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최고위 정책자들이 물류 현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진택배터미널을 찾아 간담회를 갖고 택배기사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뒤 “택배기사에게도 산재보험 혜택을 줘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남겼다. 이보다 앞선 5월 16일에는 당시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군포복합물류센터를 찾아 물류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물류업계 일자리 지원을 강조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신임 장관도 7월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물류업계 CEO들을 만나 업계의 현안과 건의 사항을 듣고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현장 방문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7월 8일 국토부는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의무가입과 불공정 지입계약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책자들의 물류 현장 방문과 뒤이어 나온 종합대책은 우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물류산업이 제 대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지가 많다.

우리 경제에서 물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물류산업의 총 매출액은 107조 원으로 산업 매출기준으로 유통업(도소매업), 건설업, 전자산업, 자동차산업 등에 이어 8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류업계 종사자만 55만 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런 비중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선 ‘乙’의 위치를 못 벗어나고, 노동  장에선 3D 업종으로 인식되는 게 우리 물류산업의 현주소이다. 물론 여기에는 물류기업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일반 국민들이 물류산업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류산업이 기업의 경영활동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국민들이 올바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류는 실생활에서 이용하는 ‘택배’와 9시 뉴스를 장식하는 물류파업 소식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면서 미래 지구환경을 위한 그린(환경) 활동을 이끌어갈 대표 산업 역시 물류업종이란 점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번의 택배기사 종합대책과 일명 ‘택배법’, ‘창고법’, ‘화물차운송법’ 등의 법 개정 추진은 반길 일이지만 물류업계가 바라는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아직 요원하다. 당장 논란이 되고 있는 ‘택배법’이 그러하고, 우체국과의 공정거래 환경 조성 역시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다.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허용 문제도 그렇다. 장관 등은 현장에서 긍정적인 발언을 하고 돌아가지만 해당 공무원은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추진이 어렵다고 설명(?)하는 일이 여러 번 되풀이 되는 실정이다.

물류산업에 대한 올라른 이해와 가치가 존중된다면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다.

정부의 고위 정책자가 물류 현장을 찾아 업계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메모까지 해가며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고 뒤에 나타나는 결과는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이 확정돼 발표되거나 몇 년 전부터 요구한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을 보면 이벤트성 선심 정책이 아닌지 씁쓸한 심정을 지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장으로 나온 정책자들은 진정성을 강조하지만 진짜 진정성은 후속 대책이 과연 업계에서 요구한 내용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물류기업들이 올바른 대접을 받고 있다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제2, 제3의 후속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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