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택 박사의 속속들이 ‘일본’⑪

일본속에 녹아있는 ‘혁신’ 코드

2025-11-03     한삼택

가치창조관점 1 : 한국어와 일본어 어순 싱크로율 거의 100%?
한국어와 일본어의 결정적 차이점에 관해서는 지난 7월호와 8월호 2차에 거쳐 ‘글로벌시장에서 일본이 한국을 절대로 이길 수 없는 불변이유’라는 제목으로 다루었다. 이번엔 한국어와 일본어가 많이 닮은 점과, 동시에 아주 작은 차이가 실은 그 속이 전혀 다른 세계를 소개한다. 우선, 양국 언어는 특히 어순이 마치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온 형제처럼 닮았다. ‘나는/매일/아침7시/에/일어난다’고 하면 일본어도 ‘私は/每日/朝7時/に/起きます’라고 표기한다. 일본어 초중급 레벨까지는 요즘 표현으로 ‘싱크로율이 무려 95%이상’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돈=お金, 식당=食堂 남자=男 여자=女 학교=学校’처럼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명사단어도 전혀 위화감 없이 소화되며 ‘편의점’같은 단어는 ‘콤비니(convenience store를 줄인말)’라고 다른 듯해도 소화하는데에는 전혀 부담이 없다.

한국과 일본이 완전히 다른 ‘공부’ 개념
한편, 이 정도라면 우리가 학교에서 하는 ‘공부’ 정도는 당연히 ‘工夫(くふう:쿠후~)’라 해도 되고 또 그렇게 해야만할 정도로 당연할 듯 한 단어인데, 전혀 다른 ‘勉强(べんきょう:뱅쿄~)’라고 한다. 목적이 일본어능력시험이라면 무조건 외우면 되겠지만 ‘혁신적, 가치 창조적’관점에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어 기준의 학교 ‘공부:勉强(べんきょう,뱅쿄~)’개념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학교 ‘공부’개념은 완전히 다르구나!라고 단언할 수 있다. 평생 지긋지긋한 ‘공부’.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이번 기회에 ‘공부의 정의’ 셀프혁신으로 새롭게 공부의 재미를 느껴보면 어떨까 권장해본다. 그럼 양국의 ‘공부’개념 속을 들여다보자. 먼저 일본어의 공부인 ‘勉强(뱅쿄~)’를 해독하면, ‘勉’이라는 한자는 ‘근면하다’의 ‘면(힘쓸 면)’이다. 즉, ‘부지런히 힘써라’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强’은 ‘강하다, 굳세다’의 ‘강(강할 강)’이다. 즉, ‘강화시키고, 보강하라’는 의미이다. 합하면, ‘勉强(뱅쿄~): 부지런히 강화하고 보강하는데 힘써라’는 의미이다.

