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혁 변호사의 물류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 상식 – 투자④
투자계약의 이해
지금까지 기업이 외부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수단 중 하나인 투자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대주주의 자금만으로 기업을 성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출 내지 투자의 방식으로 외부의 자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지난 기고문들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자금 조달의 필요성 및 방법들을 아는 것과 실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투자자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 투자자가 우리 기업에 실제 투자금의 송금을 결정하기까지는 꽤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느 계약에서나 마찬가지로 실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투자자’와 자금을 유치하려는 ‘기업’ 사이에 투자 조건에 관한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바둑판에 더 좋은 돌을 올려두기 위한 협상이 계속된다. 그런데 투자금을 조달하는 일에 왜 협상이 필요한 것일까? 투자자에게 사채나 주식을 발행해주면서 투자금을 받으면 될 일이 아닌가. 계약서도 한두 장이면 족할 것 같지만 실제 투자계약서는 가득 채운 A4지로 20장이 넘을 때가 많다. 이번 기고는 20장에 가까운 투자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알고 이해해보기 위한 것이다.
모험과 위험 사이
20장의 투자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알아보는 것보다 먼저 왜 투자자들이 투자계약을 두껍게 만드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상 투자자는 회사의 창업자에 비하여 많은 돈을 회사에 투입하였음에도 창업자보다 주식의 지분율을 높게 가져가지 못한다. 필자가 최근 검토한 투자계약서에서 투자자는 주식 1주를 1천만 원에 인수하였다. 50억 원을 투자하였지만 가진 주식 수는 500주에 불과하고 지분율은 3% 정도였다. 반면 회사의 창업자는 회사 설립 당시 5천만 원을 출자하였고 현재 70%에 가까운 주식 지분율을 갖고 있다. 회사의 창업자가 설립할 당시 주식 1주는 5천 원이었다. 설립 당시 5천 원이었던 회사의 주식을 주당 1천만 원씩이나 주고 매입한 것을 보면 투자자가 그만큼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본 것이고 회사의 창업자가 회사를 착실히 잘 성장시켜 왔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투자자에게 이 투자는 큰 모험이다. 어쩌면 투자자에게 모험을 넘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투자는 늘 모험과 위험 사이 어딘 가에서 벌어지게 된다. 혹자는 투자를 배팅이라 부르기도 한다. 말 그대로 투자자는 이 회사에 거액의 배팅을 하였기 때문에 이 회사가 잘 성장하여야 긍정적 결과를 얻게 된다. 투자자가 투입한 50억 원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곳에 잘 쓰여야 하고 회사의 대표이사 이하 임직원들이 회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야 한다. 회사의 기존 임원들과 주주들이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남발하여 회사의 주식 가치와 투자자의 지분율을 떨어뜨리는 일도 막아야 한다. 회사가 주식매수선택권, 즉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것도 투자자에게는 신경 쓰이는 일이다. 결국 투자자의 지분율을 떨어뜨려 투자를 실패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투자자는 거액의 배팅을 했기 때문에 투자의 성공을 위해 신경 쓰고 챙겨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큰 지분을 가진 대주주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 상법상 회사의 주된 의사결정기구인 주주총회가 결국 주주들의 지분율에 따라서 좌우되기 때문이다. 3%밖에 가지지 못한 투자자가 70%를 가진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을 막을 수 없으며 상법에 나와 있는 방식으로는 투자자가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방법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는 투자계약서를 통하여 자신이 회사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방식을 찾게 되고 자신의 투자가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려 한다. 투자계약서에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제한해 두는 것이나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안건에 대하여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는 것, 새로이 주식을 발행하려면 투자자로부터 먼저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 등은 모두 투자자가 회사의 운영에 개입하여 투자를 성공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들이다. 20쪽이 넘기도 하는 투자계약서에는 그러한 내용들이 담겨 있고 때로는 너무 과한 내용이 들어있기도 하다. 필자와 같은 변호사가 투자계약서를 검토한다는 것은 회사의 현재 상황, 미래의 전망 등을 종합하여 적정한 선에서 투자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그 내용과 수위를 조정해준다는 것이다.
