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과 기업을 위해 새로운 인증제도가 도입된다는 소식과 함께 기존 인증제도와의 중복 우려와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먼저 기존 인증제도 중에 실효성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바로 물류산업의 대표적인 인증제도인 종합물류기업 인증제이다. 이 제도를 놓고 업계에서는 혜택 범위가 제한적이고 그 효과도 미비하다고 말한다. 특히 화주들이 ‘종물업 인증기업’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지원제도 역시 제도 도입 때부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인증 기업에게 물류단지 시설용지를 우선 공급한다거나 유통물류합리화 자금지원, 통관취급법인 진출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대형 기업들에게는 큰 실익을 주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또 인증 취득을 위한 제휴업체들의 참여가 많아지면서 인증기업들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현재 28개 그룹(60개 기업) 중 8개 기업만이 단독 인증이고 나머지는 모두 제휴에 의한 인증이다. 제휴기업들이 인증을 따낸 후 제휴그룹의 브랜드를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재인증 심사를 통해 인증미달 업체를 가려내는 것이 종물업 인증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09년 벌어진 한솔CSN의 종합물류기업 인증 반납 사태는 이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이다.
당시 한솔 측은 “3자 물류를 유지하는데 종물업 인증제가 전혀 필요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판단해 인증을 반납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한솔CSN과 삼육트랙터라는 제휴업체와의 문제로 반납이 이뤄진 것”이라며 인증제 부실 문제로 불똥이 튀는 걸 경계했다.
관련업계에서는 한솔 측이 삼육트랙터와의 사이에서 매출 등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재심사 통과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미리 자진반납을 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만 한솔의 종물업 인증 반납사태는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긴 것이 사실이다.
물론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종물업 인증업무를 맡고 있는 KOTI 관계자는 종물업 인증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일축한다. 그런 주장을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비인증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또 인증기업들의 경우 매출이 10% 이상 성장했다는 점을 근거로 종물업 인증제의 효과를 강조했다.
2008년부터 시행 중인 우수화물운수업체 인증제 역시 출발 때부터 잡음이 있었다. 종물업 인증제가 있는데 또 다른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은 옥상옥으로 기업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반론도 있다. 종물업 인증제도가 합격, 불합격으로 인증 여부를 가리는 반면 우수화물 인증제도는 서비스 등급을 매기는 제도이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종물업 인증이 ‘대형 기업들을 위한 인증제도’였다면 우수화물 인증제도는 운송서비스 품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규모가 작아도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게 기회를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결국 우수화물 인증제도의 성공 여부는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증업체에 한 해 증차제한을 완화해주는 ‘화끈한’ 지원책이 없다면 앞으로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바로 우수화물 인증제도이다.

이미 시행 중인 인증제도 외에 도입을 앞두고 있는 인증제도에 대해서도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녹색물류’ 관련 인증제도이다. 국토해양부는 2011년 업무계획에서 ‘녹색물류기업 인증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목표관리제를 확대 시행하고 에너지 年사용량 2천TOE 이상 운송업체에 대해 에너지 사용량 신고제를 실시한다는 게 주요 골자이다. 이를 통해 녹색물류 전환실적이 우수한 업체를 녹색물류기업으로 인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KOTI에서 마련한 안에 따르면 인증기업 대상은 물류기업과 화주기업 두 군데로 나눠 선정된다. 인증기업에게는 보조금 지급과 세제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물류시설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자격도 부여된다. 물류시설 확충·물류 공동화·첨단물류기술개발·해외시장 개척 등의 사업을 벌일 경우 정부·지자체로부터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녹색물류 인증제를 바라보는 물류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인증을 받더라도 물류기업은 실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제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물류기업에는 사실상 규제로만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지식경제부에서 녹색인증 활성화를 위해 융자·보증, 병역특혜 등의 혜택을 발표했으나 물류기업이 혜택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세계적 물류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수 있는 물류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도입이 추진 중인 ‘글로벌 물류기업 인증제’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이다.
국토해양부가 밝힌 계획안에 따르면 국제물류주선업체는 앞으로 매 3년마다 등록기준 충족 여부를 관할관청(시·도)에 신고해야 하며, 국제물류 네트워크·주선 실적 등이 우수한 업체는 정부인증 및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부실업체는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물류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이 해외진출 시 자금·인력 등에서 얼마만큼의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또 기존의 ‘종합물류기업 인증제’ 같이 국내 물류시장의 선진화를 위하여 도입된 유사 인증제와 실제 기준과 지원내용이 얼마나 차이를 보일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올해 하반기에 화물운송시장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될 ‘화물정보망 인증제’는 새로운 논란거리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주선·운송사업자는 화물의 원활한 운송을 위해 공동 전산망을 설치·운영하게 돼 있다. 이를 위해 하반기 중에 실적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주선·운송신고를 의무화하면서 화물정보망 인증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위탁화물 정보망 이용을 의무화하여 직접운송 이외에는 인증 정보망을 통해서만 위탁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화물정보망 인증제’ 역시 시장의 근본적인 구조개선이 없이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제도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눈앞의 ‘시장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즉, 영세한 대다수의 운송업체를 대형화한다거나 불법 다단계 구조를 깨뜨리지 않는 상태에서 무조건 획일적인 정보망을 통해 거래를 하라는 것은  화물운송업계에는 분명 또 하나의 규제가 될 공산이 크다.

인증제 도입 자체를 막을 순 없다. 하지만 기존 인증제와 새로 도입되는 인증제는 분명 차별화 되어야 한다. 또 중복 경향이 있는 유사 인증제는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인증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과감한 지원책(인센티브)이 필요하다.
실제 물류신문이 지난 달 주요 물류기업을 상대로 ‘올해 물류산업에 일어났으면 하는 새해 소망’을 조사한 결과(물류신문 515호 / 2011.1.15자 참조) 대형 전문 물류기업의 육성을 위해 인증 물류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 확대와 물류관련 인증제도의 체계적인 정비가 추진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물류협회에서도 물류관련 인증제도를 일원화해 달라는 건의서를 국토부에 제출한 상태다.
정부도 이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토해양부에 확인 한 결과 한국교통연구원(KOTI)에서 물류 관련 인증제도를 위계화(位階化)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월 정도에 기본 계획 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위계화 방안이 나온다고 해도 이것이 시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전망이다. 당초 지난 해 12월 위계화 기본 안을 만들어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미뤄지고 있다. 창고업 인증제나 글로벌물류기업 인증제 같이 법안을 발의하거는 법 개정이 진행 중인 사안들이 먼저 진행돼야 위계화의 틀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본 안이 나오더라고 업계의 의견을 구하는 공론화 과정과 남아 있다.
분명한 전제 조건은 물류산업의 위상과 전반적인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강력하고 매력적인 인센티브 추진책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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