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새로운 회장체제에 들어간 한국통합물류협회가 구조조정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작업에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이달 하순 열릴 예정인 정기총회 전에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해 작업을 마무리 해야 한다. 가이드라인도 제시됐다. 현재의 조직을 대폭 줄여 슬림하고도 스마트한 조직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는 협회의 비정상적 운영이 장기화되면서 회원사들의 불만과 우려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원사뿐 아니다. 협회를 바라보는 물류업계의 시선도 ‘너무 나약하고 제 역할 못하는 조직 아니냐’는 쪽으로 쏠려 있다.

협회는 지난 2009년 6월 출범 이후 2년이 넘게 산후통(産後痛)을 앓고 있다. 산고(産苦) 치고는 너무 길다. 특히 장기화 되고 있는 조직 상층부의 갈등이 실무자들의 의욕을 가차없이 꺾어버렸기 때문에 조직의 정상적 운영을 기대한다는 것은 욕심이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협회 안팎에서의 평가다. 무엇보다 조직 상층부의 정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물류업계는 물론, 협회 내부의 주문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이러한 안팎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협회는 직원들의 급여 해결에서 조차 어려움을 겪어야 할 만큼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 새로운 회장단이나 회원사들의 입장에서도 협회 설립 초기에는 초기 투자가 필요했던 만큼 적자운영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아 넘길 수 있겠으나, 1년 반이 넘어서도록 직원들 봉급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적자 살림살이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 분명하다. 협회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지는 데 자신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협회 조직은 실속없이 몸집만 커졌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회장단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철저하게 회원사 중심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협회, 회원사에 부담을 주지 않고, 실질적으로 이익을 주면서 제 역할을 하는 협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회원사들의 판단처럼 협회의 조직과 운영이 방만하다면, 이런 상태에 있는 협회가 정부를 상대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들리는 바로는 국토해양부가 협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회원사들과 같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 정상화가 된 후 용역사업이든 위탁사업이든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일을 달라고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협회 내부에서는 이미 능력 있고 뜻 있는 직원들이 협회를 떠난 상황에서 뒤늦게 진행되는 구조정이라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조직 상층부의 자의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져 능력 있는 인력을 더 잃거나 자칫 역 피라미드 형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직원들의 우려가 불식될 수 있는, 납득 가능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조조정은 누군가의 생계를 위협하는 작업이어서 항상 갈등과 아픔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제 손발을 베는 아픔이 없이는 구조조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통물협은 이러한 극난을 이겨낸 후에야 비로서 지속가능하고 목적지향적 조직으로 승화된다는 점을 숙연히 받아들여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회장단과 회원사들도 그동안 협회 직원들이 겪어야 했던 가슴앓이와 내홍(內訌)의 상처들을 보듬고 위로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물론 구조조정 이후의 조직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남은 인력들이 물류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조직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류신문은 초대 회장이 사임의사를 밝힌 금년 초, 그 후임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회장을 원하고 있다는 업계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현 회장이 선임되었을 때, 업계에서는 ‘기대해도 좋을 인물이 회장이 되었다’는 의견 일치를 보았었다. 협회장은 이번 구조조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 이후의 협회가 새롭게 태어나는 데 밑거름이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국토부와 회원사들도 통물협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해 왔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제 협회를 대하는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협회가 구조조정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물류업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통물협이 현재 처해있는 난국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보다 강한 체질의 협회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그것이 물류업계의 진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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