종류주식의 조건
본 기고문을 통해 20쪽에 달하는 투자계약의 내용을 전부 상세히 살펴볼 수는 없기 때문에 몇 가지 투자계약서에서 눈 여겨 봐야 하는 주요 내용들만 간추려 소개하기로 한다. 먼저 발행되는 주식의 조건에 대한 내용을 알아보자. 종류주식을 발행하면서 투자를 받는 경우 투자계약서에는 그 주식의 조건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투자자가 투자의 대가로 종류주식을 발행 받을 경우 주식에 붙어 있는 특별한 권한의 구체적 내용들이 투자계약서에 담기게 된다. 의결권에 대해서는 특별한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상법상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나 이사의 선임과 같은 특정 안건들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종류주식의 발행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국내 투자계약서에서 의결권을 다르게 하지는 않는다. 배당이나 잔여재산의 분배에 관하여는 보통주식과 차이를 두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의 경우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투자자는 배당에 관하여 특별한 조건을 설정하고 싶어한다. 지난 기고문에 안내하였던 참가적/비참가적이라든지 누적적/비누적적이란 용어들이 여기서 사용되는데 총 4가지 조합이 가능하고 이중 하나를 선택하여 투자계약에 담게 된다. 배당에 관하여 얼마나 보통주식과 차이를 둘 것인지, 배당의 형태는 어떻게 할 것인지는 결국 선택의 문제이지만 투자자는 자신에게 더 유리한 참가적/누적적 형태의 배당을 선택하고자 한다. 투자자는 잔여재산의 분배에 대하여도 유리한 위치를 갖고 싶어 한다. 청산 내지 청산과 유사한 상황이 생겼을 때 보통주식을 가진 주주보다 더 우선하여 회사의 남은 재산을 분배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회사의 재산을 분배받게 되는 상황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분배의 절차나 정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협상의대상이 된다. 전환권이 부여된 종류주식(전환우선주, CPS)의 경우, 투자계약서에 전환권의 행사기간, 전환권을 행사하였을 때 전환되는 주식의 종류, 그 주식과의 전환 비율, 전환 비율이 조정되는 경우들과 전환 비율이 조정되는 정도(Refixing) 등을 상세히 두게 되고, 협상을 통해 그 구체적 조건들을 정하게 된다. 가령 투자의 대가로 지급받은 전환우선주 1주를 보통주식 1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되 투자 계약 이후 새로운 투자를 받으면서 책정한 주식 1주의 가치가 투자자가 전환우선주를 받을 때 책정하였던 주식 1주의 가치보다 더 낮을 경우 투자자가 더 많은 보통주식으로 전환우선주를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이다. 투자자의 투자 이후 회사가 더 낮은 가치로 주식을 발행하였을 때 투자자가 입는 손해를 상쇄시키기 위한 장치이다. 상환권이 부여된 종류주식(상환우선주, RPS)은 투자한 회사에서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있을 때 돈으로 주식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주식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좀처럼 드물기 때문에 굳이 상환권을 부여하지 않는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상환권을 둘 경우 협상을 통하여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 상환권을 행사하였을 때 주식 1주를 얼마의 돈으로 바꿔줄 것인지(상환가액) 등을 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투자 원금에 이자를 붙인 금액으로 상환가액을 설정하게 되는데 이자의 비율도 중요한 협상의 대상이다.
투자금의 사용 용도와 점검
투자를 유치하는 회사의 경영진은 투자금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하고 싶어하지만 투자자는 투자금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만 사용되기를 원한다. 그러한 이유로 투자계약서에 담기는 투자금의 사용 용도를 두고 줄다리기가 진행되는데 회사의 경영진은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투자자는 연구, 시험, 개발, 핵심설비 구매 등의 비용으로 사용처의 괄호를 채우려 한다. 또한, 투자자는 회사가 약속된 사용 용도로 투자금을 사용하였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회계실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고 특별한 반대 없이 이 요구사항은 관철되게 된다. 협상이 일어나는 부분은 회계실사의 시기, 조건, 원인, 방법, 비용의 부담 주체 등인데 투자금의 규모가 크거나 투자자의 평판이 높을수록 투자자가 더 나은 조건을 가져가게 된다.
사전 동의권과 사전 협의권
투자자가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사전 동의권과 사전 협의권을 통해서이다. 투자자는 회사의 창업자보다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통해서는 자신의 의사를 실현시킬 수 없다. 투자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투자계약서에 사전 동의사항들과 사전 협의사항들을 열거해 둠으로써 회사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동의를 받거나 자신과 협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사전 동의사항과 사전 협의사항들을 어디까지 둘 것인지를 두고 강한 힘겨루기를 벌이게 되는데 보통 정관의 변경, 신주 발행 등 자본의 증감, 전환사채 등 주식과 관련된 사채의 발행,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부여, 회생/파산/해산/청산, 합병, 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나 이전, 영업양수도, 다른 회사의 인수나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 취득, 주주 내지 임직원들이나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등이 사전 동의사항으로, 대표이사의 선임이나 해임, 일정 비율 이상의 자산 취득이나 처분, 일정 비율 이상의 대출이나 담보 제공, 보증, 일정 비율 이상의 임직원 급여 상승, 신사업의 착수나 주요 사업의 중단이나 포기 등이 사전 협의사항으로 정해진다.
