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자 물류신문에 ‘이것이 진정 물류업계의 실태인가’라는 특별진단 기사가 실렸다. 지입 사기를 당해 ‘죽지 못해 살아간다’는 한 모씨와 이 모씨의 분통 떠지는 삶이 절절히 담겨 있다. 가슴이 턱턱 막히는 이들의 사연은, 부도덕과 사악함에 대한 이 사회의 무관심과 대책 없음을 탄식하게 한다.

본지는 창간 초기부터 지입제의 문제를 지적해왔으며 지난 2002년에는 1년 가까이 지입 사기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힘 쏟아 이를 공론화함으로써 지입 사기를 뿌리뽑기 위한 환경을 조성한 바 있다. 이어 2006년에는 ‘복마전 화물자동차 시장 해부’라는 시리즈 테마기획을 통해 지입 사기가 횡행할 수밖에 없는 법의 맹점을 드러내고, 사기의 유형을 파헤쳐 정부와 업계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의 생존을 담보한 거금을 사기로 날리고 해결책을 찾지 못해 ‘죽음’의 유혹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근절되지 않는 이러한 패악을 지켜보며 ‘그동안 물류 정론지를 자임해온 본지가 제대로 역할 해왔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본지가 올해 시리즈 테마기획 ‘화물운송시장 복마전 시즌 2’를 시작한 것은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켜 ‘이번만큼은 지입 사기를 근절해 보자’는 충심과 ‘물류정론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자’는 자성(自省)의 발로이다. 이미 ‘지입 사기 그 실체를 말한다’란 제목으로 두 차례 기사가 게재됐다.

본지가 자성하는 이 대목에서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동안 정부나 화물자동차 운송업계 단체들은 무엇하고 있었느냐?’하는 점이다. 여기서 ‘정부’ 운운하는 것은 지입 사기 사건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범국가적 사안이라는 의미다.

물론 정부나 관련 단체의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입 사기의 패악이 공론화된 지난 2000년 대 초 청와대 게시판 신문고에는 ‘지입사기신고처’라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청와대 국민신문고나 게시판에는 지입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신고창구가 있는 것도 아닌데다 민원에 대해 ‘법적 자문을 해주었다’는 답변 정도가 댓 글로 달려 있을 뿐, 피해자 구제나 사기 근절을 위해 정부가 이러이러한 일을 하고 있으며, 이러이러한 일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게시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소관부처라 할 수 있는 국토해양부도 마찬가지고, 산하 단체에 있던 지입사기 신고 창구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난 2006년 물류신문이 1년 동안 ‘화물자동차 시장 해부’시리즈 기사를 내보낼 당시 관계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아니라 산하 기관을 통해 이 기획시리즈 기사의 흠집잡기와 대응논리 마련에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는 뒷얘기는 지입 사기에 대한 당국의 인식수준을 보여주었다.

관계 당국이 매년 내놓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도 ‘지입제 개선’이 빠지지 않는다. 정부가 야심 차게 제시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물류분야에도 ‘지입제 등 잘못된 시장관행…’ 운운하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계획에만 잡혀 있을 뿐 실천의 흔적이 없고, 지입 사기 근절과 관련한 계획은 더욱 찾아 볼 수 없다.

지입사기는 지입차주를 모집해 돈을 챙겨 사라지는 브로커와 차량매입 자금을 빌려주는 캐피탈사의 영업사원, 화물차 메이커 판매사원들이 엮여 있는 복잡하고 악질적 사기다. 책임소재 파악이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힘없는 지입차주들에게 ‘법적 자문이나 해줄 테니 스스로 문제 해결하라’거나 ‘업계 단체가 나서서 실마리를 찾아보라’는 등의 주문이 실효성 없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제 정부와 검찰이 나서고 법률 전문가들도 나서서 지입 사기의 싹을 자르고 피해자들이 자신의 가족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 길을 열고, 물류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지워야 한다.

지입차주의 화물(일자리) 찾기와 차량매입은 생계와 직결되며, 지입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이어질 경제활동이다. 따라서 지입차주의 화물찾기와 차량매입이 공정한 사이트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공적 장터 마련 등 지입 사기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불순세력의 근접을 원천봉쇄하는 시스템 구축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제 지입 사기 근절은 범국가적 과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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