일본의 학교 ‘공부(勉强)의 숨은 속과, 또 하나의 더 깊이 숨은 ‘공부(工夫)
이 시점에서 일본어 ‘공부’의 내재된 의미에 이해가 필요하다. ‘勉强(뱅쿄~)’는 어디서 하는 것이냐?는 ‘학교’에서 하는 것. ‘학교’는 ‘답’이 있는 곳이냐?에 관해서는 ‘답이 있는 곳’이라는 논리이다. 즉, 일본인의 학교 공부인 ‘勉强(뱅쿄~)’란 ‘답과 결론이 있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그 ‘절차와 과정’을 근면성실하게 힘쓰라는 뜻이다. 필자는 스무살 때까지 한국 초중고, 대학1년까지 공부를 했는데, 필자의 개인 경험에서 우리나라 공부는 ‘과정무시’, ‘결과중시’의 문화가 강했던 기억이다. 그런데 필자가 막상 일본에서 자식을 낳고 키워보면서 학교문화가 우리와 무척 다르다는 걸 경험중이다. 일본학교는 따분하리만큼 ‘과정과 태도중시’적 측면이 강하며‘성적이란 과정에 대한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느낀다. 한편, 일본어의 ‘工夫(쿠후~)’의 속은, 한자 그대로 읽으면 분명 ‘공부’이지만, 일본어 뜻은 ‘궁리, 연구’라는 뜻으로 우리의 학교 ‘공부’와는 완전히 구별되는 단어이다. 즉, ‘없는 답을 창조하라’는 속뜻 이해가 핵심이다. 기업 활동이나 인생, 미래에 과연 답이란게 있겠는가? 그래서 일본기업에서 프로젝트를 마치고 회식자리에서 소감으로 ‘이번에 많은 뱅쿄(勉强공부)가 되었습니다’라고 하면, ‘그래, 공부가 되었다니 잘됐군’은 온데간데 없고, ‘회사가 학교냐? 뱅쿄는 학교에서 하고 와라’는 호통을 받을 수 있으니, 대일 비지니스맨들은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학교는 ‘답이 있는 세계’, 기업은 ‘답이 없는 세계’
학교는, ‘답이 있는 과정중시의 세계’이며, 사회와 인생은 ‘답이 없는 창조와 연구의 세계’이다. 일본에서는 ‘勉强(뱅쿄~)’라는 단어는 학생시절 한정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리고 사회인 세계에서는 ‘勉强(뱅쿄~)’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습득이라는 ‘연수’라는 단어로, 인생에서는 ‘수행’이라는 단어로 옷을 갈아입는다. 반면, 한국의 ‘공부’는 ‘답이 있는 과정중시’가 아닌, ‘답 찾기 선수육성’인 듯하다. 그렇게 살아남은 소위 엘리트들은 사회진출 후 ‘가치창조’가 아닌 더 수준 높은 결과중시의 ‘답 찾기’선수로 진화하는 성적 중시측면이 있다. 가치 창조적 인재 육성은 좀처럼 어렵고 늘 이미 누군가 창조한 답을 찾는다면 만년 2등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학력 중시 사회의 폐해이자 허약점일 수 있다. AI기술발달로 전세계에서 축적된 거의 모든 지식을 박사 논문급 체계적인 지식을 질문 하나로 제공받을 수 있는 시대에 과연 학교 공부로 만족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공부는 인성과 기본태도마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한국조카들을 보아도, 학교와 학원생활에 공부 말고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그저 착하기만 한 미래인재에게 과연 답이 없는 치열한 혁신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노파심이 커진다. 혁신이나 개선은 ‘답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에 기업이 사활을 걸고 강조하는 것이다. Toyota의 유명한 개선활동제도의 공식명칭이 ‘創意工夫(창의공부) 提案制度(제안제도)’이다. 한국어로 직역이 곤란하기에 ‘창의연구 제안제도’라는 의역을 해야만 했다. 기업은 험악한 외부환경과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혁신과 개선노력에 여념이 없는 장소이다. ‘학교 우등생≠사회우등생’의 관계를 ‘工夫(쿠후~)’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한국은 원래 창조적 민족임은 K-Culture부터 산업전반에서 세계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한국에는 일본어의 창조개념인 ‘工夫(쿠후~)’가 이미 옛날부터 그리고 어린 학교생활부터 ‘工夫(공부)’라는 단어에 창조DNA가 녹아 있음에도 어느새 ‘창조와 연구, 궁리’가 빠져버려 변질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인식하나만 바뀌어도 세상은 달라지는 법이다.

Toyota의 ‘창의연구 제안활동’ 일본능률협회 출간

가치창조관점 2 : 덧셈개념 vs 곱셈개념
두 번째 가치창조관점으로 ‘곱셈개념’을 소개한다. ‘곱셈개념’의 장점들은 적은 자원으로 최대한 가치창조가 가능하고 품질향상으로 직결되며 그중 최대 장점은 인재양성의 효과이다. 예를 들어 팀원 5명의 A, B 두 팀의 맨파워를 측정하니 10점 만점에 A팀은 각각 ‘1, 9, 7, 5, 3’점이며 B팀은 ‘4, 3, 5, 4, 6’이었다. 어느 쪽 팀의 맨파워가 높을까? 덧셈개념이면 A팀이, 곱셈개념이면 B팀의 맨파워가 높다. 만약, 멤버중 역량이 ‘0’ 또는 ‘-’라도 있다면 곱셈개념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조합일 것이다. 품질측면에서는 ‘99% 완성’이라면 어떤 느낌인가? ‘거의 다 완성’이라는 느낌이라면 일본에서 당신은 ‘덧셈 개념자’이며 관리대상일 수도 있다. 나머지 1%가 ‘0’ 또는 ‘-1%(불량)’이라는 생각으로 ‘99×0=0’, ‘99×(-1)=-99’라는 느낌이 들면 100% 양품, ‘곱셉 개념자’일 확률이 높다. 그 1%가 무서워 잠을 설치면서 일본인의 디테일과 철저함의 문화가 깊어져왔다. 곱셈개념에서 중요한 점은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도 ‘0과 –’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덧셈개념에서는 완성도를 높임으로 ‘0과 –’를 상쇄시키고자 할 것이다.

