운임이 떨어지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은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는 시점에서 시장의 논리에 의해 결정되어야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다”며 “운송시장의 건전화를 위해서는 증차제한이 아니라 적정 운임표을 제정해 공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용달업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증차를 제한하는데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물류업계에서는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증차를 막고 있는 것이 용달업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다. 이는 번호판 프리미엄을 노리는 이기주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차주들의 생업을 위해 증차를 풀 수 없다면 실제 돈을 내고 있는 차주들을 보호해야지 번호판 장사하는 사람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증차 외 방법? 결국은 ‘번호판 가격’
증차를 허용하지 않고 차량 수급을 원활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업계에서는 가능할 만한 것이 있지만 이는 증차를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심할 수 있고 결국은 번호판 가격이 키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번호판과 차량가격 상승에 따른 운송단가 현실화가 우선시 된다면 해결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받는 기업의 타격은 상당할 것이고 이는 그대로 제조원가로 포함돼 물가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그는 “운송단가 현실화 이전에 번호판에 대한 비용을 줄이면 현재의 운송단가도 매력적일 수 있다”며 운송단가를 올리는 것 보다 번호판 가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증차를 허용해도 허용하지 않아도 문제인 상황이다. 하지만 증차에 대한 문제의 해답을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의 발상에서 찾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증차를 제한하든 허용하든 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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