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합물류협회가 출범한 지 1년 10개월 째다.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것은 출범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산후통(産後痛)을 앓고 있고, 현재도 그 산후통이 언제 끝날 지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산고(産苦)는 물론 산후의 고통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통물협의 산후통은 너무 길다.
통물협의 산후통이 이처럼 긴 데 대해 업계 내에서는 ‘출범초기 현상’, ‘태생적 한계’, ‘정체성의 불투명’, ‘리더십의 부재’ 등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지만, ‘리더십의 부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현재 통물협은 조직 상층부가 와해되어 있는 상황이다. 금년 6월이 임기인 현 회장이 ‘임기전인 2월 정기총회에서 신임회장을 선출하자’는 의사, 다시 말해 회장직에서 물러 날 의사를 밝힌 데다 대 정부 창구 역할을 기대했던 상근 부회장이 조직 내분의 와중에 사의를 표하고 떠나 공석이다. 새로운 회장을 뽑아야 할 정기총회가 코앞에 닥쳤으나 ‘내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인물도 없고, 신임 회장 모시기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의 능력 있는 직원들이 협회를 떠나는 등 직원들의 동요도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한국 물류산업의 대표 단체를 자임하는 협회의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의 반전을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 물류업계의 주문이다. 이번에 새로 뽑게 될 회장은 좀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인물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란 얘기다.
이 대목에서 업계가 요구하는 ‘강력한 리더’는 어떤 모습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리더십은 “집단의 목표나 내부 구조의 유지를 위하여 성원(成員)이 자발적으로 집단 활동에 참여하여 이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는 능력”이다. 협회라는 조직에서 보면 여기서 말하는 ‘성원(成員)’은 협회 사무국 자체 직원뿐 아니라 회원사 모두를 포함한다.
무엇보다 회장은 회원사들이 협회 존재가치 실현을 위해 필요로 하는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장은, 솔선수범을 통해 회원사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기업에서 나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함께 회장은 협회의 독자적 운영이 가능한 재정적 기반을 조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현재 통물협은 살림의 절반 이상을 교육과 컨설팅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회비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협회의 존재이유 중 하나가 물류전문인력의 양성 보급이기는 하지만 교육사업이 협회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이래서는 협회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가 없다. 대부분 물류인들이 ‘통물협 신임회장은 협회의 재정적 기반 조성에 앞장설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부가 협회 출범 당시 약속한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도 강력하다. 정부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통물협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통물협이 ‘정부 의존형’이 아니라 ‘정부 리드형’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약속이행’ 만을 능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통물협 회장사는 업계의 대표성을 가진 기업이어야 한다’는 업계의 주문도 간과할 수 없다. ‘회장사가 업계의 대표성을 가져야 협회 자체도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고, 그래야 통합의 취지가 산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주문이다. 규모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대형 기업만이 업계의 대표성을 갖는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통물협과 같이 출범 초기인 협회의 경우, 협회가 안정적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는 규모 있는 기업에서 회장사를 맡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일 것이다.
통물협은 총회 전에 새로운 회장 물색작업을 마쳐야 한다. 시간이 없다. 그러나 시간 내에 작업이 마무리 될 것 같지 않아 불안하다. 창구가 일원화된 뚜렷한 회장 모시기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각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 갈등의 씨앗만 더 뿌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크다.
이런 가운데 전직 고위 공무원을 상근 협회장으로 영입하려는 물밑작업이 있다는 소식은 몹시 놀랍다. 업계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일을 진행하는 회장 모시기 주체들의 지혜와 함께 업계의 요구에 부합되는 기업 대표들의 결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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