유종의 미가 어려운 이유
독자 중 난이도가 높은 문제 해결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면 쉬운 부분부터 먼저 해결되어 가다가 가장 뿌리가 깊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결이 뒤로 밀리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99% 해결, 1% 미해결 비율은 언뜻 ‘거의 다 해결’된 듯 보여 안도와 착각에 빠지기 쉽다. 문제 해결의 세계에서는 ‘99%=1%’임을 이해하자. 마지막 고난이도 1%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99% 해결의 노력만큼을 쏟아 부어야 해결이 될까 말까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기업 매각프로젝트 경험에서 99%가 1년 만에 해결되었으나 나머지 1% 해결에 이후 2년이나 넘게 걸린 일이 있었는데 이렇듯 ‘대충 빨리빨리’가 통용되지 않는 일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 같다. 특히 안전과 품질을 다루는 분들에게는 결코 마지막 1%가 무시 가능한 확률의 세계가 아님을 강조한다. 누군가는 1% 때문에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나 공사현장에서 ‘나사 한 개쯤이야’는 적어도 일본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몇 일이 걸려도 수백개 중 하나의 나사를 찾아낸다. 결코 99.9%라도 타협하지 않고 ‘1%라는 이름의 100%’를 볼 수 있는 ‘프로정신’ 무장은 동서고금 유효하다. 곱셈개념은 ‘진정한 경쟁력은 1%에 있음’을 가르쳐준다. ‘유종의 미’라는 어구를 모르는 이 없겠으나 이 어구를 ‘왜 아시나요?’라는 질문에는 좀처럼 즉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마지막 ‘1%’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곱셈을 일본어로 ‘掛け算(카케잔, Kakezan)’이라고 한다. 일본에서의 ‘Kakezan’은 이제 개념을 넘어 ‘사상과 철학’으로 승화가 되어 있다. 쿄세라의 이나모리 회장이 제창한 ‘태도(목적과 사고)×열의×능력’이라는 인생 방정식은 유명하다. 인간은 능력이 있고, 열정과 열의로 노력을 하여도, 태도(목적과 사고)가 부정하다면, 인재에서 범죄자로 전락하고 만다는 논리이다. 최근 Toyota의 토요다아키오 회장도 5월 CES프레젠테이션에서 ‘Kakezan’의 철학을 부쩍 강조하는데 그 맥락역시 유사한 맥락이다. ‘인재, 기술, 가치 창조 마인드’의 곱셈이 이노베이션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가치창조’에 도움이 될만한 필자의 일본생활 속 두 가지 관점을 소개하였다. 이렇게, ‘工夫(쿠후~)’니, ‘곱셈개념’이니 표현이 그럴싸할 뿐,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일상 속에서 잘 표현되는 친숙한 ‘가치창조’ 문화가 있다. 바로 ‘음식’ 문화이다. 필자 눈에서는 곱셈개념의 혁신과 개선이 예술급이다. 그 많은 메뉴가 뚝딱 만들어져 식탁으로 운반된다. 벤치마킹을 통해 새로운 요리와 메뉴가 끝없이 곱해지며 창조된다. 오죽하면 어릴 때 동네분식집에서 먹었던 떡볶이나 라면마저 세계적 K-Food로 승화되었겠는가? 화장품, 패션, K-Pop을 너머 조선, 반도체, AI 역시 세계정상급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 역시 우리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곱셈개념과 창조DNA의 증거라고 해석된다. 곱셉개념이 지식이겠는가? 그 개념은 내 인생에 대한 커스터마이징에 가치가 있다. 이제는 ‘工夫(공부)’의 재정의가 과제로 남아있다. ‘공부=창조’라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인생을 통틀어 신바람 나게 ‘공부=창조’를 만끽할 수 있다는 단순 논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단, 언제나 그 진정한 목적(仕)은, 善이어야만 한다.
 

처음으로 시작하다, 비롯할 창(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