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우선협상대상자이므로 최종 인수계약 체결까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일단 성사된다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어도 될 것이다.

CJ의 대한통운 인수는 역사와 전통이 뚜렷하고 국내 최대 순수 전문 물류기업과 대 그룹을 배경으로 기업물류 시장, 택배시장에서 굵직하게 성장해온 물류기업이 한 덩어리가 된 국내 최대 물류기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소프트웨어형 물류기업과 하드웨어가 강한 물류기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균형 잡힌 물류기업이 만들어질 것이란 점도 기대되는 바다.

브랜드 통합이 됐든, 기존의 개별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공조체제를 구축하든, 새롭게 탄생하는 국내 최대 물류기업의 출범으로 국내 물류시장의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류시장의 구도가 어떤 형태로든 바뀔 것이다. 요는 어떤 형태로 재편되느냐이다. 특히 3PL 시장과 택배시장에서의 변화가 전망된다. 이 대목에서 새로 탄생될 기업, 특히 인수기업 측이 주목해야 할 점은 ‘물류시장 구도의 변화가 바람직하고 발전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시장의 주문이다.

CJ GLS나 대한통운이나 모두 ‘우리는 아니다’고 해왔지만 국내 물류시장의 출혈경쟁은 대형 물류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어왔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대형 물류기업의 탄생이 ‘저가 공략을 통한 시장평정 전략’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업계는 그 동안 물류시장에 룰 메이커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지금 물류시장 내 이슈의 중심에 있는 대한통운과 CJ GLS 역시 밖으로는 ‘업계의 리더’임을 자임해 왔으나, 그렇지 않다는 점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물류신문이 ‘시장질서 회복과 수익성 제고’를 주제로 수 차례 개최한 토론회나 좌담회에서 ‘출혈경쟁 해서는 공멸한다. 제대로 된 서비스 요금을 받자’며 입을 모았던 3PL 기업 임원, 택배기업 CEO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공염불이었다. 언어와 실천의지에 괴리가 있어 온 것이 물류업계의 현주소임을 거듭 확인할 뿐이었다.

CJ GLS와 대한통운이 합쳐지면 실력으로나 자금력으로나, 자산규모로나 국내에서 가장 큰 물류기업이 될 것이다. 맏형이 된다는 얘기다. 물류업계는 맏형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업계의 구도를 잡아나가기 바란다.

국내 물류시장의 구도 개편과 함께 새로운 대형 물류기업의 출범은 국가적 비전 실현에 큰 힘을 보탤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해외 물류시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실적을 만들어온 CJ GLS와 수출입 화물 육상운송, 수출입 화물 항만하역 서비스를 제공해온 대한통운의 만남이 글로벌 물류시장 개척의 새로운 초석으로 진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CJ GLS 관련 그룹사의 해외 진출 시 물류 동반진출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물류기업들에게 해외물류시장에서의 성공모델을 제시해 줄 것이 분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두 물류기업의 흡수 통합은  ‘물류강국’이라는 국가 비전의 지표로 제시된 글로벌 물류기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 동안 정부의 동북아 물류중심화 전략이 실패한 데 대한 업계의 실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새롭게 태어나는 최대 물류기업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예측 가능한 것은 물류기업과 화주기업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룰 메이커의 등장이다. 화주들과의 갑-을 관계에서 저수익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물류업계에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시장구조 만들기’의 희망을 던지고 있다는 점은 아마 CJ의 대한통운 인수에 거는 가장 큰 기대일 것이다.

우리 물류업계에는 화주를 리드할, 적어도 동등한 자격의 관계를 구축할 힘 있는 기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화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고, 공멸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출혈경쟁을 통해 외형을 잡아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시장상황에 돌파구를 열어줄 강한 의지의 물류기업이 절실한 것이 우리 물류업계다.

새로 탄생할 국내 최대 물류기업은 국내 기업물류 시장이 공정할 룰이 작동하는 시장으로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만 된다면 ‘1+1은 2가 될 수 없다’는 통설을 깨고 1+1은 3, 4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