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고유가의 피해가 숫자로 확인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물류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경영성과 및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경영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악화됐다’는 기업이 32.7%로 ‘호전됐다’는 기업보다 많았다. 경영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유가상승’(56.0%)을 가장 많이 꼽았다. 2분기 경영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이유로는 ‘물량 감소’(39.2%)에 이어 ‘유가 상승’(31.1%)을 꼽았다. 말 그대로 ‘유가와의 악전고투’가 한창이다.
국토해양부에서는 고유가의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연료 소모량과 CO₂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모달시프트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도로에서 쓸 때 없이 낭비되는 연료만 막아도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 해 11월 환경부가 발표한 ‘공회전 실태조사’ 결과는 말 그대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도권 도심도로 24곳에서 5개월여에 걸쳐 조사한 결과, 주행시간의 1/4이 공회전 시간으로 나타났다. 30km 구간을 주행하는 데 평균 1시간 24분이 걸렸으며, 그 중 공회전 시간은 평균 22분으로 주행시간의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행 시간에 공회전을 평균 30회나 했고, 1회당 평균 46초를 공회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차량이 승용차였지만 화물 차량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화물 차량에 공회전 방지장치를 부착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장비기종과 시험방법 등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에너지 소비를 약 5∼15%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자료에서도 약 13.4%의 연료 절약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실제 환경부 조사에서도 공회전 방지장치의 효과가 입증됐다. 승용차에 공회전 제한장치를 부착하고 운행해 본 결과 평균연비가 장치 부착 전·후 8.29㎞/ℓ에서 9.50㎞/ℓ로 약 14.6% 향상된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2009년 10월부터 시내버스 및 관용차 1천 대를 대상으로 공회전 자동 방지장치를 부착하여 운행시키고 있으며, 2011년 말까지 서울시 전 버스에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반면 물류시장에서 공회전 방지장치를 부착한 경우를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렇다면 효과가 입증된 공회전 방지장치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기술력이 부족한 일부 기업의 부실 장치를 사용해본 물류기업들은 공회전 방지장치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선뜻 도입을 꺼리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돈’에 있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에 그 답이 있다. 운전자 1,9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응답자의 90%가 “보조금을 지급하면 공회전제한장치를 부착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물류기업과 일반 화물차 운전자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운전자들은 또 공회전 방지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공회전 제한장치 부착(41%)과 캠페인(40.5%)을 꼽았다. 교통 전문가들 역시 공회전 방지장치의 보급 확산을 위해 의무 장착 법제화 또는 장비설치 차량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2007년부터 경제산업성에서 공회전 방지 장치 부착에 대한 보조금을 승용차, 버스, 택시, 화물자동차에 지급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과 공회전 방지장치에 대한 홍보(캠페인)가 뒷받침 된다면 공회전 방지장치의 보급 확대가 지금처럼 지지부진하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에서는 친환경운전 안내장치(EMS나 공회전제한 장치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예산당국과 적극 협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사실 그동안 국토해양부와 관련 협회 등에서는 공회전 방지장치의 도입 지원에 소극적이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유가와의 전쟁 와중에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전력을 다해 시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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