이해관계인 주식 처분과 퇴사 등의 제한
투자자는 회사 전체의 안정성과 잠재력을 보고 투자하지만 그 중심에는 회사의 창업자, 주요 기술인력 등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로서는 회사의 창업자나 주요 기술 인력이 그 회사를 떠나거나 회사의 주식을 매각할 경우, 더 이상 그 회사에 매달려 있을 이유가 사라진다.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자는 투자계약서에 회사의 창업자나 주요 기술 인력이 떠나지 못하도록 장치를 두게 되는데 투자자가 투자를 회수할 때까지 창업자 등의 퇴사를 금지한다거나, 새로운 회사를 차리지 못하도록 하거나, 창업자 등이 주식을 처분하려 할 경우 투자자의 주식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도록 하거나, 투자자가 그 주식을 먼저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다. 투자계약서에는 투자자의 공동매도참여권이나 우선매수권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다. 회사의 핵심 기술이 사라지는 것도 투자자에게 큰 위험이기 때문에 회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 등을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투자계약서에 반드시 들어가는 내용이다. 회사가 투자를 유치함에 있어서 투자계약서에 위와 같은 내용을 제외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 구체적인 조건을 두고 투자자와 회사는 협상을 벌이게 된다.
그 밖의 주요 사항들
이외에 투자계약서에 들어가는 주요 내용들로는 투자자가 투자금을 송금하기 전 회사에서 반드시 갖춰야 하거나 해결해야 할 사항들, 투자계약 당시 회사가 투자자에게 진실한 것으로 약속하는 회사의 구체적 자본, 재무, 분쟁 상황 등의 내용들, 투자자가 임원을 지명하여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 회사가 투자계약을 위반하는 등 잘못을 하였을 경우 투자자의 주식을 어떻게 처리해줄 것인지에 대한 내용들, 손해배상과 위약벌에 대한 내용들이 있다. 일반적인 투자계약서 조문의 순서는 아래와 같은데, 각 투자자마다 조금씩 조문의 순서나 채워지는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제1조 신주의 발행 사항
제2조 투자의 선행조건
제3조 진술과 보장
제4조 거래의 완결
제5조 거래완결일 전 해제
제6조 투자금의 용도 및 제한
제7조 기술의 이전, 양도, 겸업 및 신회사 설립 제한
제8조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 및 협의권
제9조 보고 및 자료 제출
제10조 회계 및 업무감사, 시정조치
제11조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제12조 임원의 지명
제13조 주주총회 및 이사회 개최 요구
제14조 기업공개 및 M&A에 관한 사항
제15조 투자자의 주식 처분
제16조 이해관계인의 주식 처분
제17조 투자자의 우선매수권 및 공동매도참여권
제18조 주식매수청구권
제19조 손해배상 및 위약벌
제20조 지연배상금
제21조 이해관계인의 책임
제22조 본 계약의 효력
제23조 계약의 종료
제24조 계약의 내용 변경
제25조 권리 및 의무의 양도, 승계
제26조 통지
제27조 비밀유지
제28조 세금
제29조 일부 무효
제30조 준거법 및 분쟁해결
제31조 특약사항
별지1 본건 신주의 종류 및 내용
별지2 진술과 보장
별지3 투자금의 사용용도 및 실사 약정
별지4 퇴사제한 및 경영금지 약정서
도약 그리고 희망
이번 기고문에 이르기까지 총 4번의 기고에 걸쳐 물류 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회사의 자금 조달방식과 투자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몇 차례의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투자가 회사의 재무적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훌륭한 통로가 되어 준다는 것과 다양한 투자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동시에 투자로 인하여 회사의 경영을 더 이상 기존 경영진들의 의사대로만 할 수 없는 제한이 생긴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투자를 고사하거나 선택지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한 대로 투자자의 목적은 수익을 얻는 것이고 그 수익은 회사의 성공에서 비롯된다. 투자자가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것도 회사가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많은 회사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본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을 통해 이 시점의 회사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지식과 경험을 잘 끌어내 적절히 이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고 기회이다. 다만, 그렇다고 투자자가 이끄는 대로 모든 일을 결정하고 행할 필요는 없고 투자자 역시 회사가 그렇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투자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회사가 투자자가 원하는 모든 조건들을 수용할 필요는 없다. 투자자 역시 회사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여 투자자와 회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성공의 토대를 세우길 원한다. 투자계약이라는 성공의 토대를 잘 쌓기 위하여 투자와 투자계약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아직 투자와 투자계약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적정한 투자계약이 무엇일지 고민스럽다면 필자와 같은 법률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제대로 된 법률가라면 여러분의 상황을 이해하고 여러분에게 맞는 길을 소개할 것이다. 투자를 통해 여러분의 기업과 물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